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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라카라, 주술적 몸짓···유니버설발레단 '스페셜 갈라'

등록 2020.02.10 12:39:56수정 2020.02.11 09: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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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파인딩 라이트' 루치아 라카라·매튜 골딩.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0.02.10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파인딩 라이트' 루치아 라카라·매튜 골딩.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0.02.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격세지감이다. 1984년 5월 국내 첫 민간 직업 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창단됐다. 하지만 무용수, 특히 발레리노가 턱없이 부족했다. 팔다리가 긴 인쇄소 직원을 설득해 무대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8, 9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유니버설발레단 대표작을 압축한 '스페셜 갈라'에서 이 발레단의 괄목상대를 확인했다. 특히 쟁쟁한 해외 스타 무용수들이 이 무대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위상이 입증됐다.
 
샌프란시스코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루치아 라카라,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매튜 골딩의 2인무가 화룡점정이었다. 신체조건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 라카라와 2018년 '지젤'의 알브레히트로 한국관객에게 눈도장을 받았던 골딩은 명불허전이었다.

이번 무대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에드워드 리앙 안무의 모던 발레 '파인딩 라이트'는 두 무용수의 전성기가 현재진행형임을 확인케 했다.

특히 라카라는 '중력을 이겨낸 인간의 몸짓은 어떠할까'라는 상상력을 그대로 재현한, 황홀한 몸짓을 보여줬다. 뿌윰한 무대에 뭉근하게 퍼진 안개를 뚫고 나오는 그녀의 몸짓은 주술적이었다.

그 유명한 '백조의 호수' 파드되에서도 고혹은 끝나지 않았다. 마치 물결치듯 밀려오는 라카라의 팔 동작을 보고 있자니, 전율이 일어 어깻죽지에서 마치 날개가 돋아날 것처럼 간지러웠다. 그런 우아함을 부드럽게 받아주는 골딩도 안정적이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 콤비인 강효정과 제이슨 라일리 역시 주목할 만한 무대를 선보였다.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 '오네긴' 회한의 파드되를 선보였는데 특히 드라마를 전달하는 강효정의 감정 연기가 빼어났다.

[서울=뉴시스] 스페셜갈라 '춘향' 강미선·이현준.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0.02.10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스페셜갈라 '춘향' 강미선·이현준.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0.02.10 [email protected]

지금의 유니버설발레단을 만든 이 팀의 간판 무용수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특히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와 2017년 '호두까기인형'에서 탄탄한 호흡을 보여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 최영규의 2인무는 이번에도 빛났다.

특히 경쾌한 음악에 화려한 기술로 이날 갈라에 약동하는 리듬을 불어넣었다. '사타넬라'의 베니스 카니발은 흥겨운 축제였다. 이날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돈키호테' 3막 그랑 파드되에서 최영규의 탄력 넘치는 점프, 홍향기의 부드러운 회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를 순간 잊게 만들만큼 생명력이 넘쳤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이현준이 보여준 이 발레단의 간판 창작 레퍼토리 '춘향'의 해후 파드되는 여전히 아련했다. 이 밖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손유희, 최지원 등 유니버설발레단 다른 간판 무용수들도 제몫을 했다.

이날 또 눈에 띈 것은 공연장. 유니버설아트센터는 1981년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뒤, 발레단과 함께 성장해왔다. 최근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이 공간을 빌려 촬영했을 만큼 고풍스럽다.

이번 갈라는 '설립자 문선명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헌정공연의 성격을 가졌다. '발레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민간발레단이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순수 민간 주도로 35년 이상 한 예술단체를 지원한 것은 세계 발레 역사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사례"라고 말했다.

고전, 드라마, 모던 발레를 자연스럽게 아우른 이날 공연은 민간 발레단을 꾸준히 지원해야 하는 동시대적 명분을 세련되게 보여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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