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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온라인 공연] 국립오페라단 '동백꽃 아가씨'…변사 채시라

등록 2020.05.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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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동백꽃 아가씨'. 2020.05.12.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동백꽃 아가씨'. 2020.05.12.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허허벌판 같은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 붉은 빛 동백꽃이 피어났다. 지름 24m의 원형무대와 그 원형무대의 절반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꽃이다.

유명 색상회사 팬톤의 컬러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빨강, 노랑, 분홍 등의 진한 색상이 스크린을 뚫고 무대를 색색별로 물들었다.

밤하늘 그리고 근거리의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예상치 못한 배경으로, 색다른 운치를 안긴다.

국립오페라단이 '집콕! 오페라 챌린지'의 하나로 17일까지 자체 유튜브채널을 통해(https://www.youtube.com/channel/UC6KCcAMTxQrBPS7d9Q1hyug) 야외 오페라 '동백꽃아가씨'를 공개한다.

2017년 8월 27일 88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공연한 실황이다. KBS중계석 방송분으로, 이번 스트리밍을 위해 KBS에서 무상제공했다.

알렉상드르 뒤마 2세(1824~1895)의 소설 '동백꽃 여인'이 토대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작품이다.

무용연출가로 이름을 드높인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았는데 한복, 민화 등이 어우러진 '오페라 사극'이라 부를 만했다. 한국무용수들의 전통 춤사위도 더해졌다.

정구호가 무대, 조명까지 도맡은 이 작품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성공을 기원해 마련됐다. 주로 국립오페라단 작품이 공연한 2000석 규모의 실내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아닌 야외에서 회당 관객 7000명을 만나야 한다. 자연음향을 강조해야 하는 보통 공연과 달리 마이크와 스피커도 대거 사용된다.

결국 오페라적인 완성도 자체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인지 아닌지가 이 작품의 성공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다. 명분이 있는 이벤트였다. 정구호가 국립무용단과 손잡은 '단' '묵향' '향연'으로 인정받는데, 주효했던 하나는 비주얼적이었다.

[서울=뉴시스] '동백꽃 아가씨' 중 변사 채시라. 2020.05.12.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동백꽃 아가씨' 중 변사 채시라. 2020.05.12.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email protected]

패션 큐레이팅의 선구자인 1세대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와 한복의 패션화를 이끈 한복 브랜드 '차이킴'의 디자이너인 김영진 대표를 양날개로 단 정구호는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야외오페라에서 LED와 화려한 의상으로 우선 눈길부터 사로잡는다.

다중 턴테이블 무대는 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될 때마다 엇갈리며 꽃봉오리 형상 등의 모습을 취했다. 전체적으로 담백한 무대에 변화를 줬다. 검고 하얗고 빨간 부채 등의 소품 활용도 인상적이었다.

'동백꽃 아가씨'는 본래의 오페라 배경인 18세기 프랑스 귀족문화를 동시대인 조선 영·정조시대의 양반문화, 즉 귀족·기방 문화로 옮겼다.

정구호는 이 과정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고급 매춘부인 '비올레타'와 당대 명성이 높았던 기생 '황진이'의 공통점을 찾았다. 그는 송혜교 주연의 영화 '황진이'(2007·감독 장윤현)의 미술감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결국 비올레타는 시도 짓고 노래도 하는 예인이기도 했던 조선시대 기생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녀의 알프레도 대한 순수한 사랑이 강조되면서 팜 파탈 성향보다 고결함에 방점이 찍혔다.

아리아는 원어 그래도 부른다. 대신 언어적, 정서적 차이를 없애고자 스토리텔러인 변사가 등장한다. 유명 배우 채시라다. 막 사이마다 총 4번 등장하는 채시라는 모노드라마처럼 앞서 진행될 막의 이야기를 압축 또는 예고해서 들려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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