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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의 시작, 영화배우를 멸종하다

등록 2022.01.1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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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설경구·하정우 등 드라마 출연

15~30년 간 영화만 하던 배우들 변화

남은 건 송강호·강동원·박해일 정도만

코로나 사태 후 영화산업 급격히 축소

OTT 드라마 시리즈가 대세 자리잡아

K드라마 글로벌화 영향력 커진 영향도

OTT 시대의 시작, 영화배우를 멸종하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최근 배우 최민식이 디즈니플러스(+)가 만드는 드라마 '카지노'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영화계에선 영화배우와 드라마 배우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최민식은 1998년 이후 20여년 간 영화에만 출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드라마엔 절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영화배우'라는 이미지가 확고했다. 하지만 최민식도 이제 드라마에 나온다. 영화계 관계자는 "국내 영화 시장이 코로나 사태 이후 쪼그들대로 쪼그라들면서 어떤 배우도 더이상 영화만 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했다.

드라마를 선택한 건 최민식만이 아니다. 설경구도 이제 드라마에 나온다. 설경구는 데뷔 초창기였던 1994년 드라마 '큰언니' 이후 30년 가까이 영화만 했다. 그런 그도 최근 변성현 감독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길복순' 출연을 확정했다. 2007년 이후 드라마를 하지 않았던 하정우도 넷플리스 시리즈 '수리남'에 나온다. 전도연·황정민 등도 최근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이제 영화만 하는 배우는 송강호 외엔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송강호 역시 드라마에 출연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2020년 한 인터뷰에서 "드라마에 문을 닫아놓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영화배우라는 말은 더이상 쓰지 않는 말이 될 수도 있다"며 "송강호 외에도 드라마를 하지 않는 강동원이나 박해일도 마음을 바꾸게 될 날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배우들이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정도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격히 줄었다는 점과 국내 드라마가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는 국내 영상 콘텐츠 업계에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시장 상황을 뒤바꿔놨다. 영화 관객 급감(2019년 2억2667만명→2021년 6052만명)은 OTT 플랫폼의 급격한 확장(사용자수 2020년 1706만명→2021년 2420만명)으로 이어졌다. OTT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아닌 집에서 보는 드라마의 영향력을 커졌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사라지고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급증하자 영화감독들이 대거 드라마 시장으로 유입됐고, 이에 따라 이들과 함께 작업하던 배우들도 드라마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OTT에서 드라마를 만들었거나 만들고 있는 영화감독은 연상호·한준희·윤종빈·정지우·이준익·한재림·김지운·이병헌 등이다. 이들은 모두 국내 영화계의 각 세대를 대표하는 감독이었다. OTT와 이들이 만나면서 드라마 형태는 물론 드라마 현장도 변했다. TV드라마는 짧아도 회당 75분 16부작인 긴 호흡, 생방송 식으로 진행되는 긴박한 촬영, 표현 수위의 한계 등 문제로 영화배우들의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OTT가 드라마를 만들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분량은 50~60분 8회가 됐고, 완벽한 사전 제작이 이뤄지게 됐으며, 표현 수위에도 대체로 제한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영화감독들은 자신과 함께 일하던 영화 스태프를 데려와 영화 현장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완벽한 사전 제작 드라마를 만든다"며 "회차는 길어야 10부작이고 짧은 건 6회면 끝나니까 배우들의 부담도 적다. 영화 한 편을 좀 더 오래 찍는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실제로 한준희 감독의 'D.P'나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이들과 함께 일해온 영화 스태프가 그대로 옮겨가 만든 작품이다.

이제 국내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 공략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영화배우들의 전향을 자극한 부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넷플릭스·디즈니+·애플TV+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공개와 동시에 수억명의 해외 구독자가 잠재적 시청자가 된다. 내가 출연한 작품을 한국보다 몇 배는 큰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다는 건 영화배우라는 타이틀보다 더 큰 가치라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역사적인 흥행, 출연작이 이 드라마 한 편 밖에 없는 신인 배우 정호연이 글로벌 스타가 되는 걸 보면서 영화배우와 영화감독 모두 큰 자극을 받고 있다는 얘기는 현재 업계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얘기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과 콘텐츠는 결국 관심을 먹고 자라는 것 아니냐"며 "이제 영화배우들이 드라마를 찍는 일은 세계 시장에서 내 연기를 선보이겠다는 선언같은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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