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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이면 수도권 집 산다"…'탈서울' 가속

등록 2021.01.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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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 수요가 수도권 아파트 매매 수요로 전환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 8년8개월 만에 '최고'

전세 매물 부족→매매 수요 증가→수도권 집값 불안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서울 영등포구 63아트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1.01.2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서울 영등포구 63아트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1.01.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끝을 모르고 상승하는 서울 전셋값을 감당할 방법이 없어요."

직장인 김모(43)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주말마다 경기 안양과 고양, 의정부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들을 돌고 있다. 전셋값 급등으로 '탈(脫)서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서울 전셋값 수준으로 매입이 가능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를 주말마다 찾고 있다"며 "직장이 서울이라 출퇴근이 고민이지만,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전세난을 피해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이른바 '전세 난민'의 탈서울이 본격화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인구는 9만7545명으로, 전년 동기(8만5104명)보다 약 14.62%나 증가했다. 서울 강남뿐만 아니라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강북 지역도 집값과 전셋값이 대폭 오르면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고, 집값·전셋값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탈서울 현상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전세난민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고,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로 눈을 돌리면서 수도권 지역의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양상이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호재와 3기 신도시가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13% 올라 82주 연속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셋째 주(1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0.13%)은 4주 연속 횡보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이 급등했던 강남권 일부 지역은 매물 누적되고 상승폭 축소됐으나, 강북권 중저가나 역세권 인기지역은 상승세 지속되며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강남권은 송파구(0.21%)가 문정동 등 역세권과 거여동 위주로, 서초구(0.11%)는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잠원·방배동 위주로 올랐다. 강남구(0.15%)는 대치·수서동 위주로 상승 폭이 컸다. 또 동작구(0.13%)는 흑석·노량진·사당동 위주로, 구로구(0.11%)는 개봉·고척동 대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강북권은 노원구(0.17%)가 상계동 대단지와 교육 환경 양호한 중계동 위주로, 중랑구(0.16%)는 중저가 단지 위주로 상승폭 확대됐고, 용산구(0.17%)는 신계동 신축과 이촌동 주요 단지 위주로, 마포구(0.16%)는 상수동 신축과 마포동 주요단지 위주로 상승했으나, 상승폭은 소폭 축소됐다.
 
[서울=뉴시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0.31%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0.31%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이 지난주 각각 0.36%에서 이번 주 0.42%, 0.40%로 모두 상승폭을 키웠다. 경기에서는 양주시가 GTX-C와 7호선 연장 등 교통 호재로 1.27%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의왕시(0.44%→0.97%)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고양시 덕양구(1.06%→1.10%)와 일산서구(0.78%→0.81%), 용인 기흥구(0.29%→0.63%), 남양주시(0.64%→0.77%) 등도 상승세도 뚜렷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공급대책 마련과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 시장 안정화 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비사업과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이나 신축, 역세권 위주로 상승했다"며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계속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여겨지는 수도권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신고가 경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8억8500만원에서 거래된 남양주 별내동 포스코더삽(전용면적 116.59㎡) 지난 9일 9억2700만원 매매가 성사됐다. 불과 한 달 만에 4000만원이 올랐다. 또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7차(전용면적 86.23㎡) 지난 5일 13억2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인 지난해 11월 12억3000만원보다 9000만원 상승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서울 전세난에 지친 수요자들이 주택 매매로 돌아서면서 수도권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집값이 서울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매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설 명절 이전에 특단의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고 했지만, 실제 공급까지 최소 3~5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의 전세난을 진정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전세난이 계속될 경우 매매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 급등과 3기 신도시 공급 예정 등이 맞물리면서 수도권으로의 탈서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서울의 전셋값과 수도권 매맷값이 크게 차이가 안 나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당분간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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