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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브로드웨이 42번가', 오래도록 공연하는 이유

등록 2020.06.25 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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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2020.06.25. (사진 = CJ ENM·샘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2020.06.25. (사진 = CJ ENM·샘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오래도록 여러 번 공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96년 국내 초연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최근 17번째 서울 공연의 막을 올렸다. 2018년에 이어 2년 만에 돌아왔는데, 놀랍게도 지금과 맞물린다.

극 중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기 브로드웨이로, 공연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때다. 깊어지는 불황에 안전까지 더해 생각해야 하는 코로나19 시대에 배우도 관객도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매력은 긍정을 통한 위로다. 무명 배우가 스타로 탄생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다. 지역 도시 앨런타운에서 올라온 '페기 소여'는 코러스걸에서 일약 브로드웨이 유명 배우로 거듭난다. 작은 먼지 취급을 당해도 꿈꾸는 먼지이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소여는 밝음으로 험난함을 이겨낸다. 

빤한 이야기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쉽고 분명한 메시지는 직진으로 진심을 전달하며 뭉클하게 만든다. 

페기의 주변에는 악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같이 코러스걸로 일하는 동료들은 그녀의 재능을 시기할 법도 한데, 험담하거나 재능을 깎아내리기는커녕 성공할 수 있도록 응원한다. 처음에는 페기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브로드웨이 유명 여배우 '도로시 브룩'도 결국은 페기의 멘토가 돼 준다.

작품 속 배경인 대공황기, 이 작품이 초연한 1980년대, 재연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 모두 연대가 필요한 때다. 시대적 맥락은 다르더라도,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위기 속에서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 일상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공연을 올리는 과정의 지난함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신산한 삶이 겹쳐지기도 한다.

물리·심리적으로 서로 멀리할 수밖에 없는 코로나19 시대에 이처럼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위로와 희망을 어깨동무하는 태생적 밝음으로 위로를 건넨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2020.06.25. (사진 = CJ ENM·샘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2020.06.25. (사진 = CJ ENM·샘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게다가 이 뮤지컬을 대표하는 탭댄스는 마음을 두드린다. '브러시' '처그' 등 탭댄스 용어는 몰라도 그 리듬에 가슴이 뛴다. 계단 장면, 그랜드 피아노 장면에서 폴짝 위로 뛰어오르면서 뒤로 가는 동작인 '풀 백(Pull Back)'은 언제나 감탄을 부른다.

매 시즌 합류하는 뉴 캐스트들도 오래된 공연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다. 지난 23일 소여 역의 김환희, 소여를 돕는 카리스마를 겸비한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의 양준모, 브록 역의 정영주는 이번 시즌에 각 역을 처음 맡은 배우들이다.

'베르나르다 알바' '빅피쉬' 등을 통해 최근 가장 떠오르는 김환희는 싱그러운 매력을 뽐내며 소여처럼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양준모는 넘버가 많지 않은 마쉬 역에 확실한 멜로디를 부여한다. 정영주는 이해심 깊은 브록을 보여준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랜드 오픈 위크를 맞아 커튼콜 이후 감사함을 전하는 배우들의 무대인사를 진행 중이다. 극중 배역들처럼 이번에 처음 데뷔하는 앙상블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인사를 할 때, 주연배우들의 열연과 다른 감동이 찾아온다. 객석은 '미래의 소여'를 마주하며 가슴이 부풀게 된다. 무대가 계속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빌리 로러 역의 서경수, 애브너 딜런 역의 임하룡과 오세준도 이번에 새로운 캐스트다. 마쉬 역의 송일국과 이종혁, 브록 역의 최정원과 배해선, 메기 존스 역의 전수경과 홍지민, 소여 역의 오소연, 로러 역의 정민, 버트 베리 역의 김호와 임기홍 등 기존 캐스트들도 나온다. 8월23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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