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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푸드]군산에 짬뽕집 쌔부렀다…근디 겁나게 다 맛있다

등록 2020.04.29 05:00:00수정 2020.04.29 14: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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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6만 작은 도시에 중식당만 무려 167곳…맛은 천차만별

일제강점기 지친 노동자들의 허기 달랬던 산둥식 초마면이 원조

신선한 해산물·야채 공수해 당일 소진…오후 8시면 문닫는 곳 많아

복성루, 지린성, 빈해원, 쌍용반점, 영화원, 수송반점 등 맛집 즐비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시 장미동에 조성된 짬뽕거리의 조형물. 2020.03.27.pmkeul@newsis.com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시 장미동에 조성된 짬뽕거리의 조형물. [email protected]

[군산=뉴시스]고석중 기자 = 항구도시 전북 군산이 내륙과 해안의 식재료들이 어우러진 음식들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그 가운데에 짜장면과 더불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짬뽕이 있다.

군산 여행을 할 때 짬뽕을 먹지 않았다면 군산에 가지 않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군산 짬뽕만은 반드시 맛을 봐야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군산의 대표 음식 짬뽕은 167개 중국집이 맛을 겨루고 있다. 인구 26만 작은 도시에 엄청난 음식점 숫자다.

식당마다 짬뽕 맛이 천차만별이다. 그렇지만 공통된 점은 바로 맛있다는 것이다.

지역 곳곳에 맛집이 즐비해 허기를 달래려 어느 짬뽕집을 가더라도 푸짐한 군산 짬뽕 한 그릇을 비운다면 만족스럽게 부른 배를 두드리게 된다. 골목에 있는 허름한 짬뽕집도 예외는 아니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데다 흔하디흔해 천편일률적일 것 같은 짬뽕은 음식의 고장 군산에서 다양하게 변신하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스트레스가 만땅일 땐 코가 찡하도록 매운 짬뽕, 해장하고 싶을 땐 콩나물이 잔뜩 들어간 시원한 짬뽕, 여행길 들큼한 속을 달래고 싶을 땐 싱싱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짬뽕이 제격이다.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빈해원의 짬뽕에는 오징어와 새우 등 많은 해산물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2020.03.27.pmkeul@newsis.com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빈해원의 짬뽕에는 오징어와 새우 등 많은 해산물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email protected]

일에 지쳐 피곤할 땐 돼지고기를 고명으로 올린 짬뽕, 홍합과 조개가 산더미 같은 짬뽕, 달걀 프라이를 얹은 짬뽕도 있다. 국물 색이 하얀 물짜장을 파는 집도 있다. 짬뽕 종류가 정말 버라이어티하다.

군산 짬뽕은 일제강점기 중국서 건너온 화교들로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군산은 일본으로 쌀을 실어나르는 항구였기 때문에 (구)군산역에서 내항까지 이어지는 철도 지선이 있었다.

이 주변에는 쌀을 하차해 배에 싣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몰려들었고, 자연스럽게 중국음식점이 생겼다.

짬뽕은 비록 화교들이 시작했지만 군산만의 맛으로 승화시켜온 70여 년의 역사성에 해산물이 풍부한 바닷가라는 환경적 요소와 전라도 손맛이 더해져 군산만의 짬뽕이 탄생했다.

한마디로 군산 짬뽕은 우리의 어려웠던 시절과 함께한 역사성과 이곳에서 직접 생산되는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부한 지리적 특성이 가미된 셈이다. 군산의 역사성, 풍부한 농산물과 해산물, 전라도 손맛 등 3박자가 어우러진 것이다.

