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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미스터리' 청도대남병원…클린존 확진에 감염원 '미궁 속으로'

등록 2020.03.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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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경로 못 밝힌 청도대남병원 같은 건물서 추가 확진

방역당국, '청정구역' 지정에도 바이러스 재유입돼 당혹

전문가들 해석 분분…'방역 헛점' vs '무증상 감염 확산"


[청도=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22일 오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의료진이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2020.02.22.lmy@newsis.com

[청도=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22일 오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의료진이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122명(6일 오전 0시 기준)으로 신천지 대구교회에 이어 집단발생 규모가 2번째로 큰 경북 청도대남병원 같은 건물에서 또 다시 확진환자가 나와 보건당국을 당혹케하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달 19일 첫 확진자(47·전체로는 27번째)가 나온지 2주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더구나 추가 확진이 나온 곳은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방역당국이 청정구역(클린존)으로 지정하고 소독 등 만전을 기한 곳이어서 역학조사는 더욱 미궁 속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에 나온 확진자 중에서는 13일만에 다시 실시한 진단검사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뒤바뀌는 수수께끼마저 나타나 감염원 전파의 실타래는 얽히고 꼬였다. 이대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러스 유입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요원할 수밖에 없게 돼 보건당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6일 청도대남병원 건물 3층에 위치한 군립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입원환자 2명, 직원 1명 등 총 3명이 확진환자로 판명됐다.

이 병원은 대남병원과 통로가 연결돼 있어 집단발생 당시 함께 코호트 격리(환자와 병원을 동일집단으로 간주하고 병원을 폐쇄) 중이었다. 하지만 13일이 지난 5일 자정 0시 격리해제를 앞두고 3일 시행한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환자 한 명은 앞서 3차례나 실시한 진단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이번에는 양성으로 나왔다. 13일만에 결과가 뒤바뀐 '미스터리'한 사례다.

◇지자체 방역에 헛점?…바이러스 얼마나 생존 가능한가

전문가들은 아직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보건당국의 방역망에 구멍에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소독이나 환경검체 처리 등에 소홀했거나, 바이러스가 다른 경로를 통해 새로 유입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청도대남병원의 경우 환자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가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됐기 때문에 병동 전체가 모두 바이러스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면서 "방역당국이 소독을 철저히 했는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종사자, 환자들의 동선을 명확하게 가려냈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의 접촉자를 제외하더라도 이 병원 내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자만 수십 명에 달한다.

환자의 침이나 콧물 등이 비말(공기 중 확산되는 물방울)을 통해 병동 전체에 확산됐고, 이는 병원을 드나 드는 사람을 통해 같은 건물이나 인근 지역으로 이미 전파된지 오래라는 것이다. 또 대구·경북에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곳곳에 전파된 마당에 언제 어디서든지 바이러스의 새로운 유입도 가능한 상태다.

[청도=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22일 오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의료진이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2020.02.22.lmy@newsis.com

[청도=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22일 오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의료진이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일정한 조건만 있으면 수일동안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체 접촉이나 비말을 통한 전파가 충분히 가능하다"라면서 "청도대남병원과 무관한 새로운 바이러스 유입 사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방역당국이 클린존으로 지정해 철저한 관리가 있었다는 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이혁민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보통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은 사흘에서 최대 9일 정도로 짧다"면서 "바이러스도 소독약제에 매우 약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진단검사 키트나 방법의 오류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견 제기도 있다. 다만 진단검사 전문가들은 최근의 진단 검사 과정은 대부분 자동화 되어 있어 한 번이면 몰라도 3번씩이나 연속으로 오류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잠복기서 잠복기로…무증상 감염이 시간차 확진 만들었나

'잠복기 중 전파'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13일만에 음성-양성간 판정이 뒤바뀐 '13일의 미스터리'와 관련, 이 같은 견해를 내놨다.

현재까지 밝혀진 코로나19의 평균적인 잠복기는 통상 3~5일 정도다. 이 기간동안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발생량 자체가 매우 적어 진단검사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바이러스 감염자가 잠복기 중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2차 감염자가 또다시 잠복기 중 3차, 4차 감염을 일으키는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잠복기 중에 감염을 일으켜 또다시 잠복기로 이어졌다면 (음성이 양성으로 판정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음성으로 판정됐던 사람과 접촉했던 사람이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분명히 청도대남병과 어떤 역학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이혁민 교수도 유사한 견해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가 양성화 되기 전에는 진단검사를 해도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전체 환자 중 약 1% 정도는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인 점도 진단검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잠복기가 2주 이상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외에서 코로나19의 잠복기가 최대 24일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면서 "매우 예외적으로 잠복기가 긴 감염 환자가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물 샐 틈 없었는데" 보건당국 당혹…잠복기 정의 바뀔까

이 같은 시간차 확진에 보건당국은 크게 당혹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남병원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고 의료진들이 같은 병실·병동에서 생활하면서 바깥 노출을 전혀 시키지 않았다"면서 "클린존을 최대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현재로서는 도시락 배달 외에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간 것은 검채 채취하러 들어간 의료진 정도"라며 "어떻게 감염됐는지에 대해 하나 하나 따져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현재 해당 병원의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 등 방역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또 현재 사용하지 않은 클린존과 남아 있는 병동에 대한 소독 그리고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지 등을 경북도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등과 같이 검토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내린 잠복기에 대한 정의가 바뀔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질본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 각국에서 정의한 것을 근거로 코로나19의 잠복기를 '14일'(2주간)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한 연구지는 최신 논문에서 신종코로나의 잠복기는 중간값이 3.0일이며 범위는 0∼24일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와 관련 지난달 열린 브리핑에서 " (잠복기 관련) 기준을 당장 바꿀 계획은 없다"면서 "계속 정보를 확인하면서 전문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만 밝혔다.

전문가들도 잠복기에 대한 정의를 바꿀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혁민 교수는 "(이번 청도노인요양병원 확진자가 대남병원과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전제 하더라도) 잠복기는 '며칠부터 며칠까지'로 나타내는 통계적 구간이기 때문에 확률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지금에 와서 큰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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