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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미얀마 사태로 '내정 불간섭' 원칙 도전 직면

등록 2021.04.22 15: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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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특별 정상회의에 미얀마 쿠데타 주역 흘라잉 최고 사령관 참석

반군부 진영, 임시정부 인사 초청 요구…관철 안 돼

[네피도=AP/뉴시스]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지난 2월8일 네피도에서 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흘라잉 사령관은 쿠데타 이후 첫 대국민 연설을 통해 쿠데타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총선 이후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2021.04.22

[네피도=AP/뉴시스]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지난 2월8일 네피도에서 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흘라잉 사령관은 쿠데타 이후 첫 대국민 연설을 통해 쿠데타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총선 이후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2021.04.22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내정 불간섭' 원칙에 따라 운영되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이 미얀마 사태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외교 전문지 디폴로맷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와 반(反)군부 어느 일방의 합법성에도 힘을 싣지 않고 추가 폭력사태 예방을 위한 협상의 길을 열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미얀마 사태의 지역적 해법을 논의하고자 오는 24일 열릴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미얀마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 등 적어도 8개국 정상의 참여가 확정됐다.

인도네시아 주도로 마련된 이번 회의에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외무장관 대참을 확정했고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미얀마 반군부 진영 등이 아세안에 민 아웅 흘라잉 초청은 군사정부를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철회와 자체 임시정부인 '민족통합정부(NUG)' 인사 초청을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민 아웅 흘라잉은 현행 헌법상 군사정부 최고 기관인 국가행정위원회(SAC) 의장을 맡고 있다.

오히려 디플로맷은 짠오차 태국 총리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불참을 결정한 것은 2014년 육군 참모총장 재임 중 쿠데타로 문민정부를 뒤집고 정권을 잡은 그가 미얀마 군부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려 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 가능하다고 했다.

태국과 미얀마 군부는 긴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쁘라윳 총리는 육군 참모차장 재임 중인 지난 2010년 탁신 친나왓 전(前) 총리 진영이 일으킨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했고 그 공로를 인정 받아 국왕으로부터 육군 참모총장에 임명된 전력이 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민주화와 군사 독재 여부 등 자국 정치지형에 따라 미얀마 사태에 대한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씨하싹 푸엉깻깨우 전(前) 태국 국제기구 상임대사는 같은날 방콕포스트 기고에서 "아세안 정상이 24일 미얀마 사태 악화와 그에 따른 지역사회 파장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아세안 회원국이 최고위급에서 만나 회원국의 현안을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아세안 54년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미얀마 사태가 아세안의 최대 난제가 됐다"면서 이번 특별 정상회의는 아세안 헌장에도 명시된 '내정 불간섭'이라는 아세안 핵심 원칙에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현재 진행 중인 지역사회 건설과 경제 통합 등에 커다란 타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지역 현안에 외부 정치 세력 개입이라는 전례를 만들어 아세안이 지역 외교를 주도한다는 '아세안 중심주의'에도 돌이킬 수 없다는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아세안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지역 행위자들이 영향력을 발휘해 사태 악화를 막고 평화적인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씨하싹 전 대사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미얀마 군부를 공개 비판하면서 아세안의 보다 적극적인 접근을 요구하지만 태국 등 다른 회원국은 입장이 모호하고 소극적인 관망을 선호한다"며 "인도네시아가 주도하는 외교적 움직임이 있지만 우려 성명 이외 성과는 미미하다"고 했다.

아울러 "민 아웅 흘라잉은 아세안의 지지와 이해라는 목표를 가지고 올 것"이라며 "아세안은 미얀마 상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피해야 한다. 이는 반군부 진영의 유사정부 수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디폴로맷은 아세안이 이미 민 아웅 흘라잉의 특별 정상회의 참석 확정으로 이미 군사정부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반군부 진영의 항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민 아웅 흘라잉 초청은 군사정부에 부당한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초청 철회와 NUG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는 공개 성명을 냈다.

다만 디폴로맷은 아세안이 NUG와 접촉할 도덕적, 현실적 이유가 있지만 군부의 정적을 초청하는 것은 군부와의 대화의 기회를 완전히 단절하고 군부를 고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특별 정상회의는 미얀마 사태와 관련한 인도주의적 위기 대응과 협상을 위한 추가 폭력사태 억제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라고 이번 회의를 주도한 인도네시아 측은 예고했다.

아데 파드모 사르원오 아세안 주재 인도네시아 상임대사는 지난 20일 더 오스트레일리안과 인터뷰에서 "모든 회원국이 미얀마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모든 세력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야 한다. 폭력과 도발을 멈춰야 대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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