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유희·이현준 "부부도 설레요…성숙한 '춘향·몽룡' 기대하세요"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춘향' 개막
이현준, 초연 때부터 '몽룡' 출연
손유희, 춘향 첫 무대…"뿌듯해"
[서울=뉴시스]발레 '춘향'에서 춘향과 몽룡 역을 맡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6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 수석무용수 손유희(38)와 이현준(37)은 아름답게 흐르는 차이콥스키 선율에 맞춰 춘향과 몽룡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거듭되는 점프, 회전에 턱 끝까지 숨이 차올랐지만 동작을 꼼꼼히 점검하며 합을 맞춰나갔다. 결혼 10년차, 부부인 두 사람은 18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춘향'에 파트너로 처음 함께한다.
춘향·몽룡, '초야-이별-해후' 파드되…"설레는 연애 감정 표현"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춤춰 영광이었죠. 그땐 어려서 여유가 없었고 즐기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내와 함께해 재밌고 설레죠. 서로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아내랑 춤추는 게 제일 편하고 즐거워요. 누구나 공감할 러브스토리고, 부부가 나오는 만큼 그 감동의 여운을 더 길게 드릴게요."(이현준)
손유희는 이번이 춘향 역으로 첫 무대다. 경험 많은 남편과 함께해 "가장 운이 좋은 춘향"이라고 했다. 향단 역을 맡았을 땐 입단한지 오래되지 않아 그에게 큰 역할이었고 부담도 됐지만 "커리어가 한 단계 올라가는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마주했던 2018년의 기억엔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울=뉴시스]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이 지난 16일 연습실에서 발레 '춘향'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email protected]
"(미국에서) 한국에 돌아와 남편이 2018년에 '춘향'을 했는데, 임신 초기였던 저는 객석에서 공연을 봤어요. 그때 만감이 교차하면서 설렜죠. 춘향이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 제일 힘들었던 때였고, 살면서 봤던 공연 중 기억에 많이 남는 무대에요. 그 역할을 맡아 감회가 새롭고 뿌듯하죠."
춘향과 몽룡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나가는 파드되(2인무)는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두근거리는 첫 만남부터 '초야 파드되-이별 파드되-해후 파드되'까지 애절한 감정의 변주를 담아낸다. 그중에서도 "'초야 파드되'는 매번 설렌다"고 손꼽았다.
"설레는 연애 감정을 더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단옷날 첫 만남에 이어지는 첫날밤, 손잡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떨리는 감정을 천천히 쌓아가는 데 신경 썼죠. 저흰 결혼 10년차라 눈빛만 봐도 감정을 알지만요.(웃음) 시련을 겪고 재회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해후 파드되'도 관객들이 같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발레 레퍼토리에 몇 없는 해피엔딩이죠."(이현준)
'춘향'은 한국 고전을 서양 발레에 담아 동서양 문화의 조화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토슈즈를 신은 무용수들은 차이콥스키 음악에 실크 소재의 한복을 입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작품 속 의상만 170여벌이다. 극 중 몽룡은 7번, 춘향은 6번이나 옷을 갈아입는다.
[서울=뉴시스]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5년간 미국 털사발레단 활동…"한국적 정서 더 잘 표현하게 돼"
손유희는 "다양한 나라의 해외 무용수들이 많고, 여러 안무가와 작품을 했다. 제 인생에서 춤을 가장 많이 춘 기간"이라고 말했다. 이현준도 "이때의 경험으로 오히려 한국적인 정서를 더 잘 표현하게 됐다. 성숙한 몽룡과 춘향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2018년 품에 안은 쌍둥이는 어느덧 5살이 돼 엄마아빠를 꼭 닮은 발레리나, 발레리노를 하겠다고 한단다.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딸이 어느 날 발끝으로 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끼가 있다"고 웃었다. 부모님의 지지로 마음껏 날아오른 두 사람처럼 "하고 싶어하는 일을 시켜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발레를 한다면, 저희가 가장 좋은 조언자인 만큼 적극 지원해줘야죠. 몸은 힘들지만 행복하거든요."
[서울=뉴시스]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이현준.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2.03.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현준은 "제가 예민한 남자로 유명한데, 주문이 많아도 아내는 묵묵하게 들어준다. 서로 표현의 방향성이 있다보니 항상 같을 순 없다. 디테일을 계속 다듬으면서 더 완성된 저희만의 케미가 나오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손유희는 "곁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자체가 힘이 된다"고 답했다.
오는 25일에는 김지영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현 경희대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는 마포문화재단 공연에서 이현준이 창작한 안무 신작을 선보인다. '한여름 밤의 꿈' 파드되로 손유희와 무대에 선다. 그는 "계속 안무가의 꿈도 펼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지젤', '오네긴' 등 다수 작품에서 부부 케미를 보여줬던 두 사람이 또 한번 마음에 품고 있는 작품이 있을까. "해외 무용단이 보유하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은데, 둘이 또 같이 춤출 기회가 있다면 좋겠어요. 미국 활동에서 가장 칭찬받았던 작품 중 하나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어요. 저희만의 특별한 매력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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