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스페인 래퍼가 쏘아올린 '표현의 자유'…시위 6일째 계속

등록 2021.02.22 14:15: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하셀 "내일은 당신 차례"…시위 부추겨

유명 영화감독 등 200여명 연대 메시지

[바르셀로나( 스페인)= AP/뉴시스] 래퍼 파블로 하셀의 투옥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3일 동안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경찰과 투석전을 벌이는 등 폭력시위를 벌였다.

[바르셀로나( 스페인)= AP/뉴시스] 래퍼 파블로 하셀의 투옥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3일 동안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경찰과 투석전을 벌이는 등 폭력시위를 벌였다.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스페인 왕실을 조롱하고 테러 단체를 미화한 래퍼가 수감되자 시민들이 '표현의 자유'를 지켜달라며 격렬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래퍼 파블로 하셀의 수감에 반대하는 시위가 엿새째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셀은 지난주 수감 직전 트위터에 "내일은 당신 차례일 수도 있다"며 시위대를 부추겼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말할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지시하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트위터에 분위기는 고조됐고 20일 밤 시작된 시위는 21일까지 이어졌다.

수도 마드리드,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전역에서 약 1000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하셀을 위한 자유' '경찰 폭력을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서는 시위대들이 상점 유리를 연이어 깨며 경찰과 갈등을 빚었다. 바르셀로나가 입은 경제적 피해는 90만유로에 달한다.

카탈루냐에서는 경찰이 상점을 약탈한 5명을 포함해 총 31명이 공공질서 위반으로 체포됐다.

콘서트홀 '팔라우 데 라 무시카' 앞에서는 "팔라우는 건드려선 안 된다"며 소리치는 남성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다만 마드리드에서는 400여명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비교적 평화로운 시위를 이어갔다.

하셀에서 시작된 시위는 점점 더 여파를 키워가고 있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나쁜 교육' '귀향'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영화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비우티풀' 등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등 스페인 유명 인사 200여명은 하셀과 연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서한을 공개했다.

국제엠네스티 스페인 지부는 "이 래퍼의 수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불균형한 제한"이라고 비난했다.

패트릭 브레이어(독일) 유럽의회 의원은 "스페인의 시위에 유럽 국가들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정당한 비판에 대한 (권력층의)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풍자와 농담, 예술은 사회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같은 종류의 연설을 단속하는 건 역효과다. 경찰과 왕실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다"며 "이는 민주주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19일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해 경고했다.

산체스 총리는 "민주주의는 가장 끔찍하고 터무니없는 생각을 말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결코 폭력을 보호하진 않는다"고 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하셀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그가 체포된 건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테러'주의자들에 영광을 돌렸기 때문"이라며 "하셀은 극단적 좌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하셀은 자신의 랩 가사와 트위터에 올린 글에 펠리페 6세의 선친 후안 카를로스를 '마피아 두목'으로 부르거나, 테러 조직 에타(ETA)와 그라포(GARPO)를 찬양한 혐의로 지난 16일 징역 9개월을 선고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