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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썩는 플라스틱'에 도전했던 사장님 "불가능한 목표였다"

등록 2020.06.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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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광분해 플라스틱 연구개발에 도전

3여년 만에 "불가능하다"며 백기

"시장성이 없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서울=뉴시스] 장길남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분해성 플라스틱을 연구했는데 내가 분해될지는 몰랐다.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였다"로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장길남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분해성 플라스틱을 연구했는데 내가 분해될지는 몰랐다.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였다"로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분해성 플라스틱을 연구했는데 내가 분해될지는 몰랐다.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였다. 3년 동안 시간과 돈을 들이고 나서야 왜 대기업이 이걸 그동안 안했는지 알겠더라."
 
장길남(58) 주신글로벌테크 대표는 30년 정도 플라스틱 관련 일을 했다. 플라스틱 사출, 성형 기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플라스틱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친환경 플라스틱이 가능할지 연구했다. 썩는 플라스틱, 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키웠다.
  
2002년께 회사를 차렸다. 그동안 관심을 가졌던 분해성 플라스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제품화 하기로 했다. 모아 둔 자금에 총 8명으로 출발했다. 연구개발 인력은 대부분 석·박사급으로 꾸렸다. 장 대표가 연구하는 분해성 플라스틱은 당시 언론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장 대표는 "우스갯 소리로 '이러다가 노벨상을 타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였다"며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간이었던 2000년대 초반은 벤처 붐이 일어 조금만 잘 돼도 상장하기 쉬웠고, 벤처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개발에 3년이 소요됐다. 기술보증기금 기술평가를 통해 3억5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서울 방배동 집도 팔았다. 총 10억원 가까이 돈이 들어갔다.
 
그렇게 장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전분, 밀대 등으로 만든 플라스틱이었다. 전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제품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썩는 플라스틱은 열에 취약했다.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함몰되거나 코팅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 게다가 이 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이 2~3배 비쌌다. 장 대표는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시장성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완전히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어느 정도 가능할 듯 했다. 100% 썪지 않는 대신 환경에 대한 피해는 덜한 수준의 플라스틱은 가능했다. 다만 의료용 실로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제작 단가가 어마어마하게 비싸졌다. 완전히 썩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수거하기에 더 복잡한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당시에는 생분해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제품으로 만드는 게 가능은 했지만 (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내놓기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때 쯤 장 대표는 완전하게 녹는 플라스틱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동안 남들이 이걸 연구하거나 제품으로 만들지 못했는지 장 대표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장 대표에게 분해성 플라스틱이 제품화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장 대표는 "시장성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장 대표는 "밀, 밀대, 해초 등 자연적인 재료로  분해성 플라스틱을 제품을 양산하려면 코팅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는 절대 안 된다"며 "국가 지원을 받더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고 양산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금 부족하게 만들면 말만 분해성 플라스틱이지 분해되는 함량이 10% 미만으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완전한 의미의 생분해 플라스틱은 사기라고 본다"며 "광분해 해서 썩는 실험을 보여주면 다들 놀라지만 강도가 안 나오고 잘 깨진다. 플라스틱은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어야하는데 그렇게 만드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장 대표 3년 정도 사업을 더 끌었다. 그간 해왔던 자신의 목표를 부정하기 싫었던 심정이 컷다. 장 대표는 "나를 부정하기 싫었고,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매달 3000만~4000만원씩 나가는 유지비를 견디지 못하고 2006년 폐업을 결정했다.
 
장 대표는 폐업 후 몸이 심각하게 좋지 않아져 2~3년을 쉬면서 지냈다. 프리랜서 영업직으로 틈틈이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8년 재도전을 결심했다. 다시 플라스틱이었고, 이번에는 재활용이었다.
 
장 대표는 "플라스틱 처리 방법은 두 가지다. 썩게 만들거나 재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며 "생분해가 더 화려해보였고 재활용은 어자피 쓰레기라서 화려해 보이지 않았었지만 (생분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지금은 재활용을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기계와 시스템을 개발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매출이 연 1억5000만원 정도다. 올해는 3억5000만원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초보 창업가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장 대표는 "창업자들을 보면 자꾸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을 하려고 한다"며 "시장에 필요 없는 기계는 박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던 분해성 플라스틱에 도전하고 시간과 돈, 마음을 쏟아 부은 후에 얻은 교훈이다.
 
이어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시장에 나갔을 때 어떤 임팩트가 있을지 판단하고 사업을 하면 좋겠다"며 "시장이 원하는 단가를 맞춘 제품인지, 비싸지만 꼭 필요한 것 제품인지 분석정도는 당연히 해야한다. 그리고 A~B~C 등 안을 만들어 놓고 사업을 진행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장 대표는 "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려고 했는데, 내가 분해될지 몰랐다"며 웃었다.

[서울=뉴시스] 장길남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최소 1~2년 동안은 시장 나갔을 때 어떤 임팩트가 있을지 판단하고 사업을 하면 좋겠다"며"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장길남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최소 1~2년 동안은 시장 나갔을 때 어떤 임팩트가 있을지 판단하고 사업을 하면 좋겠다"며"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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