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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쥬·사랑의 불시작, 한일관계 악화에도 4차 한류붐 시동

등록 2020.08.16 09: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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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니쥬. 2020.06.26.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니쥬. 2020.06.26.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JYP엔터테인먼트 표 일본 걸그룹 '니쥬',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 내 4차 한류 붐의 시동을 걸 기세다.

한일의 정치적인 관계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일본 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 현상은 형태를 바꾸며 지속되고 있다. 4차 한류의 핵심은 K팝 제작 시스템과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다. 

 현재 4차 한류 흐름에서 가장 눈여겨볼만한 현상은 니쥬다. 니쥬는 한국의 JYP엔터테인먼트와 일본의 소니뮤직이 개최한 초대형 글로벌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를 통해 탄생한 걸그룹이다. 마코, 리쿠, 리마, 리오, 마야, 미이히, 마유카, 아야카, 니나 등 총 9명의 일본인 멤버로 이뤄졌다.

JYP 수장 박진영이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메이크 유 해피'를 내세운 앨범은 공개 3일 만에 일본 내 각종 음악 플랫폼에서 1위를 휩쓰는 등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부에서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니쥬가 'K팝 걸그룹'이냐는 이견을 내놓는 등 한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트와이스 풍의 발랄한 분위기를 잇는 니쥬는 누가 봐도 '박진영표 걸그룹'이다.

JYP는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K팝의 현지화에 앞장서온 팀이다. 니쥬에 앞서 K팝 프로듀싱 시스템을 녹인 중국 그룹 '보이스토리'도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단지 K팝 가수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현지에 K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 일부에서는 한국 대기업이 현지에서 공장을 세우는 것과도 비교하고 있다.

최근 그룹 '원더걸스' 출신 선미가 피처링한 신곡 '웬 위 디스코'를 통해 현역 가수로서 위상을 증명한 박진영 본인도 일본에서 새로운 한류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니지 프로젝트'에서 멘토로 나서 '따뜻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그의 어록(語錄)도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는 10월 중 일본에서 발매되는 박진영의 베스트 앨범에 그의 어록도 삽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넷플릭스 등을 통해 일본에서 인기 드라마로 떠오른 로맨틱 코미디 '사랑의 불시착'도 4차 한류 붐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뒤 한·일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이후 엑소, 방탄소년단 등 K팝 스타들의 콘서트는 이어졌지만 한류의 선봉이었던 드라마를 일본 지상파 TV에서 볼 기회는 드물었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의 로맨스 이야기다.

[서울=뉴시스] 박진영. 2020.06.26.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영. 2020.06.26.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다소 황당한 설정에 이야기의 전개도 매끄럽지만은 않다.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 윤세리 역의 손예진과 리정혁 역의 현빈 등 배우들의 연기력과 매력으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사랑의 불시착' 인기에는 평소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일본 정서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전까지 일본에서 북한의 모습은 정치, 군사적인 부분만 부각돼왔다. 그러데 북한에도 보통사람이 살고 있다는 친근감을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의 생활상을 실감나게 재현한 덕에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마이니티 신문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도 이 드라마의 팬이라고 보도한 내용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빈과 손예진은 이 드라마를 통해 일본에서 새로운 한류스타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현빈이 겨울연가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제2의 욘사마'(배용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손예진은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보기 드문 주체적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랑의 불시착' 인기는 일본 젊은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라 지속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처럼 일본 젊은이들도 지상파 TV 대신 SNS 등을 통해 대중문화를 소비하고 있는데,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은 안성맞춤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아울러 여전히 일본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세라 집콕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사랑의 불시착'으로 자연스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서준이 주연한 '이태원 클라쓰'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한 K팝,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이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정치적인 것과 별개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도 덜하겠다는 분석이 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은 최근 한국 드라마의 콘텐츠가 완성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 정부와 CJ ENM 같은 대기업의 지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CJ는 올해 초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의 배급사이며 '사랑의 불시착'을 방송한 tvN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문화체육관광부(옛 문화관광부)를 통해 일본 문화 1차 개방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한국 문화계는 긴장했다. 당시 일본문화가 개방이 되지 않았음에도, 영향력은 꽤 뿌리가 깊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tvN 주말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메인 포스터 (사진=tvN 제공) 2019.12.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tvN 주말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메인 포스터 (사진=tvN 제공) 2019.12.08. [email protected]

만화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J팝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일본 록 밴드 'X-재팬'과 '안전지대', 일본 아이돌 보이그룹 '스마프', 걸그룹 '스피드'와 '모닝구 무스메'의 인기는 소셜 미디어 없이도 대단했다. 한편에서는 일본의 문화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도 나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2002 한일월드컵이 열리고 배용준을 '욘사마'로 승격시킨 드라마 '겨울연가'와 '원조 한류스타' 가수 보아, 그룹 '동방신기' 등을 시작으로 1차 한류가 촉발됐다. 

그룹 '소녀시대' '카라' 등이 중심이 된 2차 한류 그리고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를 중심으로 신한류로 명명된 '3차 한류'를 통해 일본 내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대세가 됐다.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무력화, 대법원의 강제 징용자에 대한 일본기업 배상책임 판결 등으로 최근 양국의 외교관계가 최악이라고 하지만, 반한과 혐한이 조성된 예전과 달리 일본인들은 문화적인 것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치즈닭갈비 등 한국 요리, 한국 화장품 등 문화를 넘어 생활 역역으로 한류는 파고들고 있다. 신한류가 패션, 화장품 등 소비재 산업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일본을 자주 오간 한류 관계자는 "10, 20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한국과 일본을 정치적으로 인식하는 관계가 아니다. 신한류의 팬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상생활 속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고발한 '82년생 김지영'의 일본어판 판매량이 약 20만부에 달하고, 김수현 작가의 신작 에세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가 선인세 2억 원(2000만 엔)에 일본 출판사 와니북스와 계약을 확정하는 등 순수 문화 장르에 대한 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국민감정도 좋지 않은 가운데도, 4차 한류 붐이 조성되는 건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에 통용될 만큼 높은 수준이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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