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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아프간전 '미군'의 전쟁범죄혐의 공식 조사 허용…최초

등록 2020.03.05 22: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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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국제형사재판소(ICC) 항소심 재판부가 5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은 물론 미군의 반인륜 잔학행위 및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소속 검찰부의 본격 조사를 허용하는 중대한 판결을 내렸다.

2002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로마 협약에 의해 헤이그에 설치된 ICC는 120여 개국이 회원국으로 서명 비준했으나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과 같이 가입하지 않았다. 세계 각지에 파견돼 전투 현장에 투입되는 미군의 법적 안전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는데 이번 ICC 항소심 결정은 미군 조사에 대한 사상최초의 허용이다.

미국은 가입국은 아니나 ICC의 조사 및 재판을 그대로 무시할 수는 없는 처지다. ICC는 회원국이 저질렀거나 회원국 영토에서 벌어진 반인륜 잔학행위, 전쟁범죄 및 제노사이드 혐의에 대해 관련국들의 사법 제재 의지 및 능력을 확신할 수 없을 때 조사 및 기소 그리고 재판을 한다. 회원국에 대해 부분적인 영향을 끼쳐더라도 사법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다.

ICC의 검찰부는 관련국 및 국제사회 단체의 고소 고발을 바탕으로 예비조사를 벌인 뒤 기소를 위한 본격조사를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다. 2001년 뉴욕 9/11 테러 직후 미군의 침입으로 시작된 아프간전에 대해 ICC 검찰부는 10년 가까이 예비조사를 진행한 뒤 파투 벤수다 검사장이 2017년 11월 재판부에 본격조사 허용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ICC 1심은 파투 벤수다 검사장의 요청 소를 기각했다. 관련국들인 미국 및 아프간 정부의 협력을 기대할 수 없어 조사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거절 이유였다. 서아프리카의 소국 감비아 법무장관 줄신의 여성 검사장인 벤수다는 항소했고 2019년 12월 항소 청문회가 열렸으며 3개월 뒤 이날 항소심이 1심을 뒤집고 ICC 검찰에게 미군을 조사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다.
 
【AP/뉴시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 최고책임자인 파토우 벤소우다 검사장의 2013년 11월 자료사진. 8일 검사장은 필리핀의 마약전쟁 관련 의혹에 대한 예비 조사를 개시한다고 말했다. 2018. 2. 8.

【AP/뉴시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 최고책임자인 파토우 벤소우다 검사장의 2013년 11월 자료사진. 8일 검사장은 필리핀의 마약전쟁 관련 의혹에 대한 예비 조사를 개시한다고 말했다. 2018. 2. 8.

벤수다 검사장은 ICC 검찰이 장기간 예비조사를 통해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의 잔학행위는 물론 초기 아프간전에서 미군의 고문, 성폭행 등의 혐의사실을 다수 파악했다고 밝혔다. 검사장의 재판부에 대한 본격검사 요구 소송이 알려지자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동원해 협력 불가 입장을 확실하 하고 ICC 검찰에 대한 비난 및 압박에 나섰다. 벤수다 검사장은 미국이 검찰부 직원들은 물론 조사차 방문을 앞둔 자신의 비자를 무효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ICC 항소심의 이날 획기적 결정에도 미군의 전쟁 중 잔학 반인륜행위와 전쟁범죄 행위 혐의가 최초로 국제재판소에 공식 기소되고 재판에 회부될지 장담할 수 없다. 본격조사를 허용받았지만 그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또 임기 10년이 2년 남아있는 파투 벤수다 검사장이 교체될 때 적극적인 조사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미군의 전쟁범죄 혐의는 판결 내용 이전에 유엔 산하의 국제재판소에 공식 기소된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ICC는 그간 10건을 기소했으나 대부분 아프리카의 잔학한 독재자나 군벌이 타깃으로 이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벤수다 검사장은 미군과 아프간군, 탈레반의 아프간전 혐의 외에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정부의 초법적 마약전쟁, 미얀마 정부군의 무슬림 로힝야족 학살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착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한국의 송상현 전 서울대법대 교수는 2003년부터 2015년까지 ICC 재판관으로 봉직했으며 2009년부터는 재판장을 맡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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