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ESS 화재는 배터리 탓?…조사단 vs 삼성·LG, 책임 공방 비화하나

등록 2020.02.07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조사단, ESS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지목

배터리 만든 삼성·LG, 즉각 반박 자료 내

"조사 배터리는 다른 곳 배터리일 뿐이고"

"자체 시험서 '배터리 발화 인과' 못 찾아"

조사단 "삼성·LG에 책임 지울 생각 없어"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재철(왼쪽), 문이연 에너지 저장 장치(ESS) 화재사고 조사단장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ESS 화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02.06.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재철(왼쪽), 문이연 에너지 저장 장치(ESS) 화재사고 조사단장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ESS 화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02.0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지난해 발생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 화재 사고를 살피던 조사단이 그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했다. 해당 배터리를 제조한 삼성SDI·LG화학은 "(배터리와 ESS 화재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재철 ESS 화재 사고 조사단장(숭실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충남 예산·경북 군위·경남 김해·강원 평창·경남 하동 등 지난해 8월 이후 ESS에서 불이 난 전국 사업장 5곳의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경남 하동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배터리가 발화 지점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조사단에 따르면 4곳 중 경남 김해·강원 평창은 삼성SDI 배터리를, 충남 예산·경북 군위는 LG화학을 사용했다. 배터리가 아닌 다른 이유로 불이 난 경남 하동은 LG화학 배터리를 썼다.

조사단은 사고 현장의 배터리 잔해물, 배터리 및 시스템 운영 기록, 발화 지점을 확인할 수 있는 CC(폐쇄회로)TV 영상 등을 조사했다. 또 다 타버린 사고 현장의 배터리 대신, 비슷한 시기에 인근에 설치된 같은 모델의 배터리를 회수해 충·방전을 거듭하며 실험했다.

그 결과 ▲비슷하거나 같은 사업장의 배터리에서 발화 지점과 유사하게 전압 편차가 크게 나타났고 ▲시스템 운영 기록에 저전압, 이상 고온, 랙 전압 불균형 현상 등이 기록됐으며 ▲인근 사업장 배터리에서 양극판 접힘 현상이 나타났고, 구리 성분이 검출됐다(이상 경남 김해·강원 평창)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에너지 저장 장치(ESS) 화재 사고 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삼성SDI가 낸 반박문의 일부. (자료=삼성SDI 제공)

[세종=뉴시스] 에너지 저장 장치(ESS) 화재 사고 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삼성SDI가 낸 반박문의 일부. (자료=삼성SDI 제공)


이와 관련해 경남 김해·강원 평창에 쓰인 배터리를 제조한 삼성SDI는 즉시 설명 자료를 내 반박했다. "조사단이 조사해 발표한 배터리는 사고 현장이 아닌 다른 곳의 배터리"라면서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비슷한 사업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큰 전압 편차는 배터리의 화재 발생 조건이 아니"며 "양극판 접힘 현상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용량 저하를 일으킬 수는 있으나 화재를 일으키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구리 성분 검출에 대해서는 "음극 기재의 성분일 뿐 이물질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LG화학도 충남 예산·경북 군위 관련 조사단의 지적(▲현장 배터리에서 내부 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 흔적이 발견됐고 ▲인근 사업장 배터리에서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돼 있었고, 배터리 분리막에 리튬 석출물이 형성돼 있었다)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LG화학은 "배터리 외에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그 불이 배터리로 전이돼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돼 저전압을 유발할 수는 있으나 LG화학의 SRS 분리막을 관통해 발화로 이어질 위험성은 없다" "리튬 석출물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물질이며 자체 시험에서도 이 물질이 배터리 발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동=뉴시스] 경남 하동군 진교면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서 21일 오후 4시14분께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하동소방서 제공) 2019.10.22. kyk@newsis.com

[하동=뉴시스] 경남 하동군 진교면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서 21일 오후 4시14분께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하동소방서 제공) 2019.10.22.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해 조사단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 조사단장은 6일 브리핑에서 "삼성SDI·LG화학이 '조사단은 사고 현장이 아닌 다른 사업장의 배터리로 조사했을 뿐'이라면서 반박 자료를 냈는데 이에 대한 조사단의 입장을 알려달라'는 출입 기자단의 요청에 "타버린 배터리를 분석해봤자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면서 "(사고 현장의 것이 아닌) 다른 사업장의 배터리를 바탕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김 조사단장은 이어 "삼성SDI·LG화학의 이의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조사단도 (다른 사업장의 배터리를 바탕으로 조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원인 판단보다는 추정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라면서 "이번 조사의 목적은 재발 방지에 주된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조사단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반박하는 삼성SDI·LG화학의 주장은) 여러 설비로 구성돼있는 ESS 시설 전체가 아닌, 자사 배터리 등 일부 부분을 바탕으로 시험한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해명이 필요한) 그들의 입장일 뿐"이라면서도 "배터리 제조사라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삼성SDI·LG화학을 처벌하는 등 책임을 지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