군산의 짬뽕은 중국 산둥성 지방의 음식인 초마면(채소와 돼지고기, 해물 등을 기름에 볶아 닭이나 돼지 뼈로 만든 육수를 넣고 끓인 국물에 삶은 국수를 말아서 먹는 중국음식)의 변형으로 시작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인 기호에 맞는 고춧가루를 이용한 붉은 초마면을 만들었는데 1970년 이후 손님들이 초마면을 짬뽕으로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메뉴판도 초마면에서 짬뽕으로 바뀌었다.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빈해원의 소란정 사장이 짬뽕을 끓이고 있다. 2020.03.27.pmkeul@newsis.com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빈해원의 소란정 사장이 짬뽕을 끓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초창기 군산짬뽕은 돼지고기 육수로 국물을 낸 구수한 맛이 대표적이었다. 68년 전통의 ‘빈해원’ 소란정 대표(67)는 "일제강점기 해안가 인근에 살았지만, 해물을 구경하기는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부모로 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항구에 들어오는 해산물은 모두 일본으로 가져갔고, 자신들은 새우 머리나 껍질 정도나 구경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처음엔 중국 요리의 조리법인 얇게 썬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초마면을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하얀 짬뽕이다. 그후 손님들의 입맛에 따라 매콤하게 국물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단하지만 단단한 삶과 함께 어우러지는 군산짬뽕의 맛은 어디를 가도 흔하지 않은 우리의 정취와 맛을 담은 음식이다.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복성루의 짬뽕. 2020.03.27.pmkeul@newsis.com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복성루의 짬뽕. [email protected]

군산의 이름난 중국집은 대부분 배달을 하지 않는다. 전국에서 군산만의 맛을 즐기러 온 손님을 받기도 벅차서다.

영업시간도 짧다. 싱싱한 해산물과 야채를 새벽 시장에서 공수하여 당일 재료가 소진될 때까지 점심 장사만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오후 8시면 문을 닫는 곳이 허다하다.

메뉴도 많지 않다. 짜장면과 짬뽕만 파는 집이 주를 이루고, 요리라고 해봐야 탕수육이 전부인 곳도 많다.

짬뽕을 대표 메뉴로 내건 중식당이 많다. 하지만 이들 식당은 짬뽕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변주해 왔다.

특히 식용 소다와 같은 면 기능 강화제를 쓰지 않고 손으로 직접 반죽해 만든 홍영장 물짜장은 글루텐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맛이다.

군산 짬뽕은 수십 년 동안 중국집들이 국물맛으로 자웅을 겨루면서 항구도시 특유의 해산물을 이용한 얼큰한 맛이 주를 이루게 됐다. 그 짬뽕 한 그릇 먹으려고 전국에서 식객들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탄 '복성루'는 돼지고기를 따로 볶아 고명으로 얹고, 홍합·꼬막·오징어·대하 같은 해산물도 듬뿍 넣는다.

40여년 중화요리를 했다는 '복성루' 정우덕 대표는 '신선한 해물에서 우러나는 개운한 맛'을 자랑한다. 전국 5대 짬뽕으로 통하는 이곳은 오징어와 홍합, 꼬막 등 다양한 해산물과 야채를 넣고 끓인 진한 국물과 따로 볶아서 얹어내는 돼지고기 고명이 감칠맛을 더한다.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지린성의 도유덕 사장이 짬뽕을 만들고 있다. 2020.03.27.pmkeul@newsis.com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지린성의 도유덕 사장이 짬뽕을 만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미원동 '지린성'은 청양고추를 듬뿍 넣고 버섯으로 씹는 맛을 더한다. 주문 즉석에서 요리한다. 풍성한 해산물과 개운한 매운 국물이 일품이다. 여기에 면의 쫀득함으로 짬뽕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전설의 고추짬뽕이 유명하다.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723호로 등재(2018년 8월)된 빈해원은 별미고추초면을 판다. 국물이 없는 볶음 짬뽕 같다.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지린성의 짬뽕에는 많은 양의 고추가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2020.03.27.pmkeul@newsis.com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지린성의 짬뽕에는 많은 양의 고추가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email protected]

1973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중동의 중식당 '쌍용반점'은 해산물로 시원한 맛을 살린 짬뽕이 특징이다. 백합 조개와 바지락, 홍합 등으로 시원한 맛을 살린 짬뽕과 여기에 전복을 더해서 끓인 전복 짬뽕도 있다. 국물이 깔끔해서 단골손님이 많다.

문화동 '왕산중화요리' 는 매운짬뽕, 콩나물짬뽕과 백짬뽕 등이 있다. 백짬뽕은 특히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인기다. 짬뽕 안에는 대하, 바지락, 홍합,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어 더욱 더 깔끔한 맛이 나며 얼큰 칼칼해서 해장용으로도 최고로 꼽힌다.

