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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슈퍼컴퓨터가 푼 인류 진화의 수수께끼…기후변화 영향 미쳤다

등록 2022.04.14 01:00:00수정 2022.04.14 05: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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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슈퍼컴퓨터 '알레프'로 활용해 분석

"역대 최고로 긴 기후시스템 시뮬레이션 완료"

호모 사피엔스 등 과거 5종 호미닌들의 족보 도출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

韓 슈퍼컴퓨터가 푼 인류 진화의 수수께끼…기후변화 영향 미쳤다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지난 200만년간 이뤄진 기후변화가 인류 종의 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자들이 포함된 국제 연구진에 의해 명확히 증명됐다. 화석 유골과 고고학 유물 자료 그리고 무엇보다 역대 가장 길고 전례 없는 200만년의 지구 기후를 시뮬레이션 해 슈퍼컴퓨터로 분석함에 따라 고대 인류가 어떤 기후 환경 조건 하에서 존재했는지 규명한 데 따른 것이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팀이 독일, 스위스 연구진과 함께 기후 변화와 인류 진화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화석과 고고학적 증거들을 통해 학설로 제시돼 왔으나, 인류화석 유적지 근처의 기후와 관련된 자료가 부족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오랜 숙제로 남아 있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단은 기후모델링, 인류학, 생태학 전문가 연구진을 구성하고 다각적인 측면에서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연구단은 대륙 빙하와 온실가스 농도, 천문학적 변동(밀란코비치 이론에 따르면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궤도 변화로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의 양을 변화시켜 기후 변화를 야기함)을 강제력으로 이용해 기후 모델링을 수행했으며, 이를 통해 과거 200만년의 기온과 강수량 등의 기후 자료를 생성했다.

연구진은 또 공동 연구를 통해 과거 200만년 동안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3200개 지점의 인류 화석과 고고학적 표본을 포함해 인류 역사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편집본을 만들었다.

기후 자료와 식생, 화석, 고고학 자료들을 결합해 현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 종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할 수 있는 시공간 지도도 구축했다.

호미닌은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족으로 이 연구 논문에서는 호모 사피엔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에렉터스, 호모 에르가스테르, 호모 하빌리스 등 크게 5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이번 연구 성과는 IBS가 보유한 한국에서 가장 빠른 연구용 슈퍼컴퓨터 중 하나인 '알레프'(Aleph)를 활용해 창출됐다.

연구진은 고대 인류종이 서로 다른 기후 환경을 선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서식지가 2만1000년에서 40만년까지의 시간 주기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변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따라 모두 이동됐음을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지난 200만년 동안 변화하는 기후와 식량 자원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를 설명했다.

200만~100만 년 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선호해 특정 지역에만 서식했다. 하지만 80만년 전의 '큰 기후 변화' 이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더 다양한 범위의 식량 자원에 적응했으며, 덕분에 이 종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먼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진은 다른 호미닌 종이 접촉해 같은 서식지 내에 혼재 할 수 있는 지를 조사하였고, 5가지 호미닌 집단의 족보를 도출했다.

가령 네안데르탈렌시스과 데니소반이 약 40만~50년전 유라시아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유래한 반면,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30만년전 아프리카계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유래했다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로 재구성한 기후 기반 혈통은 유전자 정보나 인간 화석의 형태학적 차이 분석에서 얻은 최근의 추정치와 매우 유사한 결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 기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자료를 활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IBS 윤경숙 연구위원은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통해 역대 최고로 긴 기후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을 완료했다. 이 긴 기후 시스템 모델은 대기-해양-해빙-지면 과정이 결합된 전지구 기후 시스템 모델로 여러 가지 지구계의 특징을 포괄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지난 200만년의 지구 환경 역사를 다루는 최첨단 기후 모델을 사용한 최초의 연속적 시뮬레이션이다. 대륙 빙하의 증감, 과거 온실 가스의 농도 변화에 따른 기후 반응과 약 100만~80만년전 발생한 빙하기-간빙기 주기의 뚜렷한 기후 변화를 담아낸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날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가 우리 호모 종의 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현재 인류가 지금의 우리일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과거 기후의 느린 변화에 수천 년 이상 적응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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