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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블랙스완' 아트필름 안무가 "BTS의 혁신·긍정·소통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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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29 11:45:16
슬로베니아 엠엔 댄스 컴퍼니 공동 창립자
"방탄소년단 작업, 현대무용·예술 대중 관심 불러일으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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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엠엔 댄스 컴퍼니. (사진 = urska boljkovac 제공) 2020.01.2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저희는 예전부터 방탄소년단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요. 그들 작업의 팬이었죠. 방탄소년단의 혁신적인 접근법,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그들이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사랑합니다. 방탄소년단이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자신들의 예술성과 다양한 예술 형태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려는 것에 대해 존중합니다."(나스티아 브레멕 리니아(Nastja Bremec Rynia))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7일 공개한 신곡 '블랙 스완(Black swan)'과 이 곡 관련한 프로모션은 여러모로 대중음악계에서 충분히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방탄소년단이 2월21일 발매할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의 수록곡으로 선공개됐다. 예상대로 세계 양대 팝차트로 통하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각각 57위와 46위로 진입하면서 방탄소년단의 이름값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블랙스완' 음원과 함께 공개된 아트필름이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블랙스완'이 '미국 현대무용의 대모' 마사 그레이엄(1894~1991)의 명언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 밝혔다.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 첫 번째 죽음은 무용수가 춤을 그만둘 때다. 그리고 이 죽음은 훨씬 고통스럽다"(A dancer dies twice - once when they stop dancing, and this first death is the more painful)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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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블랙 스완' 아트 필름.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1.17. realpaper7@newsis.com
그레이엄은 20세기 초 '현대무용의 개척자'다. 그레이엄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휘어지는 춤선을 안무해 무용의 판을 바꿔놓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그가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고전발레 동작은 보통 직선을 추구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신곡 '블랙스완'으로 대중음악 판을 바꿔놓으려는 시도를 한다.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의 접촉점을 찾으려는 고민이다. 슬로베니아 현대무용팀인 '엠엔 댄스 컴퍼니(MN Dance Company)'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블랙스완' 아트 필름'을 통해 이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앞서 언급한 그레이엄의 명언 문구로 시작하는 아트필름은 방탄소년단 멤버 숫자와 같은 엠엔 댄스 컴퍼니 7명의 무용수들이 곡의 정서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 한 편의 퍼포먼스 공연을 보여준다.

이 아트필름에서 예상치 못했던 부분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초 엠엔 댄스 컴퍼니가 아트필름에 참여한다는 예고가 나왔을 때 이 컴퍼니가 안무한 춤을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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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엠엔 댄스 컴퍼니. (사진 = urska boljkovac 제공) 2020.01.29. realpaper7@newsis.com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인 박희아 K-팝 아이돌 전문 저널리스트는 "방탄소년단의 이번 시도는 우선 아이돌의 음악에 무조건 멤버들의 얼굴이 등장해야 한다는 공식을 정면으로 깬 것"이라면서 "상당히 낯선 시도이지만 이게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팬들로 하여금 관심을 끌 수 있는 건 그전부터 방탄소년단이 소설, 영화 등 철학적, 미학적인 시도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엠엔 댄스 컴퍼니는 격렬함과 그로테크스크함, 몽환성이 뒤섞인 이 아트필름에서 해당 미학을 몸짓으로 승화했다. 엠엔 댄스 컴퍼니의 공동 설립자이자 '블랙스완' 아트 필름의 안무가인 마이클 리니아(Michal Rynia)와 나스티아 브레멕 리니아는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빅히트와 작업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아직까지 믿기 어렵다고 했다.

마이클은 "어떻게 저희를 찾았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작년 10월 빅히트가 방탄소년단의 새 싱글을 위해 안무를 하고 싶다면 연락을 해왔어요. 안무를 작업해서 보내줬는데 빅히트에서 좋아해줬죠. 12월에 LA에서 아트필름을 녹화했습니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가 저희에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매우 고마워하고 있어요."

'블랙스완'은 발레계 대표 캐릭터 중 하나다. 차이콥스키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우아한 백조 '오데트'을 맡은 주역 여성 무용수가 상반된 관능적인 흑조, 즉 블래스완인 '오딜'까지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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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엠엔 댄스 컴퍼니. (사진 = urska boljkovac 제공) 2020.01.29. realpaper7@newsis.com
블랙스완 캐릭터는 할리우드스타 내털리 포트먼이 주연하고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벤저민 밀피예가 안무한 영화 '블랙 스완'(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2010)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순수함과 우아함의 상징인 발레리나의 내면에 꿈틀거리는 잔혹함과 욕망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처럼 '블랙스완'은 보통 예술가의 양가적 내면을 상징한다. 빅히트도 '블랙스완'에 대해 "글로벌 슈퍼스타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이 전하는 예술가로서의 고백을 담고 있다.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예술가로서 숨겨둔 그림자와 마주하는 방탄소년단의 진솔한 고백을 노래했다"고 소개했다.

