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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박기웅도 배우·화가…스타들은 왜 그림을 그리나

등록 2021.03.25 15:11:18수정 2021.03.25 15: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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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화가로 변신한 배우 김규리. (사진=김규리 측 제공) 2021.03.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화가로 변신한 배우 김규리. (사진=김규리 측 제공) 2021.03.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배우 김규리·박기웅·류준열…. 미술작가 겸업을 선언하는 연예인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김규리는 이달 두 개의 전시회를 통해 대중과 만난다. 오는 5월23일까지 오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삼(三)월의 삼(三)인' 전(展), 4월4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센터 일백헌에서 펼쳐지는 '신, 문자도'전에 참여한다.

박기웅은 최근 배우 박해진 소속사 마운틴무브먼트와 화가로서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명품 전문 기업 럭셔리판다와 컬래버레이션 작업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글로벌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류준열은 지난해 11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사진작가로서의 첫 개인전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in Hollywood)'를 열기도 했다.

이들이 미술에 단순 흥미를 느끼는 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미술과 인연을 맺어왔거나 미술을 공부해왔다.

김규리는 과거 영화 '미인도'(2008)에서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 역을 맡으면서 동양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박기웅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류준열은 지난 JTBC 예능 프로그램 '트래블러'(2019),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수준급 사진 촬영 실력을 뽐내왔다.

아트테이너 열풍, 2010년대 초반부터

'아트테이너'(아트(Art)+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 열풍은 2010년대 초반부터 크게 불었다. 조영남, 하정우, 구혜선이 선봉이다.

조영남은 꾸준히 개인전을 열어왔고, 작년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을 비롯 2권의 미술책을 펴냈다. 하정우는 5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체부동 표갤러리에서 10번째 개인전 '앳 홈'(At Home·집에서)을 여는 등 꾸준히 전시를 이어왔다. 구혜선도 오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서태지의 리릭스 아래로 구혜선의 뉴에이지' 전을 펼친다.

최근 배우 강리나와 2인전을 열기도 했던 가수 최백호도 대표적인 아트테이너다. 특히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정미조는 1972년 '개여울'로 스타 가수가 됐지만, 화가의 꿈을 위해 모든 성공을 뒤로 하고 1970년대 말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박사학위를 받아 오랫동안 미대 교수이자 화가로 활동했다. 

[서울=뉴시스] 배우 하정우 개인전 'At Home'에 전시되는 작품 (사진=표갤러리 제공) 2021.03.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배우 하정우 개인전 'At Home'에 전시되는 작품 (사진=표갤러리 제공) 2021.03.11. [email protected]

이밖에도 순수미술을 전공한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 나얼, 배우 강석우·유준상, 가수 이혜영과 솔비, 개그맨 임하룡과 임혁필 등이 화가로 나섰다. 최근엔 작품 활동이 뜸하지만 김혜수도 한 때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했다. 배우 심은하는 연예계 은퇴 후 화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일찌감치 연예인들이 화가 활동을 겸했다. 배우 앤서니 퀸, 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비틀스 출신 폴 매카트니, 포크록 대부 밥 딜런, 가수 데이비드 보위, 배우 조니 뎁 등이 그림을 그렸다.

연예인들 그림에 왜 빠지나

그럼 연예인들은 왜 그림 그리는 것에 빠지는 걸까?

정미조나 나얼 같은 전공자는 경우가 다를 수 있지만, 상당수의 아트테이너들은 그림에 속마음을 담아내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에 노출돼 있는 연예인들은 사랑을 받는 동시에 악플 등의 공격도 받는다. 이에 따라 연예인들 상당수가 알게 모르게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다.

특히 솔비는 튀는 행동으로 인신공격 등의 악플 세례가 끊이지 않았고, 마음의 병도 얻었다. 이후 심리 치료를 시작했는데, 상담 선생이 미술을 권했다고 한다. 이후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고, 이를 통해 치유를 받았다고 한다.

표현 욕구가 강한 배우에게 그림은 자신의 내면을 표출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정우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절실한 감정이 든다. 그 감정을 집에 가지고 와서 그림을 그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작가라는 호칭을 달면, 연예인으로서 이미지가 소비되는 것을 넘어 말 그대로 '아티스트'가 됐다는 인식도 대중에 안길 수 있다. 

연예인들의 화가 활동으로, 미술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긍정의 시선도 있다. 아무래도, 일반 대중이 관심을 더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배우이자 작가인 구혜선이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서태지의 lyrics 아래로 : 구혜선의 newage'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3.2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배우이자 작가인 구혜선이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서태지의 lyrics 아래로 : 구혜선의 newage'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3.23. [email protected]

아울러 '미술의 대중화' 측면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도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미술 전공자가 아닌 연예인이 그림을 경우 일반 대중도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을 수 있다"면서 "작품 감상뿐만 아니라 좀 더 친근하게 미술 활동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유명세 이용해 손 쉽게 작가된다는 눈초리도

하지만 한편에선 미술 전공자가 아님에도, 화가로서 빨리 명성을 얻는 일부 연예인들을 곱지 않게 보기도 한다. 평생에 걸쳐 미술 활동에 매진해도 이름을 얻지 못하는 무명 작가도 많은데, 비교적 손쉽게 작가의 타이틀을 달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기존 미술 작가들의 소외감·박탈감도 우려된다.

실제 아트테이너가 미술계에 막 진입하던 초반에는 이들이 크게 대접받지 못했다. 능력이 검증되기 전이고 판이 크지 않는 미술시장에 침범한다는 인상이 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류 등과 맞물려 연예인들의 사회적 위상이 올라가고, 아트테이너들이 점차 실력을 인정 받으면서 예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전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조영남은 무죄가 최종 확정되기는 했지만 '대작 시비'로 곤욕을 치렀다. 솔비의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는 미국의 스타 현대 미술가 제프쿤스의 '플레이-도(Play-Doh)'를 따라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아트테이너가 아닌 수집가로서 미술계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RM,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술의 저변 확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RM은 작년 '아름다운 미술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에 1억 원을 후원 기부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류그룹 엑소 멤버들은 대형 미술 전시의 오디오 도슨트를 맡았다. 카이는 '앤디워홀 : 비기닝 서울', 찬열과 세훈은 장 미셸 바스키아의 '거리, 영웅, 예술' 전 등에 목소리를 보탰다.

[서울=뉴시스] 그라임스 디지털 그림. 2021.03.24. (사진 = 트위터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그라임스 디지털 그림. 2021.03.24. (사진 = 트위터 캡처) [email protected]

이미 해외 스타들은 미술계에 유력한 컬렉터로 미술 시장 부흥에 일조하고 있다. 브래드 피트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같은 할리우드 스타뿐만 아니라 마돈나, 제이지(Jay-Z)·비욘세 부부도 '수퍼 컬렉터'로 통한다.

미술과 스타의 공생은 앞으로 더 지속되거나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영국의 미술비평가 존 워커는 자신의 저서 '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는 왜 서로를 탐하는가'에서 스타와 예술가는 자신의 명성에 맞는 권위와 각자의 필요성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짚었다. 작가가 탁월해서 작품이 비싸기보다, 작가가 유명해서 작품이 비싼 공공연한 비밀을 짚어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애인인 가수 그라임스의 디지털 그림이 경매에 부쳐 20분 만에 65억원에 팔린 것이 예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는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기술로 회자가 됐지만, 그녀의 이름값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였다. 디지털 미술품이라는 희소성에 스타의 인기가 시너지를 냈다.

'현대미술의 악동'으로 통하는 영국의 데미언 허스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명해지고자 하는 욕망은 예술에서는 아주 근본적인,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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