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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복지]'기생충' 속 기우가 현실에서 반지하 탈출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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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2-15 10:22:19  |  수정 2020-02-15 15:52:00
상위 계층 이동 불가한 현실 그린 블랙코미디
"돈 벌어 수십억대 저택 사겠다" 허무한 계획
계층사다리 놓고 빈부격차 줄이기 정부의 몫
국가장학금 혜택…부처별 취·창업지원제도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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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기생충'. 2019.06.20.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아버지, 저는 오늘 근본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돈을 벌겠습니다. 아주 많이요. 대학, 취직, 결혼 다 좋지만 일단 돈부터 벌겠습니다. 돈을 벌면 이 집부터 사겠습니다. 이사 들어가는 날 저와 엄마는 정원에 서 있을게요. 햇살이 워낙 좋으니까요. 아버지는 그냥 계단만 올라오시면 됩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럼 이만."

지난 10일 2020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을 거머쥐며 한국과 세계의 영화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마지막 장면, 기우(최우식)의 이 대사는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주택 반지하에 사는 대학입시 4수생인 기우가 사겠다고 밝힌 이 집은 글로벌IT기업 최고경영자(CEO) 박동익(이선균) 사장의 최고급 저택이다. 서울에서 고급저택이 밀집한 성북동 부촌에서 대지면적 약 660㎡ 규모 주택의 매매가는 30억원을 호가한다. 유명 건축가 '남궁현자'의 손길을 거쳤으니 50억원 이상일 수도 있다. 관객들로 하여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니…"하며 혀를 끌끌 차게 할 뿐이다.

기우가 명문대생 친구인 민혁의 소개로 박 사장과 연교(조여정)의 고등학생 딸 다혜(정지소)의 고액과외를 맡게 된 계기로 '전원백수' 기우의 가족이 차례차례 박 사장 가족과 일하게 된다. 미대 지망생인 동생 기정(박소담)이 포토샵으로 감쪽같이 위조한 명문대 재학증명서가 일조했다.

미대 입시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던 기정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응용미술을 전공한 제시카인 척 연기하며 다혜의 초등학생 동생 미술치료 교사를 맡았고, 아버지 기택(송강호)은 박 사장의 운전기사, 어머니 충숙(장혜진)은 집사 자리를 차지한다.

박 사장 가족이 집을 비웠던 어느 날 기우네 가족은 자신들 집인양 쾌적한 환경을 누리다 원래 집사였던 문광(이정은)이 찾아오면서 그 집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의 남편 근세(박명훈)가 4년3개월간 저택 지하에 숨어 살았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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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기생충'. 2019.06.20.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치킨집, 대왕카스테라 가게 등 기택의 사업이 연달아 망하면서 이 가족은 반지하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반지하보다 더 가난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근세는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서 산다. 의지와는 상관 없이 그에게 집과 먹을 것을 나눠준 박 사장을 '리스펙'(respect) 하는 근세와 문광 부부는 극빈자 계층을 상징한다.

두 가족 모두 대왕카스테라 가게를 운영하다 망했고 박 사장 집에 기생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가족은 서로를 제거하려 든다. 박 사장을 속여왔다는 비밀이 들켰다가는 당장 생계가 끊길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문광은 처음에 충숙에게 "충숙 언니, 불우이웃끼리 돕고 살아요"하며 남편에게 가끔 음식을 챙겨달라고 손을 내밀지만 충숙은 "나는 불우이웃 아니다"라며 강경하게 맞선다. 문광은 다시 호소한다. "저희는 불우해요. 저희는 돈도 없고 집도 없고 빚만 잔뜩 있어요."

갈등이 고조되면서 문광과 기정, 박 사장이 칼부림 끝에 사망하고, 기택은 증발한다. 병원에서 회복한 후 다시 반지하 집으로 돌아온 기우는 원래 하던 피자집 전단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돈을 번다. 친구가 선물했던 산수경석은 시냇물 속에 둔다. 신분상승의 욕구이자 희망을 불러일으켰던 수석은 시냇물 속에선 여느 돌덩어리와 다르지 않다.

