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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로 뒤집혔던 '채팅만남 강간' 사건…대법서 또 반전

등록 2020.07.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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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앱으로 만나 감금·성폭행 혐의 사건

1심, 유죄…2심 "피해자 진술 의심돼" 무죄

대법 "성폭행 피해자 사정 고려하지 않아"

무죄로 뒤집혔던 '채팅만남 강간' 사건…대법서 또 반전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성범죄를 당한 후 즉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본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납득할 수 없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간 및 감금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스마트폰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B씨와 만나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B씨의 진술에서 모순되는 부분을 찾을 수 없다"며 "비록 사건 당일 만나게 된 경위, A씨와 통화했는지 여부 등 일부 진술이 분명하지 않은 면이 있으나 부수적인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이라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신상정보 공개, 5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범행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A씨가 자동차를 이용해 B씨와 이동하는 동안 B씨를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감금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B씨의 진술만으로는 차에서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알 수 없고, 제압해 목을 졸랐다고 하면 흔적이 남아 있을 법한데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범행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고 나머지 증거는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명력을 가진 증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면 불이익을 받거나 신분이 노출되는 등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진술을 믿기 어려운 것으로 봐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단둘이 차 안에서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화를 내면서 심한 욕을 하고 외력으로 B씨를 제압해 휴대전화를 빼앗았다"며 "B씨로서는 적잖이 당황하고 무서웠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행적 전반에 대해 상세히 진술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 동안 외포된(몹시 두려운) 상태에 있었다"라며 "당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세밀하게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B씨가 즉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사정을 근거로 2심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함에 있어 구체적 사건에서 성폭행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게 아닌지 심히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B씨를 만나기 전 또 다른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다"라며 "이런 행적들에 비춰보면 B씨와 결혼해 평생 함께 할 생각이었다는 등의 A씨 진술은 믿을 만한 게 못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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