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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선대위, 이명박 '효율'·박근혜 '통합' 절충…시너지 극대화

등록 2021.12.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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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후보와 닮은 듯 다른 윤석열 대선 캠프

효율 중시는 MB· 통합 방점은 朴…절충 선대위 가동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2021.12.07.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2021.12.07.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 조직이 완성되면서 조직 운영 전략이나 방향도 차츰 드러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대권을 잡았던 이명박·박근혜 캠프에서 활약했던 주호영, 권영세 등 공신들 중 상당수가 '윤석열 캠프'에서도 핵심 자리를 꿰찼다는 점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선대위 운용에서 '효율'을 중시했다면 2012년 박근혜 후보는 '통합'에 초점을 뒀다. 윤석열 후보는 선대위 조직의 '효율'을 중시하면서도 추구하는 방향은 '통합'에 방점을 두면서 이명박·박근혜 캠프를 절충한 선대위를 출범시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 중진들을 중앙선대위 보다는 지방선대위 중심으로 배치하고 CEO출신답게 내부 경쟁을 유도해 성과주의를 지향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했던 인사를 옹호하거나 '비박', '탈박' 등 대척점에 있는 사람을 기용하며 과감한 인사를 선보였다.

윤석열 캠프는 이명박·박근혜 캠프의 장점만 골라 벤치마킹한 것처럼 보일 만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디테일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효율을 중시하는 선대위 운영 기조 속에서 당내 중진들을 중앙에 두지 않고 지방으로 내려보내 내부 경쟁을 독려, 사실상 성과주의를 통해 선거운동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윤 후보는 각 분야별 총괄본부에 외부인사 대신 중진을 기용함으로써 경륜을 통해 캠페인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혀진다.

중진 활용에 있어서 이 전 대통령은 지방으로 중진들을 내려보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약해진 지방조직의 체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뒀지만, 윤 후보는 중진들을 선대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당내 장악력과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 후보는 당 내 뿌리가 없는 0선 후보인 탓에 당 장악이 우선인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이 중앙선대위를 최소화하는 대신 지방선대위를 대폭 강화하면서 중앙과 지방 조직을 수평적 관계의  네트워크형으로 구성했다면 윤 후보는 지방선대위를 중앙선대위와 수직적인 상하 관계로 두고 있다. 지역선대위원장은 주로 원외 인사나 초선 의원들이 맡고 있다. 여당에 비해 다선 의원이 수적으로 부족한 사정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중앙선대위에 비해 지방선대위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기존 피라미드식 선대위 조직에서 탈피해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 것과 윤 후보가 기능별 총괄본부를 두고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려 한 점은 일치한다.

선대위원장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은 거물 정치인이나 당내 인사보다는 외부 인사를 주로 영입했다.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등 당연직을 제외한 선대위원장 9명 중 6명을 외부인사로 배치했다. 반면 윤 후보는 김종인, 김병준 등 비대위원장을 역임한 당의 원로나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최다선(5선)인 조경태 의원 등 당내 중진을 선대위원장에 앉혔다. 당연직인 이준석 당대표를 제외한 선대위원장 10명 중 외부 인사는 박주선, 이수정, 스트류커바 디나, 노재승 등 4명에 불과하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왼쪽 다섯번째)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용호(왼쪽 네번째) 의원과 입당식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2.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왼쪽 다섯번째)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용호(왼쪽 네번째) 의원과 입당식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2.07. [email protected]

