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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심했던 조선, 대문에 '세화(歲畫)' 붙여두고 복 기원

등록 2020.02.07 14: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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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는 6세기 중국서 악귀 쫓기 위해 대문에 붙이던 그림

정조 임금 때 신하에게 주는 선물로 선호했던 '수노인 그림'

휴대폰 이모티콘으로 새해 인사 나누는 요즘 풍경과 유사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설날을 앞두고 주문받은 세화를 그리느라 정신없이 바쁜 조선시대 민간 화공들. (그림=정용연) 2020.02.07 photo@newsis.com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설날을 앞두고 주문받은 세화를 그리느라 정신없이 바쁜 조선시대 민간 화공들. (그림=정용연) 2020.02.07 [email protected]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은 '조선의 이모티콘'이란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월호를 발행했다.

7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기근과 전염병이 심했던 조선시대 선비들은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며 정초에 가까운 이들과 세화(歲畫)를 주고받는 풍속이 있었다.

세화는 대문이나 벽에 붙여두고 한 해의 복을 기원했다.

조선 선비들의 세화풍습은 휴대폰 이모티콘을 사용해 정감있게 새해 인사를 나누는 요즘 풍경과 이미지가 겹친다.


◇임금께 진상할 세화 늘자임시계약직 화공(畫工)까지 고용

세화는 중국에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악귀를 쫓기 위해 문신(門神)을 대문에 그려 붙이던 주술적 관습이 6세기 정초 연례행사로 정착되면서 유래됐다.

우리나라는 조선 초기부터 풍습화돼 20세기 초반까지 지속됐다. 처음에는 궁중 풍속으로 시작돼 점차 민간으로 확산됐다.

지방 관아에서 쓰는 것은 그곳에 소속된 화원들이 제작했다. 민간인들은 광통교 주변 지물포 등에서 주로 구입했다.

민간에서 활동하는 화공들도 한 해가 기울어가는 섣달이면 밀려드는 세화 주문으로 정신없이 바빴다.

세화는 붙여지는 그림이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실물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기록에 남겨진 세화의 소재들을 살펴보면 그 목적에 따라 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辟邪) 소재와 한 해의 복을 바라는 송축(頌祝) 소재로 구분할 수 있다.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벽사의 의미로 자주 그려진 '종규'(작자미상, 왼쪽)와 복을 바라는 송축의 의미로 자주 그려진 '신선도 수성'(김홍도, 오른쪽)(국립중앙박물관 소장). 2020.02.07 photo@newsis.com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벽사의 의미로 자주 그려진 '종규'(작자미상, 왼쪽)와 복을 바라는 송축의 의미로 자주 그려진 '신선도 수성'(김홍도, 오른쪽)(국립중앙박물관 소장). 2020.02.07 [email protected]

벽사의 의미로 그려진 그림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오는 소재는 중국 인물에서 유래한 신도(神荼)·울루(鬱壘)와 위지공(蔚遲恭)·진숙보(秦叔寶), 종규(鐘馗) 등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오랜 기간 문신(門神)의 역할을 해왔다.

종규는 당나라 현종 황제의 꿈에 나타나 '잡귀를 퇴치해서 황제의 병을 낫게 했다'고 전해지는 도교의 신으로 귀신과 나쁜 병 특히 눈병을 쫓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때부터 전래한 것으로 알려진 처용이 세화로 그려지기도 했다.

'악학궤범(樂學軌範)'에서는 처용상이 주걱턱에 주먹코로 인상이 강하지만 미소를 띤 인자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동물들로는 닭, 호랑이 등이 그려졌다.

송축의 뜻으로 그려진 그림에는 수노인(壽老人), 선녀 등과 같은 신선들이 등장한다.

수노인 그림은 도교에서 인간의 수명과 장수를 관장한다는 남극성(南極星)을 의인화 것으로 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정조에 걸쳐 여러 대신에게 선물로 주어지기도 하는 등 왕이 신하에게 주는 선물로 가장 선호됐던 그림이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둥근 해, 하늘을 날고 있는 한 쌍의 학, 산꼭대기에 우뚝 솟은 바위와 소나무, 눈 덮인 숲속을 뛰어다니는 사슴, 동구 나무 위 까치 한 쌍 등의 이미지들은 세화에서 다뤄 온 소재들이다.

하지만 지금도 신년 달력의 겉장, 종이 연하장, 온라인 연하장, 설날 이모티콘으로 사용되는 등 세화의 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림을 소재로 한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2008년, 왼쪽)과 '사임당 빛의 일기'(2017년, 오른쪽)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그림을 소재로 한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2008년, 왼쪽)과 '사임당 빛의 일기'(2017년, 오른쪽)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세화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한국회화사를 전공한 국립경찰박물관 박준영 학예연구사의 '새해의 새로운 희망을 담은 그림-세화'란 글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이은상 연구원은 '욕망의 아이콘-연화'라는 글을 통해 2000년도 넘게 세화 풍습을 간직해온 중국의 세화를 소개한다.

중국의 세화에는 교육의 목적까지 더해져서 고사뿐만 아니라 경전 내용, 역사적 내용까지 담고 있다.

이는 높은 문맹률 속에서 이미지를 통해 민간인들을 교육하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림으로 전 국민이 마음을 전하고 소통하는 세화의 전통

새해가 되면 집집마다 대문에 세화를 붙이곤 했던 한양(서울)은 마치 도시 전체가 커다란 미술관이 된 듯 보였다.

좋은 그림을 향한 마음은 양반들만의 것이 아니라 온 백성 모두의 것이었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은 많은 갈등과 차별이 존재했지만 그림을 통해 전하는 '올 한해 평안하게 하옵소서'라는 메시지는 모두의 염원이었다.

이번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조경란 선생은 "그림으로 전 국민이 마음을 전하고 소통하던 세화의 전통이 이어져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한민국 문화콘텐츠의 창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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