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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를수록 더 올라"…규제에도 꿈쩍 않는 '강남불패'

등록 2021.06.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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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똘똘한 한 채 수요 증가…"수급 불균형 심화"

강남 재건축·대형 평수 위주 매매 신고가 경신 계속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6.1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6.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거래절벽에도 호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어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장주로 통하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 사이에서 집값이 더 오른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규제 대책을 쏟아냈지만, 강남지역은 주택 수요가 많아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매물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거래가 성사되면 신고가를 경신한다"고 전했다.

강남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집값 상승의 근원지로 지목받았던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의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강남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으나, 거래절벽 상황에서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서울 32만5000가구를 비롯해 전국 총 85가구 규모의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도 내놨지만, 강남 집값은 오히려 더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규제 완화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앞세워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당선 이후 되레 규제를 강화했으나, 재건축사업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강남지역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위헌 논란을 빚은 토지거래허가제까지 도입했는데도 강남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팔겠다는 사람보다 많아지면서 집값이 치솟고 있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년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둘째 주(지난 14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전주(0.11%) 대비 0.01%p(포인트) 상승한 0.12%로 집계됐다. 주간 상승률로는 지난 2019년 12월(0.20%) 이후 최대치다.

서초구(0.19%)는 방배·서초동 주요 단지 위주로, 송파(0.16%)·강남구(0.15%)는 재건축 위주로, 강동구(0.14%)는 암사·강일동 위주로 상승했다. 또 동작구(0.15%)는 흑석·대방동 대단지 위주로, 관악구(0.12%)는 봉천동 역세권 인근 단지 위주로 올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이 감소한 가운데 일부 지역 및 재건축 신고가 거래 영향 등으로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재건축 단지가 신고가에 거래되는 등 강세를 보이면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재건축 단지가 신고가에 거래되는 등 강세를 보이면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재건축 단지의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를 강화했으나, 오히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모든 부동산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4차(전용면적 117.9㎡)는 지난달 13일 4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이 상승했다. 또 현대아파트1차(전용면적 196.21㎡)는 지난 4월 15일 63억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실거래가격 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올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역설적으로 강남불패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주택시장에서는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묶이면서 오히려 강남지역 재건축 단지들의 희소성이 높아졌고, 세금 부담 강화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집주인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정부의 규제 대책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기존 시세보다 높은 호가를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과 보유세 부과를 피해 이달 전에 나온 절세 매물이 대부분 소진된 점도 집값 상승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도 전주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기준치를 웃돌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전주(107.8) 대비 0.5p 하락한 107.3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매물 잠김 현상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강남지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보다 매물이 부족하다보니 호가가 계속 오르고, 거래절벽 상황에서도 시세보다 높은 호가에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며 "매물 잠김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6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따른 절세 매물이 소화되면서 매물 부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매물 부족에 따른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규제와 대출 등 세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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