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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러시아 유가 전쟁…빈 살만 왕세자 비전 2030 차질

등록 2020.03.09 12: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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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20달러대 전망, 적정선은 50~60달러대

하락 지속하면 美 석유 기업도 자금 조달 어려워

전문가 "사우디, 비전 2030 전면 보류할 수도"

[두바이=AP/뉴시스]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증권거래소인 두바이금융시장(DFM)에서 한 트레이더가 전광판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2020.03.09.

[두바이=AP/뉴시스]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증권거래소인 두바이금융시장(DFM)에서 한 트레이더가 전광판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2020.03.09.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합의에 반대한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승자 없는 전쟁인 탓에 산유국 연합체가 감산 합의에 다다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요일인 8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산유국 연합체의 감산 합의 불발과 사우디가 발표한 이례적인 조치에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한때 3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등 30% 폭락했다가 낙폭을 줄였다. 몇주 안에 유가가 20달러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적정선으로 인식되는 50~60달러대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이 모인 OPEC+는 앞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났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하루 150만배럴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OPEC 좌장 격인 사우디는 생산량 감축을 통해 유가를 지지하려 하지만 러시아는 입장이 다르다. 원유 생산 단가가 낮은 편인 러시아는 유가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늘려 미국을 저지하고 싶어 한다.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는 7일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6~8달러 낮춘다고 발표했다. 원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사우디가 가격을 내리면 다른 산유국들도 가격 인하 경쟁에 동참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의 가격 인하 결정은 감산에 반대한 러시아를 겨냥한 보복 조치라고 전했다. 동시에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부르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석유회사 경영진들은 유가가 최소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디어파크=AP/뉴시스] 2017년 8월3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디어파크의 셸 디어 파크 정유시설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2020.03.09.

[디어파크=AP/뉴시스] 2017년 8월3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디어파크의 셸 디어 파크 정유시설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2020.03.09.

유가가 대폭 하락하면 영향은 전방위적이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석유 기반 경제가 이미 휘청이고 있는 이란, 베네수엘라가 취약하다. 부채가 있는 미국 석유 기업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재정적 압력이 커진다. 미국 석유기업들은 텍사스주 및 다른 지역에서 노동자들을 해고해왔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브라질 등 석유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심각한 경기 둔화를 겪을 수 있다. 

첫번째로 충격을 받은 국가는 사우디였다. 아람코 주가는 7일 9% 넘게 빠져 최초로 공모가를 밑돌았다. 아람코의 주가가 계속 내리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 개혁 구상인 '비전 2030'이 위태로워진다.

라이스대 산하 베이커 인스티튜트의 중동 분석가 짐 크레인은 "가격 전쟁은 사우디가 비전 2030을 전면 보류하고, 왕국을 저임금에 허덕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는 석유로 넘쳐나고 있으며, 수요는 계속 감소할 전망이라고 NYT는 전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부른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이미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사우디는 하루 970만배럴을 생산해왔으며, 최대 생산 가능 규모는 1200만배럴 정도라고 NYT는 전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는 하루 200만배럴을 더 생산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란은 약 100만배럴 추가 생산이 가능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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