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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유희·이현준 "부부도 설레요…성숙한 '춘향·몽룡' 기대하세요"

등록 2022.03.18 13: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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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춘향' 개막

이현준, 초연 때부터 '몽룡' 출연

손유희, 춘향 첫 무대…"뿌듯해"

[서울=뉴시스]발레 '춘향'에서 춘향과 몽룡 역을 맡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발레 '춘향'에서 춘향과 몽룡 역을 맡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다정한 눈빛으로 춘향을 바라보는 몽룡, 그녀 앞에 사랑을 서약하는 부채를 살포시 펼친다. 떨리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몽룡, 부끄러운 듯 다시 달아나는 춘향. 이내 춘향은 몽룡의 품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지난 16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 수석무용수 손유희(38)와 이현준(37)은 아름답게 흐르는 차이콥스키 선율에 맞춰 춘향과 몽룡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거듭되는 점프, 회전에 턱 끝까지 숨이 차올랐지만 동작을 꼼꼼히 점검하며 합을 맞춰나갔다. 결혼 10년차, 부부인 두 사람은 18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춘향'에 파트너로 처음 함께한다.

춘향·몽룡, '초야-이별-해후' 파드되…"설레는 연애 감정 표현"

지난 2007년 '춘향' 초연 당시 이현준은 몽룡 역을, 손유희는 향단 역을 맡았다. 당시 이현준의 상대 역은 사촌 누나였던 강예나 발레리나였고, 15년 후인 지금은 아내와 나란히 주역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춤춰 영광이었죠. 그땐 어려서 여유가 없었고 즐기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내와 함께해 재밌고 설레죠. 서로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아내랑 춤추는 게 제일 편하고 즐거워요. 누구나 공감할 러브스토리고, 부부가 나오는 만큼 그 감동의 여운을 더 길게 드릴게요."(이현준)

손유희는 이번이 춘향 역으로 첫 무대다. 경험 많은 남편과 함께해 "가장 운이 좋은 춘향"이라고 했다. 향단 역을 맡았을 땐 입단한지 오래되지 않아 그에게 큰 역할이었고 부담도 됐지만 "커리어가 한 단계 올라가는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마주했던 2018년의 기억엔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울=뉴시스]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이 지난 16일 연습실에서 발레 '춘향'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이 지난 16일 연습실에서 발레 '춘향'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email protected]


"(미국에서) 한국에 돌아와 남편이 2018년에 '춘향'을 했는데, 임신 초기였던 저는 객석에서 공연을 봤어요. 그때 만감이 교차하면서 설렜죠. 춘향이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 제일 힘들었던 때였고, 살면서 봤던 공연 중 기억에 많이 남는 무대에요. 그 역할을 맡아 감회가 새롭고 뿌듯하죠."

춘향과 몽룡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나가는 파드되(2인무)는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두근거리는 첫 만남부터 '초야 파드되-이별 파드되-해후 파드되'까지 애절한 감정의 변주를 담아낸다. 그중에서도 "'초야 파드되'는 매번 설렌다"고 손꼽았다.

"설레는 연애 감정을 더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단옷날 첫 만남에 이어지는 첫날밤, 손잡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떨리는 감정을 천천히 쌓아가는 데 신경 썼죠. 저흰 결혼 10년차라 눈빛만 봐도 감정을 알지만요.(웃음) 시련을 겪고 재회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해후 파드되'도 관객들이 같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발레 레퍼토리에 몇 없는 해피엔딩이죠."(이현준)

'춘향'은 한국 고전을 서양 발레에 담아 동서양 문화의 조화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토슈즈를 신은 무용수들은 차이콥스키 음악에 실크 소재의 한복을 입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작품 속 의상만 170여벌이다. 극 중 몽룡은 7번, 춘향은 6번이나 옷을 갈아입는다.
[서울=뉴시스]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현준은 "초연 때와 음악도 바뀌었지만, 의상도 달라졌다. 미니멀하게, 파트너링이 힘들지 않도록 계속 보완됐다. 물론 도포 자락이 휘날리며 회전력에서 오는 저항 등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몽룡의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인 큰 붓과 부채도 등장한다.

5년간 미국 털사발레단 활동…"한국적 정서 더 잘 표현하게 돼"

지난 2012년 결혼 후 이듬해 미국 털사발레단으로 함께 옮겨 5년간 활동했던 기간은 삶의 시야가 넓어지는 계기였다. 당초 '춘향' 공연이 끝난 직후 털사발레단 60주년 기념 공연에 설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아쉽게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손유희는 "다양한 나라의 해외 무용수들이 많고, 여러 안무가와 작품을 했다. 제 인생에서 춤을 가장 많이 춘 기간"이라고 말했다. 이현준도 "이때의 경험으로 오히려 한국적인 정서를 더 잘 표현하게 됐다. 성숙한 몽룡과 춘향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2018년 품에 안은 쌍둥이는 어느덧 5살이 돼 엄마아빠를 꼭 닮은 발레리나, 발레리노를 하겠다고 한단다.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딸이 어느 날 발끝으로 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끼가 있다"고 웃었다. 부모님의 지지로 마음껏 날아오른 두 사람처럼 "하고 싶어하는 일을 시켜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발레를 한다면, 저희가 가장 좋은 조언자인 만큼 적극 지원해줘야죠. 몸은 힘들지만 행복하거든요."
[서울=뉴시스]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길에서 만나 나란히 걷게 된 부부는 서로에게 친구가 되고, 선생님이 되어준다. 숨소리나 작은 동작 하나로도 서로의 컨디션을 단번에 알아챈다. 때로는 투덕거리며 논쟁도 하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현준은 "제가 예민한 남자로 유명한데, 주문이 많아도 아내는 묵묵하게 들어준다. 서로 표현의 방향성이 있다보니 항상 같을 순 없다. 디테일을 계속 다듬으면서 더 완성된 저희만의 케미가 나오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손유희는 "곁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자체가 힘이 된다"고 답했다.

오는 25일에는 김지영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현 경희대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는 마포문화재단 공연에서 이현준이 창작한 안무 신작을 선보인다. '한여름 밤의 꿈' 파드되로 손유희와 무대에 선다. 그는 "계속 안무가의 꿈도 펼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지젤', '오네긴' 등 다수 작품에서 부부 케미를 보여줬던 두 사람이 또 한번 마음에 품고 있는 작품이 있을까. "해외 무용단이 보유하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은데, 둘이 또 같이 춤출 기회가 있다면 좋겠어요. 미국 활동에서 가장 칭찬받았던 작품 중 하나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어요. 저희만의 특별한 매력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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