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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뭘 하고 있나요"…국감장 울린 시각장애 교사

등록 2021.10.21 16:50:32수정 2021.10.21 16: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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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민원으로 통근길 점자블록 깔아준 중학생 사연

유은혜 "아이들 진심·순수함 어른들 따라가지 못해"

교육부, 장애교원 지원 전담팀 구성 등 타진하기로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와 소속·공공·유관기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0.21.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와 소속·공공·유관기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0.21.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서울·세종=뉴시스]이연희 김경록 기자 =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내려보니 (통근)길에 점자블록이 깔려있었습니다. 학생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어서 점자블록이 깔린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21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시각장애 교사의 한 마디가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서울 구룡중학교에서 영어 과목을 가르치는 김헌용 교사는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의 참고인으로 국감장에 출석해 자신의 경험을 이같이 말했다.

김 교사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학생들은 김 교사를 찾아가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힘든 점이 없는지 직접 물었다. 김 교사가 "출근길에 점자블록이 없어서 힘들다"고 답하니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통근길 점자블록 설치를 추진했다는 이야기다.

반면 상당수 장애교사들은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동안 동료 및 상급 교직원으로부터 여러 차별적인 언행을 감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교사에 따르면 안내견을 동반하는 시각장애 교사는 교장으로부터 "수업에 방해가 되니 복도가 아니라 밖으로 다니면 어떻겠느냐"는 발언을 들어야 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한 여성 교사는 부장교사로부터 "베트남에서도 남자들이 많이 입국하고 있으니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애 및 성차별적 언사를 겪었다. 한 청각장애 교사가 워크숍 출장에 문자통역사 배정을 요청하니 학교로부터 "자꾸 요구하면 워크숍에 다시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 교사는 "학교는 공기 자체에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차별적 공기가 있다"면서 "지금 학교가 매우 장애 차별이 만연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장애교원을 위해 어떤 정책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날 김 교사는 울음을 삼키며 "어른들에게 돈, 권한, 사람이 없느냐"고 반문하면서 "장애 교원도 떳떳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문을 보내고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주시니 울컥하다"며 "아이들의 진심과 순수함을 우리 어른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국립서울맹학교 박동해 교사가 지난해 4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서 교실에 불을 끈 채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기사와는 관계 없음. 2021.10.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국립서울맹학교 박동해 교사가 지난해 4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서 교실에 불을 끈 채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기사와는 관계 없음. 2021.10.21. [email protected]

이어서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작은 것부터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안타깝고 죄송하다"면서 "우선 할 수 있는 일부터 현장에 적용되도록 방안을 만들고, 전담팀이나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 내년에는 장애인 교원에 대한 조직과 예산 지원이 일부 전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장에는 대학생 대표들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목소리를 냈다. 교육부의 3주기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인하대의 전승환 총학생회장과 위덕대 이다영 총학생회장, 학과 구조조정 갈등을 겪고 있는 김해대 김남혁 총학생회장이 참석했다.

전 학생회장은 "교육부가 기본역량진단 평가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려 했는지 되묻고 싶다"며 "학생들은 평가 결과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대학 공부를 계속 이어나갈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학생회장은 "현행 대학기본역량진단은 학생 충원율이 높을 수록 더 많은 재정을 지원받는 구조"라며 "등록금 수입 감소로 고통 받는 지방대 위기를 심화 시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조롱을 실현시키는 것이 교육부 아닐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해 유 부총리는 "두 학생 대표의 울분에 찬 발언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3주기 진단 방식을 결정할 때 2주기에 여러가지 제기된 문제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해 보완한 제도로 만든 것이다. 교육부는 이런 평가 없이 대학을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재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평가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3주기 진단을 끝내면서 이런 평가를 지속해야 하는지 구조적 문제와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려는 생각까지 갖고 있다"면서 "실제 대학지원사업이 고등교육 혁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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