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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대 뒤에서 공연을 만든다" 경기아트센터 정주현 음향감독

등록 2022.03.12 13: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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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사운드가 나왔을 때 희열 느껴요"

경기아트센터 정주현 음향감독(사진=경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아트센터 정주현 음향감독(사진=경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공연에서 제어하는 사운드 환경이 음향감독 마음에 들어야 관객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사운드가 나왔을 때, 모호한 사운드가 관객에게 감동을 줄 사운드로 구현됐을 때 희열을 느낍니다."

관객과 마주한 '무대 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대 뒤'에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연을 '뒤'에서 만드는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경기아트센터 무대음향을 총괄하는 정주현(51) 음향감독도 늘 무대 뒤에 서 있다.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팻 매스니'의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한 일, 그는 25년 차 베테랑으로 아트센터의 음향을 책임지고 있다. 경기아트센터에 입사한 지도 어느덧 18년이 됐다.

경기도무용단 '태권무무 달하', '련', '률',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역의 음향', 경기도극단 '늙어가는 기술', 경기필 '피가로의 결혼', 기획공연 '브런치 콘서트' 등 다양한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쳤다.

정 감독은 음향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기술적 노하우로 음향의 유지보수, 관리, 운영하고, 어떻게 최적의 사운드를 공연에 녹여낼지 고민하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공연장 음향시스템은 가정용 오디오가 더 커진 형태다. 공연장에서 스피커를 운용하면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이런 부분을 체크해서 객석 어느 곳에 앉아 계셔도 괜찮은 사운드를 들려드리려고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대 직원들끼리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농담한다. 빛이 없는 곳에서만 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전혀 없다. 무용수들이 자기 몸짓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우리는 사운드에만 집중한다"라고 말했다.
경기아트센터 정주현 음향감독(사진=경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아트센터 정주현 음향감독(사진=경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음향감독은 '무대 위' 예술가와 협업해야 한다. 그 때문에 정 감독이 생각하는 음향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친절'이다.

정 감독은 "기술적으로 얼마나 좋은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중요한 건 협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청각은 5분만 지나도 둔해지기 마련이다. 후각과 비슷하다. 또 사람의 청각이라는 것 자체가 심리적인 느낌도 굉장히 중요하다. 말 한마디의 친절함이 소리를 예쁘게 만드는 것과도 알게 모르게 연결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연 하나를 올리려면 수많은 예술가, 관객과 소통해야하는데 그 과정에서는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좋은 소리가 나쁘게 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결과물이 가장 좋다"라고도 했다.

정 감독은 '음향' 부분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작품으로 경기도무용단 '련'을 꼽았다.

그는 "모든 작품이 다 어렵지만, 작품 사운드를 직접 디자인했던 '련'은 입사한 이후로 무용단이 실제 연주되는 음악으로 공연한 첫 케이스였다.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실제 연주가 이뤄지다 보니 현장에서 신경을 쓸 요소가 많았고, 실험적인 장치들이 많이 사용돼 고민할 지점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또 "당시 무용단 감독님이 7.1채널(스피커 7개, 우퍼 1개)을 요구했다. 무용수가 활을 쏘는 장면인데, 활이 날아가는 소리를 입체적으로 구현해야 했다. 대극장에서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를 내기 위해 사운드 디자인을 시도했다. 대극장에 설치된 스피커를 활용해 관객이 작품 안에 놓인 것처럼 디자인했고, 실제 무대에서 구현됐을 때 굉장히 효과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관객을 위해 올해 10월 예정인 경기아트센터 시나위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시즌 작품 '시나위일렉트로니카'를 추천했다.

정 감독은 '시나위일렉트로니카'를 "가장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음악공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렉트로닉 장르는 음압과 데시벨을 최고치로 필요로 하는 반면, 국악기는 반대다. 악기가 가진 한계로 소리를 무리하게 올릴 수도 없고, 큰 소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악기를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만들지가 음향 감독으로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 또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면서 기준을 만들어 가는데도 큰 의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무래도 공연 키포인트는 현장감이다. 비대면 공연은 코로나19로 생긴 갈증해소용이 될진 몰라도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직접 와서 느껴지는 공기 자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도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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