이 같은 결과는 윤 후보가 당 중심의 선거운동을 구상하면서 당내 인사 활용도를 의도적으로 높인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윤 후보가 약자동행위원장을 직접 맡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선대위 주요 자리에는 장애인 등 약자를 대변할만한 상징적인 인물을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도 연일 지역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출범 당일 17일 "그동안 약해진 지역 당협을 재건하고 청년과 여성을 보강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18일 선대위 첫 회의에서도 "중앙 선대위는 선거운동의 전략과 기획을 통해서 전국에 각 지역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방향을 이끄는 것이지만,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 선거구, 당협이 정말 열심히 뛰어주셔야 되고, 선거가 다가오면 우리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께서는 정말 '고향 앞으로' 해서 열심히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도 선대위 인선을 통해 '메시지'를 발신했다. 소아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대법관을 지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과 과거사 관련 피해자들을 선대위에 참여시켜 사회적 약자 포용, 국민통합 메시지를 제시했다.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됐던 김 전 헌재소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쓴 이유로 구속된 송요찬 전 육참총장을 석방한 법관이란 점에서 박 후보가 선친 시대의 그늘을 탈피하려는 의지로 해석됐다. 박 후보는 선대위에 친박계 뿐만 아니라 자신과 대립구도에 있던 비박(정몽준)·탈박(김무성)계까지 끌어안아 당내 통합에도 공을 들였다.

박 전 대통령이 선대위의 핵심 콘셉트로 '국민대통합'에 방점을 두고 화합형 선대위를 구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윤 후보도 통합형 선대위를 추구한다. 선대위 본부도 박 전 대통령은 조직, 직능, 홍보소셜미디어, 청년, 여성, 당무조정본부를 둬 윤석열 캠프와 비슷한 구조다.

박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직접 국민대통합위원장과 공약위원장을 맡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국민대통합의 일환이다. 윤 후보가 노무현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임명하고,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인선한 점, 호남·민주당 출신 이용호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국민통합을 염두에 둔 것과 같다.

당내 화합에선 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비박진영 인사였던 정몽준 전 대표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과 달리, 윤석열 선대위에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이름을 올리지 않아 윤 후보가 완전한 당내 화합을 이뤘다고 보기에는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콘셉트로 선대위를 구성하면서도 청년층인 2040세대와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과 달리, 윤 후보는 선대위 곳곳에 청년을 배치한 점은 차별화된 포인트다. 선대위원장과 각 본부별로 청년보좌역을 배치하거나 후보 직속 기구로 청년위원회를 설치하고 선대위에 별도로 신설한 청년본부도 청년층에 공을 들인 대목이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청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청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06. [email protected]

정치권에선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깜짝 인선'을 한 것과 달리, 윤 후보는 깜짝 인선이나 감동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여성 공동선대위원장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여성CEO로서 명성을 얻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해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활용했다. 반면 윤 후보는 범죄심리 전문가인 이수정 교수와 30대 워킹맘이자 사할린 강제이주 동포의 손녀인 스트류커바 디나씨를 영입하고도 파급력은 기대치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깜짝 인사일수는 있지만 감동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안국포럼'과 비선 조직을 두고 당 밖에서 선거 운동을 진두지휘했던 반면, 박 전 대통령과 윤 후보는 당내 공식 조직을 중심으로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다른 모습이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세 사림이 후보 직속 위원회를 가동하며  직접 위원장을 맡는 것도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의 방향을 읽을 수 있거나 후보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특위를 직접 관장히며 기업형 마인드를 향후 국정운영에 철저하게 접목시키겠다는 의중을 드러냈고, 박 전 대통령은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위원장과 공약위원장을 맡아 국민대통합과 경제민주화 공약을 추진했다. 윤 후보는 약자동행위원장과 청년위원장을 맡아 선대위 출범 후 '1호 공약'으로 코로나 피해로 인한 사회적 약자 지원 정책을 다듬고 있고, 집권 시 청와대는 물론 차기 정부의 모든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신설해 청년 목소리를 듣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윤 후보의 선대위 통치 스타일이 단기간에 180도 바뀌었다는 점이다. 윤 후보는 초반 선대위를 수평적 관계로 운영하면서 총괄선대본부장을 폐지하고 본인이 직접 선대위를 통제하며 현안을 챙기려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합류 조건으로 사실상 전권을 요구하자, '직접 통치형'을 택했던 윤 후보는 선대위의 최정점에 있는 총괄선대위원장 한 명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간접 통치형'으로 급선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윤 후보처럼 남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고 스스로 점검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지만 '직접 통치형"을 택하고, 모든 기구를 자신을 중심으로 포진시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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