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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노정의 "제 19살 시간 담은 영화...김혜수·이정은 대선배와 호흡 감사 "

등록 2020.11.10 17: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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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던 날' 사라진 소녀 '세진' 役

"한순간에 많은 걸 잃은 모습 중점"

오디션 통해 캐스팅…"욕심 점점 나"

올해 스무살, 다양한 장르에 도전장

[서울=뉴시스]배우 노정의.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노정의.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저의 19살 시간을 담은 영화에요."

영화 '내가 죽던 날'은 배우 노정의의 10대 마지막 작품이다. 올해 스무 살이 된 그는 "19살 그때만 갖고 있을 수 있는 얼굴과 표정을 이 작품에 담았다는 게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노정의는 "어린 나이의 아이를 중점으로 한 이야기가 많지 않은데 그 자체가 신선했다"며 "그 아이가 상처를 어떻게 버티고 이겨낼지 궁금증이 생겼고, 제가 그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다.

노정의는 태풍이 치는 밤 외딴섬의 절벽 끝에서 홀연히 사라진 소녀 '세진'을 연기했다. 아버지가 연루된 범죄사건의 증인으로 채택돼 외딴섬에 떨어져 보호를 받지만, 아무도 곁에 없는 10대 소녀의 외로움과 고통을 섬세하고 담담하게 그려냈다.

"누구에게나 힘든 일은 오잖아요.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힘듦의 크기가 다르죠. '세진'이가 한순간에 많은 걸 잃은 점에 중점을 뒀어요. 어린 나이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잃고 견디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했죠."

당시 노정의도 입시 준비를 하며 불안했던 시기였기에 '세진'의 마음이 무게 있게 다가왔고 위로를 받기도 했다. "이정은 선배님이 '네가 남았다'고 한 대사 한마디가 위로가 됐던 것 같아요. 힘든 일을 겪을 때 누군가 '내가 네 곁에 있어'가 아니라 '너는 네가 지켜야지'라는 생소한 위로에 사람들이 오히려 더 위로를 받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서울=뉴시스]배우 노정의.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노정의.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10. [email protected]

캐스팅은 오디션을 통해 이뤄졌다. 노정의는 "오디션을 보고 1차, 2차 차례로 합격하면서 하고 싶은 욕심이 점점 더 커졌다"고 말했다.

대선배인 김혜수, 이정은과 호흡을 맞춘 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앞서 노정의는 기자간담회 당시 교장 선생님 두 명과 함께하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대선배님이자 존경하는 두 분과 함께 한다고 하니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죠. 그런데 작품을 하면서 두 분이 연기적인 부분이나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고민도 많이 들어주고 보듬어주셔서 선생님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선생님 중 가장 높은 교장 선생님이라고 표현한 거죠."

노정의에게 두 선배 배우는 먼저 다가와 줬다. 노정의는 "괜히 귀찮게 하는 게 아닐까 조심스러웠는데, 선배님들이 먼저 불러주고 다가와주셨다. '미션'을 던져줬고 저만의 색깔로 답을 찾아갔다. 그 곁에서 지켜보면서 바로 잡아주셨다"고 떠올렸다.

'미션'을 묻자, "특급 비밀"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꼭 눈물이 흘러야 슬픈 감정이 아니라고 말해주셨어요. 너무 슬프면 오히려 눈물이 안 나는 경우도 있잖아요. '세진'이라면 눈물을 삼킬지 바깥으로 표출할지 어떻게 슬픔을 이겨낼지 생각해보라고 얘기해주셨죠. 그 말을 듣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김혜수와 직접 마주치는 장면은 많지 않아 아쉬웠다고 했다. 김혜수는 노정의가 맡은 '세진'의 흔적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 역을 연기했다.

노정의는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하나의 작품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다"며 "누가 이 나이에 김혜수 선배님과 작품을 하고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미소 지었다.
[서울=뉴시스]배우 노정의.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노정의.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04. [email protected]

섬마을의 무언의 목격자 '순천댁' 역의 이정은에게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노정의는 "옆에서 계속 손을 잡아주며 많이 알려주셨고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손 하나, 눈빛 하나가 위로가 됐고 '세진'이로 얘기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18 어게인'에서는 걸크러시 여고생이자 김하늘의 딸 '홍시아'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내가 죽던 날'과 상반된 성격의 캐릭터에 "다른 재미로 다가왔다"며 "각각의 역할을 표현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18 어게인'은 10일 최종회가 방송된다. 노정의는 "애정도 많고 좋아하는 작품인데, 아쉬움과 동시에 시원섭섭하다"며 "'홍시아'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11년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를 통해 아역으로 데뷔해 어느새 10년 차가 됐다. 노정의는 "지금까지의 10년은 육체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내면적으로 저 자신이 성장하는 시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춘기를 겪으며 연기에 대한 고민도 했다. 하지만 답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17살 때쯤, 대학 입시를 점차 준비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연기할 때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느꼈죠. 누군가는 연기를 거짓된 감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에 몰입하면 진실처럼 나오는 순간이 정말 재미있어요. 천직으로 여기며 계속 이 길을 걷게 됐죠."
[서울=뉴시스]배우 노정의.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노정의.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20.11.10. [email protected]

올해 스무 살이 된 노정의는 상상하고 기대했던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며 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꿈꿨던 캠퍼스 생활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20살은 19살 때보다 한 가지 더 생각할 수 있게 된 정도가 아닐까요."

이제 성인이 된 만큼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코미디, 스릴러도 해보고 싶고 멜로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 풋풋한 스무 살, 20대만이 표현할 수 있는 멜로가 있잖아요. 뭐든지 다 하고 싶어요."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을수록 어머니가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한 말을 되새긴다.

"엄마가 10년 전부터 하신 말이 좋은 작품이 오면 감사하고 항상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 생각을 늘 놓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제 안에 있는 것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보답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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