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윤나무 "9살부터 72살까지 연기…나를 돌아보는 작품"

등록 2022.03.31 05: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초연

아이부터 노인까지 나이대 넘나들며 변신

최근 6년만 뮤지컬 복귀…"좀더 즐기게 돼"

2011년 데뷔…"경계없이 오래 활동하고파"

[서울=뉴시스]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에서 '네불라'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윤나무 캐릭터 포스터.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에서 '네불라'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윤나무 캐릭터 포스터.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다."

과거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였던 72세의 노인 '네불라'는 무대에 올라 말한다. "파도는 계속 쉼 없이 밀려오는데 나는 헤엄칠 줄을 몰라 제자리에 서서 뛰어오른다."

이 첫 대사는 공연의 끝 무렵에 다시 한번 찾아온다. '네불라'로 분하는 배우 윤나무는 "작품을 감싸고 있는 문장"이라며 "공연을 보고 나한테 '내 키만큼 깊은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노래를 부르며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삶을 살고 있나' 이런 감정이 올라와요. 머리끝까지 차오른 바다는 사회나 삶에 매몰된 우리의 모습 아닐까요. 우리는 숨을 쉬기 위해, 살기 위해 그 위로 계속 뛰어오르죠. 그 순간 진짜 나를 느낄 수 있어요."

괴짜노인 '네불라' 역…과거 독재자의 대역배우 등 인생의 순간들

국립정동극장이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가 4월1일 초연의 막을 올린다. 사회와 이데올로기 안에서 주체성을 상실한 개인의 삶과 회복을 그린 블랙코미디 뮤지컬이다. 냉소적인 속물 청년이 우연히 과거 어느 독재자의 대역배우였다는 괴짜 노인의 화보 촬영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나무는 영광과 절망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괴짜노인 '네불라'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만난 그는 "'네불라'는 72세 노인이다. 저는 38살이지만, 9세부터 72세까지 연기한다. 쉽진 않지만 그 순간순간을 살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노인 분장도 하고, 무대 위에서 직접 분장을 지우고 과거로 넘어가는 순간도 있다"면서 "정신이 없을 예정"이라며 웃었다.
[서울=뉴시스]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에서 '네불라'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윤나무.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에서 '네불라'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윤나무.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네불라'에게 중요했던 인생의 포인트를 정확히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야 보는 분들이 훨씬 감흥이 있죠. 목소리나 신체적인 특징도 공부하고 있어요. 9살의 경우 네불라에겐 굉장히 행복했던 순간이에요. 그때를 상상하며 훅 빠져들어가는 장면이기에, 나이보다는 그 감정에 집중하죠. 진짜 그 사람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보람 있어요. 어떻게 하면 그 순간순간을 믿도록 만들까 고민하고 있죠."

작품은 인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주체적이지 못했던 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심판받는 인물들을 통해 '개인은 사회 안에서 얼마나 주체적일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는 "철학적이고 문학적이지만, 무겁거나 고리타분하진 않다"며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블랙코미디"라고 전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땐 다 이해되진 않았어요. 그런데 무대에서 연기하면서 왜 이렇게 썼는지 알겠더라고요.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대본이었어요. 캐릭터들은 그 순간순간을 성실하게 살아낸 사람들이에요. 나와 닮아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한번쯤 내 인생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는 작품이죠."

뮤지컬 '레드북'의 한정석·이선영·박소영 신작…"성실하고 신뢰 있는 창작진"

'쇼맨'은 뮤지컬 '레드북'의 작가 한정석, 작곡가 이선영, 연출 박소영이 다시 뭉친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 '사춘기' 등을 함께한 박 연출에게 출연 제의를 받은 윤나무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하겠다고 답했다.

"신뢰가 있었고, 누구나 만나고 싶어 하는 창작진"이라며 "굉장히 꼼꼼하고 성실한 분들이다. 초연은 수정을 많이 하는데, 연습하면서 수정된 대사나 음악도 거의 없다. 긴 시간을 공들여 만드는 창작진"이라고 두터운 믿음을 보였다.
[서울=뉴시스]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포스터.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포스터.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그 시기에 열일 제쳐두고 하겠다는 의지였죠. 그만큼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었어요. 같이 작업하면 항상 즐겁고 유쾌하죠. 제가 할 수 있는 좋은 캐릭터를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감사했죠."

윤나무에겐 특별한 창작진이기도 하다.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팬레터'로 6년 만에 뮤지컬에 복귀한 그는 줄곧 마음에 품었던 작품이 있었다. 세 창작진이 의기투합했던 '카인과 아벨'이었다. 지난 2014년 쇼케이스에 참여했던 윤나무는 "다시 뮤지컬을 한다면 '카인과 아벨'로 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며 "그 창작진의 신작을 제안받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의 문법이 제겐 딱 들어맞지 않는 건가 고민한 적이 있어요. 같은 시기에 뮤지컬보다 연극이 더 끌리는 게 많기도 했죠.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해보고 싶을 때 '팬레터'가 제게 왔어요. 무대에서 노래한다는 건 큰 숙제인데, 한번 더 도전해보고 싶었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진정성있게 노래하는 건데, 이번에 해소된 게 있어요. 겁이 났던 걸 좀더 즐기게 됐고, 그 힘을 받아서 '쇼맨'도 열심히 해야죠."

지난 2011년 연극 '삼등병'으로 데뷔한 윤나무는 연극, 뮤지컬에 이어 2016년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로 브라운관에도 발을 들였다. 최근에는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도 출연했다. "앞으로 더 경계 없이 활동하고 싶은 게 꿈"이라며 "다 잘 해내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기를 일처럼 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거창한 것보단 하루하루 성실하게 잘 살아내자는 게 올해 소망"이라며 "과정이 좋으면 결과가 행복하더라. 나중에 떠올렸을 때도 그 기억이 좋게 남는다"고 했다.

"앞자리 변화도 얼마 안남았고, 터닝이 되는 해 같아서 어떻게 살아낼까 고민했는데 답은 하나더라고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성실하고 진실되게 살다보면 즐거운 일이 생기겠죠. 어떻게 하면 이순재, 신구 선생님처럼 연기를 재밌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인생의 숙제죠. 선생님들처럼 계속 무대에, 카메라 앞에 선다면 너무 행복하겠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