빅히트는 엠엔 댄스 컴퍼니에 곡의 의미를 알려줬을 뿐 이 무용단에 창작의 권한을 모두 맡겼다. 마이클은 "저희는 '블랙스완'의 콘셉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어느 정도 경력를 갖고 있는 예술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였죠"라고 돌아봤다. 

"완벽을 지향하는' 예술가일수록 더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거든요. 그 때마다 두려움에 쉽게 사로잡힐 수 있지만, 자신에게 진실함으로써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죠. 저희는 이런 내용을 비언어적 의사소통인 몸을 통해 표현해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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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엠엔 댄스 컴퍼니. (사진 = urska boljkovac 제공) 2020.01.29. realpaper7@newsis.com
마이클과 나스티아는 보통 프로젝트에서 안무를 맡을 뿐만 아니라 춤까지 함께 춘다. 그런데 '블랙스완' 작업 전 마이클이 부상을 당해 나스티아 외에 6명의 무용수가 더 필요했다. 

엠엔 댄스 컴퍼니는 작품과 함께 무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가지고 있다. '블랙스완' 아트필름에 출연한 댄서들은 이 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포함됐다. 이번 아트필름의 메인 댄서인 루카 보도피벡(Luka Vodopivec)은 이번 아트 필름 댄스 스텝을 만들기도 했다. 

엠엔 댄스 컴퍼니가 재해석한 '블랙스완'은 예술가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더욱 극대화했다. 마이클은 "노래의 느낌을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두려움에 사로잡혀 싸우려 하는 감정, 자유로워지기 위한 노력.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비언어적 의사소통인 '몸의 언어'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은 '블랙스완' 아트 필름과 별개로 작업한 자신들의 '블랙스완' 무대를 28일(현지시간)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에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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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1.27. realpaper7@newsis.com
아트필름만을 작업했다는 나스티아는 "미래에 방탄소년단과 직접 작업할 수 있기를 희망해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우리의 춤 어휘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흥분되는 일입니다. 우선 저희도 그들의 무대를 매우 기대하고 있어요. 놀라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마이클과 나스티아가 자신들의 이름의 각 철자를 따서 지은 엠엔 댄스 컴퍼니는 2008년 설립됐다. 두 사람은 이 무용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폴란드 출신인 마이클은 힙합 댄서로 춤 경력을 시작했다. 힙합 분야에서 5개의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반면 슬로베니아 출신인 나스티아는 고전 발레와 현대 무용으로 춤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로테르담 댄스 아카데미에서 만났다.

 이후 슬로베니아에서 정착, 무용 활동을 하고 있다. 힙합, 발레, 현대 무용 등 다양한 춤 요소를 뒤섞은 독특한 춤으로 유럽 전역에서 개성을 인정 받고 있다. 순수하면서도 독특한 움직임을 추구하고 있다. 빅히트 역시 이런 지점을 마음에 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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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엠엔 댄스 컴퍼니. (사진 = urska boljkovac 제공) 2020.01.29. realpaper7@newsis.com
동시에 현대무용을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팀이기도 하다. 세계를 돌며 댄스 워크숍을 열고 각종 춤과 관련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다.

작품에 사회적인 문제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춤도 선보인다. 이 지점 역시 방탄소년단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작년 12월에 열린 '2019 멜론 뮤직 어워드'(MMA)에서 선보인 방탄소년단의 '디오니소스' 무대에서 일곱 멤버들이 각각 선보인 독무는 그리스의 일곱 신을 상징했다. 또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거리낌 없이 작업한다는 것도 두 팀의 공통점이다.

마이클은 "많은 시간 저희는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찾았어요. 저희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로 다른 예술 형태와 결합을 시도하기도 하죠. 배우, 음악가, 시각 예술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무(無)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희의 몸만을 사용해서 말이죠. 몸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알게 되면 놀라실 거예요. 저희는 춤을 통한 해석이 자유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마이클은 몸과 몸의 움직임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심장 박동에 리듬이 들어 있다는 그는 "모든 해답은 이미 여러분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맥박을 주의 깊게 듣는다면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뿐만 아니라 창조하고, 춤추는 것을 발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슬로베니아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유명 극장에서 공연하는 엠엔 댄스 컴퍼니는 아직 한국은 방문하지 않았다. 마이클은 "가까운 미래에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요.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장엄한 나라에 가보는 것은 아름다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나스티아는 "저희의 목표는 다양한 예술가들과 공연,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한국에 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엠엔 댄스 컴퍼니와 두 안무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무용단이나 단체를 위해 더 많은 안무작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로마 발레단(Balletto di Roma)의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을 작업하고 있다.

마이클은 "미래에 예술적인 댄스 영화를 만들어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또한 음악, 시각 예술, 연극과 같은 다른 예술 장르와 계속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현대무용은 아직 한국에서 어렵게 느껴지는 장르다. 마지막으로 이 장르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만들기 위한 조언을 해달라고 청했다. "이 장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방탄소년단이 대중에게 이번 '아트필름' 같은 작품을 선보인 것에 대해 존경해요. 방탄소년단 작업이 현대무용과 예술에 대한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겁니다."(나스티아)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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