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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파친코' 윤여정 "제 아들 때문에 이런 얘기에 끌리나봐요"

등록 2022.03.18 14:50:52수정 2022.03.24 13: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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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드라마 '파친코'서 선자 역

소설 원작 자이니치 디아스포라 그려

"아들 생각 나서 이런 작품 끌리는 듯"

"오스카 여우조연상? 난 여전히 똑같아"

"난 나로 살다 죽을 뿐 그런 건 다 운"

[인터뷰]'파친코' 윤여정 "제 아들 때문에 이런 얘기에 끌리나봐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미나리'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5)이 새 작품으로 돌아온다. 이번엔 영화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겨 드라마를 선보인다. 오는 25일 공개 예정인 애플TV+의 새 시리즈 '파친코'다.

윤여정은 이번 작품에서 '선자' 역을 맡았다. '파친코'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아우르며 시대적 비극에 휩쓸리고 운명적 사건에 치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윤여정이 연기한 선자는 이 가족의 약 70년 세월을 모두 버텨내고 이제 노년을 보내는 인물이다. 윤여정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서 어떤 세계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떠다니는 선자라는 인물의 아픔을 특유의 절절한 감정 연기로 되살린다.

18일 윤여정을 비롯한 '파친코' 출연진과 스태프가 참석한 기자 간담회와 개별 인터뷰가 함께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공동 연출자 중 한 명인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의 연기에 대해 "그의 얼굴은 한국 역사가 담긴 지도였다"며 "모든 장면에서 윤여정의 섬세한 연기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그러자 윤여정은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렇다"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흥미로운 건 윤여정이 '미나리'에 이어 선택한 '파친코' 역시 이민자 얘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미나리'는 미국에 정착하려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고, '파친코'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자이니치 디아스포라에 관한 얘기다.

덧붙이자면 2017년에 출간된 원작 동명 소설을 쓴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이고, 공동 연출자인 코고나다와 저스틴 전 감독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또 각본을 쓰고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수 휴, 또 한 명의 총괄 프로듀서인 테레사 강 로우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출연 배우 중에도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 있고, 실제 자이니치도 있다. 말하자면 '파친코'는 한국인의 뿌리를 갖고 있지만, 한국 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실제 그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윤여정은 "내 아들 때문에 자꾸 이런 이야기에 끌린다"고 했다. 윤여정은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두 아들을 낳고 9년을 살았다. 한국인이면서 한국인이 아니고, 미국인이면서도 미국인이 아닌 아들들을 보면서 아들과 비슷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고 그런 소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전 미국에서 이웃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인종차별 같은 거 모르고 살았죠. 근데 내 아들 세대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얘네 나이의 애들은 그런 걸 느껴요.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마치 국제 고아 같아요. '미나리' 때도 아이작(한국계 미국인) 감독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가 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그걸('미나리') 하기로 한 거잖아요. 이제 와서 보니까 이 프로젝트도 그랬던 것 같아요. 얘네가 다 우리 아들이랑 다 같은 시츄에이션이니까…'파친코'가 인터내셔널 프로젝트이고 뭐 그런 것 때문에 이걸 한 건 아니에요."

코고나다 감독은 "한국인 가족 이야기이고 한국 역사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을 보는 모든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며 "어느 가족에나 선자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 휴 총괄 프로듀서 역시 "내 선조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헌사다. 또 우리 모두의 가족사에 존재하지만 잊혀 가던 모든 선자에게 바치는 이야기"라고 했다.

윤여정이 '미나리'에 이어 '파친코'를 택하면서 그가 본격적으로 연기 무대를 세계로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윤여정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난 여전히 똑같은 친구와 놀고 똑같은 집에 산다"며 윤여정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제가 만약에 아카데민지, 요카데민지를 30대나 40대에 받았으면 붕붕 떠다녔을 거예요. 물론 상을 받을 땐 기쁘죠. 근데 상이 절 변화시키진 않아요. 난 그냥 나로 살다가 죽는 거니까. 스티븐 연한테도 제가 그랬어요. 너 상 안 탄 게 잘한 거라고요. 그 나이에 후보에 오른 것으로도 영광인 거라고요. 그거 다 운이에요. 그냥 운이었어요. 정말 운이었다니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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