해물과 야채가 풍부하게 들어가 시원하고 얼큰한 영화동 '영화원'은 짬뽕과 함께 물짜장도 많이 찾는 메뉴다. 면발도 유독 쫄깃해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뒤끝이 깔끔해 속 풀이 해장용으로도 일품이다.

서흥남동 수송반점은 해산물이 그릇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푸짐하다. 이곳 짬뽕은 최상의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는다. 특히 해물 위주의 짬뽕인 만큼 해물이 일단 풍부하다. 커다란 새우를 비롯해 꽃게, 오징어 등 각종 해물과 야채 등이 주재료다.

오식도동의 '홍원반점'은 꽃게 오징어 홍합 조개 등이 그릇을 푸짐하게 채우고, 국물 역시 시원하면서도 얼큰함을 자랑한다. 인근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최애' 음식점이다.

백종원 요리연구가도 진땀 뺀 고추짬뽕이 유명한 지린성은 SNS에서 화제다. "고추 짬뽕은 맑은 국물에 아주 맵습니다", "매운데 자꾸 생각나는 맛", "맵고 양 많고 야채 해산물 신선하다", "새우탕+해물탕 맛 짬뽕 진하고 시원합니다" 등의 다양한 후기가 빼꼼하다.

미우새 이상민이 다녀간 ‘왕산중화요리’, 군산맛집 수요미식회 짬뽕맛있는집 ‘쌍용반점중식당’, 군산에 가면 짬뽕 ‘수송반점중식당’, 물짬뽕 그리고 짬뽕밥이 맛있는집 ‘영화원중식당’ 등의 짬뽕도 다양한 사연을 담은 블로거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장미관의 김영훈 사장이 짬뽕을 만들며 불맛을 내고 있다. 2020.03.27.pmkeul@newsis.com

[군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군산에 위치한 중식요리 전문점 장미관의 김영훈 사장이 짬뽕을 만들며 불맛을 내고 있다. [email protected]

SNS가 활발해지는 시기에 맞춰 짬뽕 열기에 고무된 군산시가 짬뽕 특화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군산시는 명성을 얻고 있는 '군산짬뽕'을 특화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총 15억원을 투입해 짬뽕거리를 조성 중이다.

짬뽕특화거리 조성 추진 대상 지역으로 근대역사 박물관 인근 동령길을 선정해 총 10여개 업소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군산시는 2019년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군산 짬뽕 육성 전략 및 브랜드명 등 개발' 연구용역을 통해 군산짬뽕 브랜드명은 '군산짬뽕', 특화거리 브랜드명으로는 '짬뽕시대로'로 선정했다.

2020년 상반기 특화 거리 내 군산짬뽕을 형상화한 조형물 설치를 시작으로 환경정비 공사 시행, 관광 맛지도 제작·홍보, TV 방송을 활용한 적극적인 군산짬뽕 알리기도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며 입점자도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짬뽕 특화거리를 무대로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직접 짬뽕과 함께하는 짬뽕 페스티벌 개최로 짬뽕 특화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곳은 현재 성업중인 빈해원과 홍영장을 비롯해 과거 인기를 끌었던 만춘향 등 중국 화교들이 짬뽕 음식점을 운영해온 거리다.

근대문화유산이 인근에 자리한 이곳을 시간여행과 함께하는 짬뽕의 성지(聖地)로 만들어 간다는 복안이다.
군산짬뽕라면과 스낵 뽀사뿌까

군산짬뽕라면과 스낵 뽀사뿌까

군산원예농협을 중심으로 지역농협이 식품회사를 꾸려 '군산짬뽕라면'과 부숴먹는 라면 스낵 '뽀사뿌까'를 최근 출시했다.

지역 대표 특산물인 흰찰쌀보리를 결합해 끓여 먹는 라면과 부숴먹는 스낵은 출시 3일 만에 10만개가 팔려나갔다.

짬뽕의 도시에서 지역의 특성을 살려 흰찰쌀보리와 우리밀, 국내산 감자 등을 원료로 사용하고, 군산 앞바다의 풍성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이용한 수프를 개발해 맛이 일품이라는 평가다.

군산시 오숙자 위생행정과장은 "짜장면 박물관이 있는 인천 차이나타운처럼 군산하면 짬뽕, 짬뽕하면 군산으로 기억되는 짬뽕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짬뽕 특화사업을 근대역사문화 관광지구와 연계해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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