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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데스타운' 시우민·강홍석 "함께라면 누구보다 강하리라 믿어"

등록 2021.11.11 06: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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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헤르메스 역으로 호평

내년 2월27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우 강홍석(왼쪽)과 엑소 시우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1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우 강홍석(왼쪽)과 엑소 시우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노래는 세상을 구원한다.

뮤지컬 '하데스타운'(극작·작곡·작사 아나이스 미첼, 연출 레이첼 챠브킨)의 첫 라이선스 공연이 증명해나가는 사실이다. 백문이 불여일청. 온몸으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오르페우스'의 '인생 찬가(讚歌)'를 들으면 안다.

강철 같은 지옥의 신 '하데스'의 마음마저 녹이는 오르페우스의 노래는 초능력과 같다. 오르페우스를 연기하는 시우민이 속한 한류 그룹 '엑소' 멤버들도 초능력을 갖췄다.

K팝에 세계관을 도입한 원조 그룹인 이 팀에서 시우민이 맡은 초능력은 '결빙(結氷)'. 그런데 지금은 봄을 부르는 기운을 가진 오르페우스를 연기하는 것이 흥미롭다며 껄껄 웃는 시우민은 겨울 초입인 현실에도 봄을 부르는 매력을 머금고 있다. 군 복무 시절 군 뮤지컬 '귀환'에 출연한 적이 있으나, 사실상 첫 뮤지컬인 '하데스타운'으로 그는 호평을 듣고 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시우민. 2021.11.11.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시우민. 2021.11.11.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그를 큰 형님처럼 한없이 품어주는 뮤지컬배우 강홍석 역시 초능력을 갖고 있다. 올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그는 어떤 작품에 출연하든, 관객들을 무대 위로 빨아들이는 마술 같은 흡입력을 갖추고 있다.

강홍석은 '하데스타운'에서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극 전체를 끌고 가는 헤르메스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오르페우스를 이끄는 역인데, 극 밖에서도 시우민을 이끌며 작품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든든한 우군이 돼 주고 있다. 어느새 돈독함을 자랑하게 된 두 배우를 최근 대치동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우민(시)=처음엔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한편으로는 도전이었죠. 게다가 '하데스타운'이 일반 뮤지컬과 결이 많이 다르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에 출연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프로필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어요.

강홍석(강)='하데스타운'이 미국에서 잘 나가는 이유를 알게 됐어요. ('킹키부츠' '시티 오브 엔젤' 등 개성 강한 좋은 작품에 잇따라 출연한 것에 대해) 감사하죠. 주변 친구들이 더 부럽다고 해요.

[서울=뉴시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강홍석. 2021.11.11. (사진 = 에스앤코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강홍석. 2021.11.11.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시='오르페우스'는 순박한 바보죠. 처음엔 사랑할 줄 모르고, 한곳만 볼 수 있는 시야가 좁은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반대로, '에우리디케'를 진짜 사랑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오르페우스와 소년미가 닮았다고 하자) 순수한 건 잘 모르겠고 솔직함이랑 한가지 일에 몰두하는 건 닮은 거 같아요. 저 역시 멀티가 안 되거든요. 하나에만 집중하죠.

강=예술가들이 보통 하나만 계속 파고드는 거 같아요. 저 역시 그렇거든요. 세상 물정 모르기도 하고요. 하하.

시=오르페우스는 봄을 불러 일으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엑소에선 그거와 상반된 초능력(결빙)을 갖고 있어 차가운 이미지였는데, '하데스타운'에선 따듯한 기운을 발산하죠. 노래를 최대한 따듯한 느낌으로 부르고자 했어요. 처음 회사를 통해서 '하데스타운'의 노래를 들어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재즈 풍에 팝적인 요소가 있고 매력적이었죠,. 군 전역을 한 뒤 오디션을 볼 때, 고음 파트가 많아서 보컬적인 것에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기타 연주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여전히 '넥스트 레벨'을 위해 노력 중이에요. 소리에 대한 길을 찾고 있죠. 뮤지컬을 하면서 더 발전하고 있어요.

강=우민 씨가 너무 잘해내고 있어요. 공연 전후로 소통을 많이 해요. 넘버 '에픽3'에 사랑에 빠지는 멜로디가 있거든요. 사랑에 빠진 것처럼 '말하듯이 감성을 툭 던져보는 것도 괜찮다'고 의견을 냈는데 바로 실행하더라고요.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우 강홍석(왼쪽)과 엑소 시우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1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우 강홍석(왼쪽)과 엑소 시우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11. [email protected]

