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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태자, 청 황실의 시조?…이상훈 소설 '김의 나라'

등록 2020.04.21 17: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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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공정 허구성을 꿰뚫는 역사 미스터리 완결판

마의태자, 청 황실의 시조?…이상훈 소설 '김의 나라'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중국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부이·溥儀)의 성씨는 왜 아이신줘러(애신각라·愛新覺羅)일까. 애신각라가 정말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생각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풀릴 듯 풀리지 않고 있는 사학계의 미스터리다. 중국 역사서는 청 황실의 뿌리가 신라에서 왔다고 밝히고 있긴 하지만 속 시원한 봉인 해제는 아니다.

이런 가운데 전남 나주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전문예술극단 예인방 예술감독인 작가 이상훈의 장편소설 '김의 나라'가 미스터리 추적에 나섰다.

'김의 나라'는 '한복 입은 남자', '제명공주'로 이어진 이상훈 역사소설 3부작의 완결판이다.

소설은 신라의 종말을 떠올리는 '포석정의 눈물'에서 시작한다. 서라벌과 화랑을 호령하던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은 아버지 경순왕의 굴절된 처세와는 달리 고려에 끝까지 맞서며 투쟁한다. 김일은 마의태자로 불린다. 경순왕이 나라를 고려에 바치려 하자 개골산(금강산)에 들어가 마의를 입고 초식으로 연명하다가 생을 마쳤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생몰연대도 없을 뿐 아니라, 마의태자와 관련된 대부분의 이야기도 후대의 전승에서 비롯됐다는 소설 속 인물로 치부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작가는 마의태자 전설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강원도 인제와 더불어 마의태자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충주를 더듬는다. 마의태자는 서라벌을 혼자 떠난 게 아니라, 일군의 무리를 이끌고 신라 부흥운동에 나서는 인물로 역사에 그렇게 등장한다. 북방으로 올라간 마의태자는 고려 왕건의 딸 낙랑공주와 애절한 사랑에 빠지며 새로운 터전을 닦는다. 발해를 일궜던 후예들을 만나고, 여진족과 힘을 합쳐 새로운 대제국을 건설하는 발판을 다진다.

소설의 주인공 진국은 10년째 마의태자의 북행루트를 좇아온 다큐멘터리 프로듀서(PD)다. 인제의 한계산성과 경주의 문무왕릉비 등을 뒤지고 중국의 '금사(金史)'와 조선시대 김정희의 '해동비고(海東碑攷)'를 연구하지만 역사적 고증에 부딪치면서 방송제작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던 중 영화 '마지막 황제'를 관람하다가 청나라 마지막 황제의 성씨가 애신각라였다는 사실에 문득 의문을 품게 된다.

이상훈 작가

이상훈 작가


청나라 황제의 후손들이 지금까지도 애신각라를 성씨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진국은 베이징 특파원 선배인 명대의 도움과 국내 역사학계에서 이단아로 취급받는 차경일 박사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급기야 진국은 한반도와 만주, 그리고 중국, 동북아를 꿰뚫는 역사의 비밀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다.

진국은 여진의 시조인 함보의 흔적을 추적한다. 기나긴 역사의 비밀은 결국 금나라가 곧 김의 나라였음을 밝히면서 하나하나 풀어진다. 청(후금)을 건국해 금의 불씨를 되살린 누르하치 역시 여진족의 후예였고, 푸이가 애신각라라는 성씨를 사용한 봉인도 자연스레 벗겨진다.

진국은 다큐멘터리 말미에서 '금나라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라며 중국이 진행 중인 동북공정의 허구를 고발한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단순히 신라인의 후예가 금제국을 건설했다는 민족적 우월감을 확인하자는 의도가 아니라, 2003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역사전쟁, 즉 동북공정이 얼마나 허황된 역사관인가를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상훈 작가는 "역사에 대한 무관심은 단순히 우리 역사를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현재, 나아가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잃어버리는 일"이라며 "마의태자의 미스터리한 역사적 발자취에서부터 애신각라 푸이까지 이어지는 추적 작업이 중국의 야심찬 동북공정 역사관을 근본부터 흔드는 시발점이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KBS와 SBS PD를 거쳐 예인방 예술감독과 박스미디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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