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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언급 넷플릭스 '무임승차'…'세금 회피' 논란까지

등록 2021.10.23 11:20:13수정 2021.10.25 09: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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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글로벌 플랫폼은 규모에 걸맞게 책임 다해야"

넷플릭스, 해외선 망 사용료 내고 한국선 안낸다

'매출원가' 높게 잡아 한국매출 본사 이익으로 귀속 꼼수

대통령도 언급 넷플릭스 '무임승차'…'세금 회피' 논란까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의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과 '세금 회피'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의 '망 무임승차 논란'에 대해 "국내 컨텐츠 제공자와의 역차별도 있고, 현재 제기되는 문제는 매우 적절한 지적인 만큼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오징어게임' 흥행에 힘입은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 1일 종가 기준 613.15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2713억 달러(약 321조원)에 달했다. '오징어게임' 출시일(9월 17일) 대비 2주간 4.3% 상승한 것으로 시가총액이 무려 113억 달러(13.3조원) 증가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 1100만 가구가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시청했다고 발표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 열풍에 힘입어 막대한 수익도 예상된다.

반면 국내 통신사들은 넷플릭스에서 흥행작이 나올 때마다 증가하는 트래픽 부담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지난달 17일을 전후로 추석 연휴를 제외한 일주일간 트래픽을 비교한 결과, KT-넷플릭스 간 트래픽은 유·무선 인터넷과 IPTV를 포함해 39%가량 뛰었다. SK브로드밴드는 '오징어게임' 공개 전후로 서비스 안정성 유지를 위해 해외망을 9월과 10월에 두 차례 증설했다.

그런데도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2021년도 국정감사에서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2021년도 국정감사에서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05. [email protected]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트래픽을 분산하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을 적용해 오픈 커넥트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국내 통신사들이 요구하는 형태의 망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미 이용자가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한 한 만큼 통신사(ISP)가 콘텐츠사(CP)에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것은 이중 부과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CP들이 트래픽을 줄일 수 있는 임시 데이터 저장 서버 등을 통해 ISP에 콘텐츠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비용을 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은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기존 '망 이용대가'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오픈 커넥트라는 캐시 서버 구축을 통해 윈윈할 수 있다고 본다"며 "오픈 커넥트가 상생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이런 '상생'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과 달리 이미 해외에선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2014년부터 Comcast, Verizon, AT&T, Time Waner Cable, Orange 등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국내 소송에서도 2014년 넷플릭스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넷플릭스가 Comcast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판단했다.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소송 관련 재판부는 인터넷 접속 역무의 유상성을 인정하고 망 이용대가 지급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즉각 항소하며 버티고 있다.

넷플릭스로 인한 역차별 문제도 불거진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는 연간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통신3사에 지불하면서 안정적인 망 관리와 증설에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29일 넷플릭스코리아가 한국 창작자들과 함께 그동안의 창작 시간을 돌아보는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Netflix Partner Day)' 행사를 온라인으로 열었다.(사진=유튜브 캡처)2021.09.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29일 넷플릭스코리아가 한국 창작자들과 함께 그동안의 창작 시간을 돌아보는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Netflix Partner Day)' 행사를 온라인으로 열었다.(사진=유튜브 캡처)2021.09.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심지어 넷플릭스의 글로벌 경쟁업체 디즈니+도 사실상의 국내 망 사용료 지급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11월 12일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디즈니+는 서버를 운영하는 CDN 사업자에 콘텐츠를 위탁하고 CDN 사업자가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디즈니+는 이미 미국·유럽 등에서 해당 방식을 이용 중이다.

과방위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위해 ISP와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한국 진출 이후 작년까지 770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에는 5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타 OTT 사업자들 역시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로 한국 콘텐츠에 투자 중이며, 자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망 이용료 미지급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웨이브는 2025년까지 총 1조원 규모를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이다. 티빙도 올해 8000억원을 비롯해 5년간 5조원 이상의 투자를 실행할 방침이다. 이밖에 카카오TV는 2023년까지 3000억, 쿠팡플레이는 올해 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넷플릭스의 무임승차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됐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넷플릭스 문제를 언급했을 정도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인기를 화두로 얘기하면서 글로벌 플랫폼과 통신사 간의 망 사용료 갈등 문제,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의 불공정 지식재산(IP) 계약 우려를 짚고 해결을 당부했다.

[서울=뉴시스]양정숙 의원실 제공

[서울=뉴시스]양정숙 의원실 제공

문 대통령은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표준계약서 등)에 대해서도 총리께서 챙겨봐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플랫폼사와 통신사 간의 망 사용료 갈등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넷플릭스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77%를 본사 이익인 수수료 명목으로 이전하면서 영업이익률을 본사 18.3% 대비 9분의1 수준인 2.1%로 낮춰 세금을 회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과방위 양정숙 의원(무소속·비례대표)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작년 국내 매출액 4154억원 중 3204억원을 본사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매출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은 크게 낮춰 법인세를 21억원만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본사와 한국지사 간에 불투명하게 이뤄진 합의에 따라 '매출원가'를 과도하게 책정한 뒤 한국매출을 본사 이익으로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한국 내 세금을 크게 줄이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영업이익률을 고무줄처럼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매출원가' 책정이 명확한 기준을 따르지 않고 넷플릭스 본사와 한국지사 간 '합의'에 의해 책정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기준 넷플릭스 본사 재무현황과 국내 현황을 비교해보면,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본사 61.1%, 한국 81.1%로 20% 차이가 났고, 세금 납부와 관련 있는 영업이익률은 본사 18.3%, 한국은 2.1%로 9배 가까이 낮춰잡고 있다. 이런 방법을 동원해 세금을 회피한 결과 넷플릭스가 부담한 2020년 법인세는 21억 7725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국세청은 넷플릭스의 세금 회피 의혹들과 관련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넷플릭스 세무조사에 착수한 이후 약 8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을 축소하는 불법적인 행태를 규율한 조치다.

양정숙 의원은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흥행에 힘입어 전체 매출 증가와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한 만큼, 한국에서의 책임도 다 해야 한다"면서 "한국 매출액을 본사 이익으로 귀속시키면서 세금을 줄이고, 망 이용대가는 회피하겠다는 뻔뻔한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특히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협상에 성실히 임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납부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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