그랬던 기우가 다시 '계획'을 세운다. 우연히 박 사장 집이 잘 들여다보이는 산에 올라갔다가 기택이 모스부호를 통해 지하실에 살고 있다는 점을 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우가 그 주택을 사들여 아버지를 구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다. 변변한 학력이나 직장, 기반이 부실한 기우가 큰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정말로 복권 당첨일지도 모른다. 기우가 또다시 허황된 계획을 세우는 '망상'에 빠졌다고 해석하게 되는 이유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우의 '계획'에는 구체적인 실현 방안 자체가 누락됐다. 막연한 꿈이나 목표에 가깝다. 영화 후반부 폭우에 반지하 집이 물에잠기자 수재민 수용소에서 잠을 청하던 기우는 기택에게 "계획이 뭐냐"고 묻는다. 기택은 아들에게 "가장 좋은 계획은 무계획(no plan)"이라고 말한다. 치킨집, 대왕카스테라, 대리운전, 발렛파킹까지 손 댄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해야 했던 기택의 절망이 짙게 드리운 대사다.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고 계층 상승 기회가 차단되는 사회 현실을 그저 "어쩔 수 없다"며 자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등은 어린 학생부터 청년들에 이르기까지 계층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기우는 20대 중반으로 젊고 몸도 많이 회복한 상태다.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살다보면 희망은 있다. 그러다 운도 조금 따라준다면 가끔은 믿을 수 없이 좋은 일도 생기는 법 아닌가. 초호화 저택을 금방 사지는 못하더라도 충숙과 기우 남은 두 가족이 조금은 유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정부의 마중물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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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기생충'. 2019.05.31.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우는 대학이나 취업, 결혼 대신 돈을 많이 벌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학에 가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벌기에 유리하다. 지난 2018년 국내 고졸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약 1만5000원이며 대졸은 2만4000원 대학원 졸업자는 3만7000원이다. 공학계열과 의학계열이 취업에 유리하며, 대학 진학과 함께 취업할 수 있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노려본다면 학업기간을 줄이고 빨리 취업할 수 있다.

기우는 군대 가기 전에 두 번, 갔다와서 두 번 등 총 4수를 했다. 최상위권 대학진학을 목표로 삼아온데다 다혜 영어수업 시연 후 과외교사 자리도 꿰찼던 만큼 가능성은 있다.

학비 걱정은 잠시 접어도 좋다. 가계소득이 낮은 학생들을 위해 대학생 중 일정 성적 기준을 충족한 학생에게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www.kosaf.go.kr)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고 가계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심사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가족 중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어머니 충숙과 기우밖에 없기 때문에 취약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기초·차상위계층부터 3구간까지는 모두 5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국가장학금을 받으려면 직전 학기 성적이 B학점(80점) 이상이어야 하지만 기초·차상위 계층 학생은 C학점 이상이면 신청 가능하다. 소득 1~3구간 학생은 C학점 경고제를 2회까지 늘려 국가장학금 기회를 한 번 더 준다.

만약 등록금이 더 비싼 공대나 의약학계열 대학에 진학해 더 많은 학비가 필요하다면 차선책으로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는 학자금 대출금리가 2%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아르바이트보다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숙식비와 교재구입비, 교통비 등 생활비도 학기당 150만원, 연간 3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입학 후 학교 안팎에서 틈틈이 일하는 근로장학금을 신청한다면 교내 9000원, 교외 1만1150원의 높은 시급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진학 중 중소·중견기업 취업과 창업을 희망하는 3~4학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희망사다리 장학금(1유형)'도 노려볼 수 있다. 교육부는 모두 6200명을 대상으로 학기별 등록금 전액과 장려금 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 대학 진학에 뜻이 없다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저소득 취업취약계층에 대해 개인별 취업활동계획에 따라 진단·경로설정부터 의욕·능력증진, 집중 취업알선 단계별로 통합 지원한다. 만 18세부터 34세 이하 청년 중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거나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않는 청년 등이 지원대상이다. 단계별로 1단계 최대 25만원, 2단계 최대 월 28만4000원의 참여수당을, 실제 취업한 경우 '취업성공수당'을 최대 150만원까지 지급한다.

실업이나 재직, 자영업 등 어떤 상황이든지 5년간 300만~500만원의 직업훈련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국민내일배움카드'(hrd.go.k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계층은 500만원을 지원하며, 자기부담금도 면제된다. 특히 국가기간 및 전략산업직종 등 특화과정은 훈련비 전액을 지원한다.

중소·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들의 장기근속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www.work.go.kr/youngtomorrow/index.do)로 목돈도 마련해야 한다. 근로자는 월 12만5000원씩 24개월, 또는 월16만5000원씩 36개월간 납입할 수 있으며 24개월형(정부 900만원+기업 400만원)보다 3년형(정부 1800만원+기업 600만원)의 지원금이 훨씬 높다.

기우와 그 식구들은 분명 선하지 않다. 다혜와 다송이를 열외로 두더라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마냥 선하다고, 또 악하다고 할 수 없이 입체적인 면을 가졌다.

상위계층인 박 사장은 하위계층인 기우네 가족과 문광이 선을 넘는 행위를 극도로 싫어한다. 지하실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며 계급의식을 드러낸다. 기우네 가족은 더 높이 올라가려고, 남을 제거하는데 거침이 없다. 문광네는 오랫동안 박 사장을 속였지만 삶이라도 보존하길 바라며 갈등한다.

봉준호 감독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 기생충의 메시지에 대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느 정도까지 지키냐에 따라 그것이 영화의 제목처럼 기생이 되느냐 아니면 좋은 의미의 공생, 상생이냐가 어찌 보면 거기서 갈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 가족이 서로를 경멸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기우네와 문광네 가족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았다면, 참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양보와 때로는 대타협이 필요하다. 각 부처의 청년지원제도가 하루하루 희망과 기회는 줄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사회상을 바꾸기란 한계가 분명하다. 영화 '기생충'에 그려진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단면을 깊이 통찰해야만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이 지독한 블랙코미디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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