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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현주 "도전은 두려워요, 그래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등록 2021.11.28 07: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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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김현주 인터뷰

'민혜진' 역 맡아 새 매력, 연기력 호평

"안 변하면 퇴보한다는 두려움 있었다"

"내 시간만 멈춰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앞으로 계속 새로운 모습 보여주겠다"

[서울=뉴시스] 배우 김현주.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김현주.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김현주(44)는 한 때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1990년대 후반엔 최고 청춘스타였고, 2000년대 초엔 드라마 '토지'(2004) 등으로 연기력까지 인정받는 슈퍼스타였으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김현주는 연기 활동은 꾸준히 하지만 더이상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배우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던 김현주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준 건 2019년 드라마 '왓쳐' 때부터였다.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하며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더커버'(2021)를 거쳐 지난 19일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지옥'에 다다랐다.

김현주는 1부와 2부로 구성된 '지옥'에서 '민혜진 변호사' 역을 맡아 유일하게 모든 회차에 출연한다. 스토리 전개에 따라 1부와 2부에서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액션 연기까지 선보인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김현주를 다시 보게 됐다'는 식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제 김현주는 전진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지난 26일 김현주를 온라인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화상 인터뷰가 처음이라 긴장이 된다"고 말하면서도 시종일관 침착했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르고 '지옥' 역시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를 하면서 달뜬 분위기가 없지 않아 있지만, 그는 최근 국내 콘텐츠 업계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상황을 두고도 "내가 배우로서 일하는 데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모든 작품을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고 결정하며 캐릭터와 작품을 똑같이 대할 뿐"이라고도 했다.
[인터뷰]김현주 "도전은 두려워요, 그래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김현주의 재발견'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오래 고민한 결과"라고 했다. 변화를 원했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 때 '지옥'에 출연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배우로서 갈증이 있었어요. 도전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발전 없이 퇴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있었죠. 다른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지옥'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하나씩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지옥'은 드라마다. 하지만 애초에 영화로 기획됐고,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 '반도' 등을 함께한 스태프를 거의 그대로 데려와 영화를 찍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1~3부가 영화 한 편, 4~6부가 또 다른 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김현주에겐 익숙한 현장이 아니었다. 그는 데뷔 후 줄곧 TV 스타였다. 영화를 하긴 했지만, 주목받은 작품도 없었고 그나마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2004년 '신석기 블루스'정도다. 이 역시 김현주에겐 새로운 도전이나 다름 없었다.

이번 작품에 컴퓨터그래픽(CG)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김현주가 그간 해온 것과 일부분 다른 연기를 요구했던 부분이다. 그는 "촬영 기법도 신기하고 흥미롭고 생소하더라"며 "영화를 한 지 너무 오래돼서 내가 멈춰있는 동안 (영화 촬영 현장 역시) 발전했다는 걸 새롭게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현주는 이번 작품에서 함께 연기한 후배 배우들을 언급했다. 유아인·박정민·원진아·김도윤·이레·류경수 등 '지옥'에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이 김현주보다 경력이 짧다. 하지만 그는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하나같이 배울 점이 많았다"고 했다.

"저한테 생소한 것들이 후배들한테 익숙한 것들이었요. 내 시간이 너무 오래 멈춰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제가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두려움이 있었다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된 현장이었습니다. 후배들 연기를 보면 다들 자기만의 색이 있더라고요. 참 보기 좋더라고요. 그들을 보는 게 내내 즐거웠어요. '너네가 좋다'고 직접 말했다니까요. 어쨌든 저한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죠."

김현주는 연기 인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걸 자각하게 된 계기가 있느냐는 물음엔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이 열리고 포용력이 생긴 것 같다"며 "아마 과거의 나였다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현주는 현재 영화를 찍고 있다. 연 감독의 차기작인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다. 영화를 찍는 건 10여년 만인데다가 SF 장르는 처음이다. 이같은 행보는 그가 변하고 있다는 걸 또렷이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 김현주의 연기 인생은 '지옥' 전과 후로 나뉘는 걸까. 김현주는 잠시 고민한 뒤 "그렇지 않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옥'은 제가 지금껏 해온 작품들 중 한 편이죠. 글쎄요, '지옥' 전후로 제 연기 인생이 달라졌다는 생각은 아직까진 안 들어요. 물론 이 작품을 통해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요. 또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 앞으로 계속해서 제가 보여주지 못한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거고요, 열심히 할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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