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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9월 학기제 지금 검토 안하지만 여지 있다"(종합)

등록 2020.03.22 17:58:28수정 2020.03.22 18: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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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의제화

코로나19 개학연기 더 미뤄질바에 9월 학기제

교원단체 등 전문가 신중론 우세…'졸속' 우려

2015년 KEDI 10조원 가까운 사회적 비용 추산

교육부 "9월 학기제 지금 검토 안하지만 여지 있다"(종합)

[서울=뉴시스]이연희 김정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 유치원, 초·중·고의 개학이 연거푸 미뤄지자 이참에 9월에 1학기를 시작하는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교원단체 등 교육계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1997년부터 논의돼 왔으나 많게는 10조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들 수 있는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어서다.

교육부 한 간부는 22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9월 신학기제가 의제화돼 당황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개학연기와 연관해 9월 신학기제를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9월 신학기제와 관련해 발언한 데 대해 "정치적 발언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 것인지는 살펴봐야 한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의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타당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는 이상의 답변 외에는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9월 신학기제 공론화는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예산, 교육과정, 교원수급문제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전날 김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역발상이 나온다"며 "3월에 개학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 여름방학기 기간 동안 새학년을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도 가질 수 있다"며 "애매한 2월 봄방학 문제도 해결하고 교류하거나 유학을 준비하기도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9월 신학기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김 지사는 22일 오후 2시에는 "지금 당장 시행하자는 제안은 아니다"라며 "9월 신학기로 바뀌면, 학교 학사일정 뿐만 아니라 대학 입시, 취업을 포함한 사회의 많은 분야가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공론화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0여 년간 교육계에서는 끊임없이 9월 신학기제 주장이 있었고 이에 관한 연구도 많았으나 이를 시행하기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심각해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현재의 6-3-3-4제의 개혁은 물론 고교학점제 교육개혁, 유아교육의 학교체제 편입 등을 고려할 때 함께 연구해야 할 당면한 하나의 전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9월 신학기제가 의제로 대두된 데에는 교육부가 개학을 세차례 연거푸 미뤘음에도 더 미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졌다는 점이 한몫 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청원을 보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9월 학기제 도입 검토를 요구한다'는 글이 게재돼 있다.

이 청원인은 "시기적절하지 않은 개학이 더 큰 재난 상황을 만들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지금처럼 1~2주 단위로 찔끔찔끔 개학 연기를 논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한 학기를 일괄삭제처리(완전휴교)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 등의 말처럼 9월학기제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문민정부의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교개위)가 9월 신학기제를 처음 공론화 했었다.
교육부 "9월 학기제 지금 검토 안하지만 여지 있다"(종합)

교개위는 한국의 3월 신학기가 대다수 선진국과 비교해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점, 2월 중 봄방학을 하느라 수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막연하게 세계표준에 맞춰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9월학기제를 도입하는 데에는 여러 부작용이 따른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9월 신학년제 실행 방안' 보고서에서 3월 입학을 6개월 앞당기는 경우 첫 학년에 신입생이 두 배로 늘면서 12년간 약 1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신입생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교원을 더 뽑아야 하고, 수업을 들을 교실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산수용해도 KEDI는 비용을 최소 9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법도 개정해야 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신학기를 3월1일에 시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선을 한 달도 안 남겨둔 시점인데다가 21대 국회의원이 선출되더라도 원구성을 하려면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교육계 인사들도 코로나19 사태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논의가 나오는 점에는 이해하지만, 급작스럽게 추진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학기제 변화는 사회적 쟁점이 만만찮지만 현실적 불안감 때문에 나오는 담론이라고 생각한다"며 "순차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반드시 오류가 생기므로 과거 담론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신현욱 정책본부장도 "장단점이 있지만 모든 사회적 시계가 반년 미뤄질 수 있는 일이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학 전문가는 9월 신학기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유럽 등 다른 국가 교육학자들이 오히려 3월 신학기제의 장점을 주목하며 바꾸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면서 "9월 신학기제는 1월 신학기제와 비교해도 득보다 실이 더 큰 제도"라고 지적했다.

박 전 총장은 "9월 신학기제는 1980년대부터 선거나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제기됐기 때문에 이번 논의도 정치적 제안 성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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