시=바쁜 상황에서 관심을 갖고 피드백을 주신다는 것이 감사하죠. 홍석이 형 자체가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세요. 먼저 다가와 주시고요. 매일이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강=정해진 연습 시간이 되기 훨씬 전부터 와서, 목청껏 연습을 하는데 어떻게 마음이 안 움직일 수 있겠어요. 제가 혹시나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주고 싶죠. 명배우라도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기 쉽지 않는데 우민 씨는 계속 본인을 모니터링하며 다듬어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시=군 복무 시절 군 뮤지컬 '귀환'에 출연한 뒤 뮤지컬의 맛을 알게 됐어요.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해야 하니까 재밌더라고요. 처음엔 뮤지컬을 잘 몰랐다가, '귀환'이 뮤지컬을 알게 해준 계기가 됐죠. 그것이 '하데스타운'이라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나 때문에 다른 배우분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뮤지컬에 먼저 출연한 엑소 멤버인) 수호 씨가 보러 왔는데 '어려운 작품을 잘하고 있다'며 응원해줬어요.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우 강홍석(왼쪽)과 엑소 시우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1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우 강홍석(왼쪽)과 엑소 시우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11. [email protected]

강=('킹키부츠' 롤라, '시티 오브 엔젤' 스테인'에 이어) 최재림 씨랑 한 뮤지컬에서 또 같은 역을 맡게 됐어요. 작년 '킹키부츠'에 출연할 당시 재림 씨에게 '하데스타운'이 우리나라에서 한다는데, 오디션을 같이 보자고 했죠. 재림 씨는 노래에 대한 공부를 정말 많이 하는 친구예요. 연구개음부터 두성까지 완전히 꿰고 있죠. 반면 저는 완전히 필(feel)로 부르죠. 하하. 성량보다 감성을 더 중요하게 여겨요. 재림 씨랑 작품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특히 영어로 불렀을 때 시적으로 살린 부분을, 한국어 질감으로 어떻게 옮겨낼 것인가에 대해서요. 예컨대 처음에 '로드 투 헬'을 부를 때 '오래 전'이라는 노랫말이 있는데 '옛날 옛적'이 더 입에 붙는 거예요. 그런 뉘앙스를 고민 중이죠. 경계를 넘나드는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 '상업의 신'이기도 한데, 그런 복합적인 성격을 연구를 통해 분석하고 본능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시=홍석 형과 재림 형, 두 분이 참 다른데 모두 좋아요. 홍석 형은 태양처럼 뜨겁다면, 재림 형은 달처럼 은은하게 감싸주세요. 하하. 두 형을 비롯해 멋진 배우들과 함께 하는 '하데스타운'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뮤지컬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뮤지컬에 대한 다양한 애정을 보여주시는 배우분들을 보며 여러가지를 배우고 있어요. 특히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진짜 뮤지컬배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강=(영화와 드라마 출연을 병행하고 있는데) 매체 연기도 너무 재밌어요. 카메라 앞과 무대의 차이에 대해 배우고 있죠. (해외에 뮤지컬영화가 점점 많아지는데 국내에도 활성화되면 제격이라고 하자) 최근 '인더하이츠'를 봤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힙합과 라틴 팝의 음악이 제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한국도 곧 활성화될 거라 믿어요. 올해 벌써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는데, 공연을 하기로 한 날에 펑크를 낸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점이 특히 감사해요. 원캐스팅으로 출연했던 작품도 있었는데, 몸 건강하게 잘 출연을 해왔죠. 그리고 뮤지컬로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점도 감사하고요.

시=군대 기간 포함해서 콘서트를 못해 팬들을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뮤지컬이기도 해요. 그래서 매일 무대에 오르는 것이 행복하죠. 물론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기분과 생각이 달라요. 언제까지 뒤돌아보면서 슬퍼해야 하나, 죄책감도 생기고요. (오르페우스는 자신을 뒤쫓아오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하데스의 조건을 지키지 못해, 결국 아내를 잃지만 '하데스타운'은 마지막에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반복하며 순환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 '하데스타운'이 좋은 건, 희망을 가지고 조금씩의 변화를 위해 노래한다는 것이죠.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우 강홍석(왼쪽)과 엑소 시우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1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우 강홍석(왼쪽)과 엑소 시우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11. [email protected]

강='하데스타운'은 세상을 품는 힘을 가진 작품이에요. 시대를 잘 반영했죠.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지금 가장 드는 생각은 '벽'에 대한 것이에요. 사람이 사는 곳이 무조건 자유로울 수는 없어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갈수록 벽이 생겨 갑갑하잖아요. 온라인 공간은 활성화됐지만, 오프라인 공간은 그렇지 않죠. 마음의 벽은 더 높아지는 거 같아요. 그런 벽에 대한 고민이 잘 녹아 있는 작품이죠.

시=(성별, 자본 인종 등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하는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품인데, 그런 지점에서 K팝 아이돌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자) '하데스타운'의 노래 '그게 진실이면' 중에 '함께라면 누구보다 강하리라 믿어'라는 노랫말이 있어요. 공연을 하는 와중에 그 말이 계속 와 닿아요. 뮤지컬은 배우, 스태프, 관객이 다 함께 만드는 거잖아요. 한 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는 나날이에요.

'하데스타운', 내년 2월27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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