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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마지막 1세대' 정상영 KCC 명예회장 별세…삼형제 2세 경영 시작(종합)

등록 2021.0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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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마지막 1세대' 정상영 KCC 명예회장 별세…삼형제 2세 경영 시작(종합)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30일 저녁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다. '영(永)'자 항렬의 현대가 창업 1세대 중 마지막으로 타계해 현대가를 이끌던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그는 1936년 생으로 한국 재계에서 창업주로서는 드물게 60여년을 경영일선에서 몸담았다. 국내 기업인 중 가장 오래 경영현장을 지켜온 기업인이었다.

1958년 스레이트를 제조하는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창업했다. 맏형인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뒷바라지를 마다하고 오롯이 스스로 자립하는 길을 택했다. 안으로 튼튼한 회사로 키우고, 밖으로는 산업보국을 실천한다는 창업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져 안정과 변화를 양 축으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업확장을 이뤄왔다.

1974년에는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사업에 진출했으며, 1989년에는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에는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2005년에 금강고려화학㈜을 ㈜KCC로 사명을 변경해 건자재에서 실리콘, 첨단소재에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화학기업으로 키워냈다.

故 정상영 명예회장은 '산업보국' 정신으로 한국경제 성장과 그 궤를 같이 하며 현장을 중시했던 경영자였다. 또한 건축, 산업자재 국산화를 위해 외국에 의존하던 도료, 유리, 실리콘 등을 자체 개발해 엄청난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어 기술국산화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앞장서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에 성공했으며, 반도체용 접착제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 재료 국산화에 힘을 보탰다. 1996년에는 수용성 자동차도료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도료기술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2003년부터는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모노머)를 국내 최초로 독자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로써 한국은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기술을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소탈하고 검소한 성격으로 평소 임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인 경영자였던 고인은,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인재육성을 위해 동국대, 울산대 등에 사재 수 백억원을 기꺼이 쾌척하는 등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힘을 보탰다.

KCC 관계자는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라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하게 사양하고,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정몽진 KCC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3남이 있다.  

◇KCC그룹 2세 경영 막올라

KCC그룹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영 승계 작업은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현재 KCC그룹은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KCC를, 차남인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를, 삼남인 정몽열 회장은 KCC건설을 각각 나눠 경영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후계 구도를 정립해왔다. 장남인 정몽진 회장은 2000년 정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KCC그룹 경영 일선에 나섰다. 차남 정몽익 회장은 KCC 내에서 유리와 인테리어 관련 사업을 총괄해 형을 도왔다. 삼남 정몽열 회장은 2005년부터 KCC건설을 독자경영했다.

KCC그룹의 계열 분리는 2019년 시작됐다. 2019년 7월 KCC는 KCC글라스 인적분할을 결정했고, 지난해 1월 신설법인 KCC글라스가 출범했다. 정몽진 회장 밑에서 KCC대표이사를 맡았던 정몽익 회장은 KCC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KCC글라스를 맡게 됐다.

또 지난해 9월 KCC글라스가 계열사인 코리아오토글라스와 합병하면서 두 형제 간의 역할 분담은 마무리됐다. 2005년부터 KCC건설을 맡아온 삼남 정몽열 회장은 KCC건설의 2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는 삼형제의 각각 독립된 사업 분야를 맡고 있는 만큼 KCC그룹의 계열 분리는 순탄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인이 현대그룹을 둘러싼 '왕자의 난'을 겪은 후 이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리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해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상속 문제와 그룹 내 계열사의 지분 정리 문제도 남아있다. 현재 정몽진 회장과 정몽열 회장은 서로 보유하고 있는 KCC와 KCC글라스 지분을 교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정몽익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KCC 지분을 통해 KCC건설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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