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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축구중 차여 사지마비…"상대방 책임은 20%뿐"

등록 2021.06.19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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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숙여 헤딩하는 순간 발에 걷어 차여

원발성 뇌간 손상, 사지마비 등 진단 받아

원고, 상대 보험사에 12억6000만원 소송

재판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 일부 인정

다만 "축구 특성상 위험 감수 하고 경기"

[서울=뉴시스] 뉴시스DB. 자료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서울=뉴시스] 뉴시스DB. 자료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축구 경기 중 상대로부터 심한 반칙을 당해 상해를 입었다면 어느 정도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반칙을 저지른 상대의 책임을 20%로 인정하고 가입 보험사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회사의 현지 법인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던 A씨는 이 지역에서 축구동호회 활동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8월30일 B씨가 소속된 상대팀과 축구경기를 하게 됐다.

당시 공격수 역할을 맡은 A씨는 상대 진영 페널티박스 앞쪽에 서 있었다. 이때 같은 팀 선수가 A씨 머리를 넘기는 '오버 패스' 형태로 공을 찔러줬고, A씨는 허리를 숙여 공에 머리를 갖다 댔다.

그 순간 상대팀 수비수 B씨는 공을 걷어 내기 위해 옆으로 휘감듯 돌려찼는데 그만 A씨의 머리를 걷어차고 말았다. A씨는 그 충격으로 경기장 바닥에 그대로 쓰러지게 됐다.

A씨는 20분가량 경기장 바닥에 누워있다가 동호회 회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는 중국 현지 의료진으로부터 '원발성 뇌간 손상', '외상성 경막하 출혈', '사지마비'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후 국내로 이송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나 특별히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뇌손상 후 우측 편마비',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증상인 '복시', '인지 장애' 등의 후유 장해가 남게 됐다.

이에 A씨와 그의 부인, 자녀들은 B씨 보험사를 상대로 12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상대 선수가 먼저 공을 터치한 상황에서 이에 도전하는 선수가 과도한 힘으로 상대 선수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다리를 쭉 뻗은 것으로, 축구경기 규칙상 심한 반칙 플레이에 해당한다"며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위법한 가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는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가 입은 신체적·정신적 손해와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각각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도 B씨의 일부 과실을 인정했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0월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당시 부장판사 이동욱)는 "취미로 운동을 같이 하는 다른 동호인 선수들이 뜻밖의 부상을 입지 않도록 안전 배려를 함에 있어 전문적인 선수들 사이에서의 축구경기에서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를 베풀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가 심각한 부상을 입는 일이 없도록 서로 배려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도하게 힘을 사용해 발길질을 해 상대 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 것으로 축구경기에 적용되는 규칙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만한 반칙을 범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따라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축구경기 특성을 고려할 때 A씨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다며 B씨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축구 경기 특성상 원고도 신체 접촉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서 축구 경기에 참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또 발을 들어 걷어 내려는 수비수가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원고는 고개를 숙여 머리를 갖다 댄 과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현지 사정상 경기장 바닥에 쓰러진 뒤 약 20분간 아무런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점도 일부 기여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 측이 입은 손해를 2억80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B씨 측이 가입한 보험사의 보험금 한도가 1억원인 점을 감안해 보험사가 A씨 측에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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