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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건조기 '자동 세척'은 가짜 광고"…공정위, 과징금 4억

등록 2021.04.20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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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광고법 위반 제재, 소비자원 권고와 별개

"콘덴서 늘 깨끗이 유지한다는 LG 광고=거짓"

LG 최초 기술이므로 광고 의존성 크다는 입장

LG "중단한 과거 광고 표현 제재…무상 AS 중"

[세종=뉴시스] LG전자의 건조기 콘덴서 자동 세척 시스템 관련 옛 광고.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세종=뉴시스] LG전자의 건조기 콘덴서 자동 세척 시스템 관련 옛 광고.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먼지 논란'으로 소비자 집단 분쟁과 위자료 지급까지 불러왔던 LG전자의 건조기 사태에 공정거래위원회가 4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매겼다. LG전자가 '자동 세척 시스템'의 성능을 과장 광고해 이런 논란을 낳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20일 "LG전자가 '콘덴서'(습한 공기를 물로 응축시키는 건조기의 핵심 부품) 자동 세척 시스템의 성능·효과·작동 조건 등을 거짓·과장 광고해 표시광고법(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어긴 행위에 시정(향후 행위 금지·공표) 명령과 과징금 3억9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TV 광고, 제품 카탈로그, 오픈 마켓 구매 페이지 등을 통해 "번거롭게 따로 청소할 필요 없이 콘덴서를 자동으로 세척해 깨끗하게 유지한다" "콘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건조기를 쓸 때마다 콘덴서를 자동으로 씻어낸다"고 광고했다.

이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면 건조 효율이 떨어지는 등 건조기에 문제가 생긴다. 이용자가 이를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착안, LG전자는 건조 과정에서 생기는 물(응축수)을 펌프로 뿌려 콘덴서를 세척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자동 세척 기준이 문제가 됐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LG전자는 콘덴서 바닥에 1.6~2.0ℓ의 응축수가 모였거나, 의류 함수율(물을 머금은 비율)이 10~15%일 때만 자동 세척 기능이 작동하도록 했다.

LG전자의 광고 내용과 달리 "자동 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건조기 안에 먼지가 쌓인다"는 민원이 소비자원에 빗발쳤고, 2019년 7월 구매자 247명이 "건조기값을 돌려달라"며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소비자원은 같은 해 8월 LG전자에 "먼지 쌓임 현상을 막을 시정 계획을 마련하고, 판매된 제품을 무상 수리하라"고 권고했다. LG전자는 응축수 축적량과 관계없이 소량 건조 시에도 자동 세척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고, 소비자가 원하면 언제든 물을 직접 넣어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세척 코스를 추가했다.

구매자는 이런 조치와 별개로 같은 해 10월~2020년 1월 "광고가 과장됐다"며 LG전자를 공정위에 신고했고, 민사상 손해 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LG전자는 자동 세척 시스템의 '효과' 광고에 관한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깨끗하게' 등 표현은 정성적 표현으로 실증 대상이 아니고, 맞는다고 하더라도 직접 시험한 자료에 의해 광고 표현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지 않더라도 (해당 표현은) 이 기능의 효과와 관련된 사항이므로 실증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또 "LG전자가 제출한 자료는 개발 단계에서 소형 건조기 1종만을 대상으로 시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과 달리 시험 시에는 자동 세척 시스템이 항상 작동하도록 설정했으므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작동 조건'과 관련해서 LG전자는 "자동 세척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소량 건조의 경우 예외적 상황이므로 '건조 시'라는 광고 표현에 거짓·과장성은 없다"고 했지만, 공정위는 "소비자는 건조 시라는 표현을 '건조기가 작동할 때마다'라는 의미로 인식하고, 1인 가구의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소량 건조가 예외적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정위는 특히 콘덴서 자동 세척 시스템을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으므로, 소비자가 이 광고 이외의 다른 경로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봤다. 이런 거짓·과장 광고를 통해 소비자 오인성이 더 커졌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해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손배 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제재라 소비자의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제품의 성능·품질 등을 오인케 하는 부당 표시·광고 행위를 계속 감시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공정위 결정은 과거 광고 표현의 실증 여부에 관한 것"이라면서 "해당 광고는 2019년에 중단·시정했고, 자사는 모든 구매 고객에게 무상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LG전자는 건조기 구매 고객에게 "향후 10년간 무상 보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지난해 말까지 애프터 서비스(AS)에 총 1321억원을 지출했고, 올해도 관련 비용으로 66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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