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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복구 인증샷? 억울한 정의당 "비 맞으며 일했는데…"

등록 2020.08.11 12:20:34수정 2020.08.11 13: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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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7일 수해 복구 사진 '깨끗한 티셔츠' 논란

정의당 "수해 사진 올린 게 부적절해 내렸을 뿐"

"작업 초에 찍은 사진…복구 전념하느라 더 안 찍어"

노란 티셔츠는 여벌옷 "현장 부담 덜어주려 준비"

민주당은 '수해 현장 언론 대동 말라' 지침 마련도

[서울=뉴시스]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7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의 한 주택에서 집중호우 피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 정의당 제공)

[서울=뉴시스]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7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의 한 주택에서 집중호우 피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 정의당 제공)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수해현장 복구 지원활동을 놓고 이른바 '인증샷' 논란이 제기되자 정의당은 억울한 심경을 드러냈다.

심 대표와 소속 의원·당직자·당원들은 지난 7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한 마을의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 지원작업을 벌였다. 이후 심 대표는 페이스북에 "망연자실한 피해 주민들께 작은 위로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소회를 밝히는 글과 함께 현장 사진을 올렸다.

그러나 심 대표가 올린 사진을 놓고 일부 네티즌이 '티셔츠·장화가 왜 이렇게 깨끗하냐'며 연출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벌어졌다. 사진 속 심 대표가 입고 있는 노란 티셔츠와 청바지에 흙탕물 묻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 걸 지적한 것이다. 한 네티즌은 "재난 현장에 가서 인증샷은 제발 좀 찍지 마시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결국 심 대표는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일부 네티즌은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태영호 의원 사진에 빗대기도 했다. 사진 속 태 의원은 걸친 옷 위에 흙탕물이 번진 채 진흙범벅이 된 변기 뚜껑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다수 시민들께서 댓글로 재해지원 관련 사진을 올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주셔서 이를 받아들여 사진을 삭제한 바 있다"고 설명한 뒤 "옷과 장화가 깨끗하다는 지적이 있자 삭제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동떨어진 기사로서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나아가 심 대표 청바지에 진흙이 묻은 사진을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7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삼면의 한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2020.08.07.semail3778@naver.com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7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삼면의 한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복구 활동에 함께했던 정의당 당직자들은 억울함과 황당함을 토로했다.

당초 정의당 지도부는 전국적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지난 7일 자당 지역위원장의 소개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경기 안성시의 한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았다.

복구 작업에는 심상정 대표, 배진교 원내대표, 박예휘 부대표, 장혜영 의원, 류호정 의원, 이은주 의원, 이병록 평화본부장, 조혜민 대변인, 송치용 경기도당위원장, 이주현 안성시 지역위원장과 당직자들과 자발적으로 동참한 일부 지역 당원 등 총 2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오전 10시 죽산면사무소에서 현장 브리핑을 받은 뒤 죽산면 용설리 마을을 찾아 오후 3시까지 수해 복구 작업을 도왔다.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류호정 의원이 7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삼면의 한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2020.08.07.semail3778@naver.com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류호정 의원이 7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삼면의 한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작업에 참여한 정의당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동네 이장님이 수해 피해가 심한 곳 중 굴삭기로 작업하기 어려워 사람 손이 가는 몇군데 집을 지목해 도왔다"며 "비가 많이 와서 언론도 같이 비를 맞다가 정오께 철수했고 우리는 점심을 먹고 다음 집으로 이동하며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당 차원의 현장 활동 시작 전 의례적으로 찍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탓에 이른바 '깨끗한' 노란 티셔츠가 보였을 뿐이라는 게 정의당의 설명이다. 이후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이 복구 작업에 전념한 탓에 그나마도 오후 사진은 변변히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사진 찍으러 간 게 아니라서 당직자들 중에도 전문적으로 찍은 경우는 없었다"며 "의원실에서 같이간 분들이 사진 몇 장 찍었는데 그게 어떻게 (연출처럼) 나오게끔 한 사진이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김종철 선임대변인도 "심 대표의 사진은 복구 활동 초기에 잠깐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이라며 "실제 복구지원 활동에 참가한 당직자들은 작업하느라 경황이 없어서 심 대표의 이후 복구 지원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류호정 의원이 7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삼면의 한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2020.08.07.semail3778@naver.com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류호정 의원이 7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삼면의 한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심 대표를 비롯한 봉사자들이 걸친 노란 정의당 티셔츠도 당에서 챙겨간 것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개인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신경쓰지 않고 복구작업을 도울 수 있도록 여벌옷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에서 선거 때 썼던 노란 티셔츠를 갖고 있던 게 있다"며 "이 일로 특별히 맞춘 옷도 아니고 선거때 입었다가 당에 있던 옷을 몇벌 가져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피해 지역의 부담을 덜어드리려 점심도 김밥을 챙겨가서 먹었고, (복구 작업에 쓰려) 현장에서 빌린 장화도 다 세척해서 주민센터에 갖다드렸다"며 "최대한 현장에서 신경쓰이지 않게 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다 비를 맞으면서 일했는데 이게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만약 애초에 (연출 논란) 그런 걸 고려했다면 논란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류호정 의원이 7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삼면의 한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2020.08.07.semail3778@naver.com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류호정 의원이 7일 오전 경기 안성시 죽삼면의 한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치권의 현장 활동에는 종종 논란이 뒤따랐다. 이 경우는 오히려 '현장성'을 강화하려는 연출이 논란이 된 탓이다. 일례로 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는 경기도지사 퇴임 후 '민심대장정' 기간 중 탄광에서 일하며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사진이 빈축을 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마련한 '호우 피해 기간 의원단 행동지침'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상황 조치 및 수해복구 활동에 나서거나 시군구 차원의 수해복구 활동에 참여할 때 현장에서의 의전 혹은 언론을 대동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선의에서 시작한 복구활동 과정이 자칫 역풍이 되는 선례가 보이자 선제적 조치에 나선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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