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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비정규직, 인문학'...윤석열 '1일 1설화'?

등록 2021.09.16 17: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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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노동 아프리카나 하는 것" '육체노동' 폄하

"인문학은 대학, 대학원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6.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6.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윤아 김승민 기자 = '주120시간, 후쿠시마 원전'발언 등으로 잦은 설화에 휘말렸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또 노동 관련 설화에 휩싸였다. 설화가 한두번이 아니다보니 대선주자의 인식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여권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온다.

16일 뉴시스 종합결과,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경북 안동시 국립안동대에서 학생들에게 "지금 기업은 기술력으로 먹고 산다"며 "사람이 이렇게 손발 노동으로, 그렇게 해 가지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이제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한 말이지만, '육체노동'을 폄하한다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구절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아프리카 대륙을 싸잡아 비하하는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학생들에게 "인문학이라는 건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를 공부하며 병행해도 되는 것이며 많은 학생들이 대학 4년과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1960년대에 단순 노동으로 가발을 만들어서 해외에 수출하지 않았나"라며 "이제 양질의 일자리라는 건 기술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대학생들이 첨단과학, 컴퓨터 이런 데 관심을 갖고 역량을 갖추는 게 좋지 않겠냐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 승민 전 의원은 '인문학을 천시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내고 "윤석열 후보는 자신이 그렇게 깎아내린 '손발 노동'이 대한민국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며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왜곡하는 윤석열 후보는 결코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만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주자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몸을 쓰는 노동은 경제를 움직이는 근본이고, 가장 정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노동"이라며 "윤석열 씨에게는 손발 노동이 비하의 대상인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 가장 값진 힘"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대선주자인 심상정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잠시 멈춘 줄 알았던 '윤석열 망언시리즈'가 다시 시작된 것 같다"며 "아프리카와 육체 노동 폄하 발언은 후보의 천박한 노동 인식과 인종차별 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조차 의심된다"고 저격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손발노동'발언에 대해 "구의역에서 손발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 평택항에서 손발로 컨테이너의 쓰레기를 치우다 숨진 이군의 비극에 대해 윤 후보는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천정과 벽을 마주하며 손발 노동으로 자아를 실현하고 있는 배윤슬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셨나"라며 "세상에는 검사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인문학' 발언에 대해 "윤 후보는 인문대 옆의 법대 출신이다. 오로지 사시 합격을 위해 9수를 하는 건 괜찮고 인문학은 대학, 대학원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나"라며 "경북 안동은 이육사 시인과 퇴계의 고향이다. 하필 그 안동에서 인문학이 필요 없다고 말한 윤 후보의 정신세계도 참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120시간 노동, 대구 민란, 부정식품, 폐미가 저출생 유발, 집은 생필품' 등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그는 지난 7월 19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청년 스타트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선 예비후보 12명을 대상으로 열린 유튜브 라이브 방송 '올데이 라방'에 출연해 미소 짓고 있다. 2021.09.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선 예비후보 12명을 대상으로 열린 유튜브 라이브 방송 '올데이 라방'에 출연해 미소 짓고 있다. 2021.09.12. [email protected]

주 120시간은 주 5일 근무로 치면 24시간 근무에, 주 7일이라고 쳐도 매일 17시간 정도를 일해야 하는 수준이다.

논란이 일자 윤 전 총장은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마치 120시간씩 일하라고 했다는 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왜곡"이라며 "근로조건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기업에만 좋은 게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좋은 경우에 좀 넓게 예외를 둬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7월 20일 대구를 찾아 지난해 코로나19 집단 감염 당시 일선에서 수습에 힘썼던 대구동산병원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의료진들과 시민들의 노력을 지원해주기는 커녕 (중국) 우한처럼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미친 소리까지 나왔다"며 "대구 시민들의 자존심이 상하고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확산이 대구가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도 논란이 됐다. 보수의 텃밭 대구를 칭찬하려다가 다른 지역을 싸잡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지역 폄하 발언을 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의 극우 성향의 외교 발언도 여권 공세의 빌미가 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 7월 6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사실 과거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정치적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고 일본 정부나 각국 협의로 사람들이 의문을 품지 않도록 국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권에서는 '일본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윤 전 총장 측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지난해 10월26일 국정감사에서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오염수 처리가 일본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고 한 답변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페미니즘이란 것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이게 선거에 유리하고 집권 연장하는 데 악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생 원인을 언급하며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를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도 있고, 사회적으로 봤을 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이 너무 안 된다. 출산 장려금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즘이 저출생을 야기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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