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與, 당내 민주주의 없어…위에서 결정하면 거수기"
금태섭 사례 언급하며 "이견 제시·토론도 없어"
"보수정당, 자유주의와 다원주의 공백 메워야"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30일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위기의 한국민주주의, 보수정당이 한국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0.10.30. [email protected]
최 교수는 이날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위기의 한국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을 통해 "한국 정당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가능한지 질문을 던져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민주당 당론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반대해 징계를 받은 후 최근 탈당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사례를 언급하며 "조국사태 반대도 아니고 이견 이야기했다고 출당을 결정도 안 한 상태에서 할 수 없이 탈당하고 나오는 사례도 있지 않느냐"며 "반대는 고사하고 이견을 제시하거나 토론하는 것도 없고 당론이 하나다. 위에서 정해지면 거기에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명 가까운 국회의원을 거느린 정당이 한 사람의 의사처럼 하나의 의견만 그 당의 의견이 된다면 위에서 결정하면 거수기처럼 (의원들이) 전부 그렇게 된다"며 "권위주의 시기 집권여당과 지금 집권여당 차이가 뭐냐.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 사람의 의사가 당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끌고 나가고 다른 사람들은 손만 드는 역할밖에 없는 정당이 과연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느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공산당에서도 서로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개혁하는데 왜 민주정당 내부에서 토론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거듭 비판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오신환 협동조합 하우스(How’s) 이사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특강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30.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시민운동이 국가에 흡수되고, 자율적 시민운동은 소멸되거나 약화된다. (결국) 사회적 다원주의가 제대로 발전되고 강화되지 못한다"며 "시민사회가 전면적으로 정치화되고 권력화돼 다원주의가 없는 시민사회가 된다. 그건 정의상 시민사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현재 보수정당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된 상태라고 규정하면서 자유주의와 다원주의 강화를 위해서는 보수 정당의 역할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유주의와 다원주의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제일 중요한 공간이 그냥 남겨진 데 보수정당이 들어가 대변하는 정당으로 재건돼야 한다"며 "이걸 대표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두 정당(민주당, 국민의힘)이 민주주의 틀 안에서 경쟁할 때 비로소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높은 (상태로 갈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해체 직전 상태에서 정신을 차려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조건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우스 이사장인 오신환 전 의원은 "위기에 놓인 한국 민주주의, 결국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고 독재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보수정당이 어떻게 변화와 혁신으로 나아갈지 화두를 던져준 강의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강연에는 유승민 전 의원, 정병국 전 의원,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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