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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현숙, 생계 위해 연기…"아들은 삶의 원동력"

등록 2022.04.19 08: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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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김현숙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아직도 김현숙(44)을 개그우먼으로만 아는 시청자들이 많다. 연극영화과 졸업 후 배우로 먼저 데뷔했는데, '개그우먼이 연기도 잘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연기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영화 '친구'(감독 곽경택·2001) '챔피언'(감독 곽경택·2002) '미녀는 괴로워'(감독 김용화·2006) 등을 거쳐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17(2007~2019) 주연도 맡았다. 최근 막을 내린 SBS TV 드라마 '사내맞선'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져 SNS에 해명 글을 남기곤 했다.

"반응이 재미있었지만 조금 씁쓸했다. 연영과 친구들끼리 '연출해도 되겠어' '연기해도 되겠어'라며 장난 쳤을 때가 떠올랐다. 웃기면서도 '덕을 보네' 싶더라. 개그우먼으로 봤을 때 '연기 잘 하는 것처럼 보이나?'라고 생각했다. 이번 계기로 '김현숙이 원래 배우였구나'라고 알게 됐으면 더욱 좋은 일이다."

사내맞선은 회사 사장 '강태무'(안효섭)와 맞선을 보게 된 직원 '신하리'(김세정) 이야기를 그렸다. 김현숙은 GO푸드 레토르트 식품개발 1팀 부장 '여의주'로 분했다. 안방극장 복귀는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7 이후 3년 여 만이다. 중간에 웹드라마 '공짜: 공기타짜'(2021)에 출연했지만, 지상파 작품은 오랜만이기에 "누를 안 끼쳐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한설희·홍보희 작가와 막돼먹은 영애씨로 인연을 맺어 신뢰도 두터웠다.

김현숙은 "한설희 작가한테 먼저 연락이 왔다. (영애씨로) 나랑 10년 넘게 함께 했는데, '분량이 크지 않다'며 미안해하며 얘기를 꺼내더라"면서 "고맙게도 해준다면 '조금 더 분량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별로 늘지 않았다"며 웃었다. "이런 역은 줄타기를 잘해야 해 자신이 없었다. 내가 돋보이려고 오버하지 않고 조화를 이뤄야 했다"며 "어떻게 하면 적은 분량 안에서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낼까?' 고민했다. 각진 안경, 비비드한 수트 등 의상, 메이크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요즘은 회사도 정장만 입지 않아서 재킷에 조거팬츠 등을 믹스매치했다"고 귀띔했다.

여부장은 신하리 직장 선배이자 조력자로 활약했다. 유쾌하고 호통할 뿐 아니라 친근하면서 인간적인 매력도 드러냈다. 특히 여부장과 식품개발 1팀 '계빈'(임기홍) 차장이 사내연애하는 모습이 재미를 줬다. "초반에 러브라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9부에 나올 줄은 몰랐다"며 "사내연애 추천하냐고? 에휴. 영애씨도 워낙 사내연애를 많이 하지 않았느냐. 사내 연애는 알려지면 좋지 않다. 주위에서 궁시렁 거리는 생각만 해도 힘들다"고 짚었다.

"러브라인 상대 외모 퀄리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웃음) 기홍 오빠가 뮤지컬배우 출신인데, 3~4년 함께 일해 친하다. 포장마차 신도 웃음이 터질까 봐 리허설을 많이 했다. 오빠랑 하는 신은 거의 다 애드리브였다. 기홍 오빠를 포함해 개발1팀 자체 합이 잘 맞아서 우리끼리 연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박선호 PD님이 마음을 열어줘서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인터뷰]김현숙, 생계 위해 연기…"아들은 삶의 원동력"


그룹 '구구단' 출신 김세정(26)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정이는 에너지가 넘쳤다. 그 나이 답게 좋은 욕심이 많아서 다 잘하고 싶어하더라"면서 "촬영 분량이 많다 보니 옆에서 보면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넌 잘하니까 쉬엄쉬엄 해'라고 해도 '열심히 안 하는 애들 보면 못 견디겠다'고 하더라. 우리 나이 돼 보라고 했다"며 웃었다. "아들 하민이는 (김세정이 모델인) '비요뜨'를 엄청 좋아한다. 처음에는 '비요뜨 누나랑 촬영하는 거야?'라며 호기심을 가지더라"면서 "'엄마 나온다' 하면서 TV 보다가 금새 유튜브를 보더라. 아직 드라마 내용을 이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사내맞선은 국내외 반응이 뜨거웠다. 1회 시청률 4.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12회 11.4%로 막을 내렸다.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5위까지 오르며 'K-로맨스' 저력을 보여줬다. "의외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울하고 지쳐있지 않았느냐. 그 동안 장르물 등 어두한 작품이 많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드물었다"며 "PD님이 클리셰 덩어리를 비틀어서 만회적인 기법을 쓴 게 먹혔다. 우리나라에서는 클리셰가 반복된다고 하지만 해외에선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짚었다.

김현숙과 막돼먹은 영애씨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연기 인생의 3분의 2를 영애씨로 살았다. '이미지가 고착화 됐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제 많이 내려놨다. 신인으로 돌아가서 분량을 떠나 많은 작품에 출연해 새로운 모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더 보여야지'라는 욕심은 내려놨지만, 더 깊이있게 연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애씨 이미지는 억지로 안 깨질 것 같다. 사실 박수 칠 때 떠나려면 시즌6에서 멈췄어야 했지만, 감사하게도 서른 살에 시작해 마흔 두 살까지 했다. 꽃다운 나의 배우 인생이다. 그 때는 대역도 없고 주 52시간제 시행 전이라서 밤새기 일쑤였다. '어떻게 했나?' 싶고 지금 하라면 못할 것 같다. 연기적으로 아쉬운 점은 많지만, 나의 뼈를 갈아 넣어서 해 후회가 없다."
[인터뷰]김현숙, 생계 위해 연기…"아들은 삶의 원동력"


김현숙은 지난해 JTBC 예능물 '내가 키운다'에서 홀로 아들 하민을 키우는 일상을 공개했다. 2014년 동갑내기 사업가와 결혼, 6년 여만인 2020년 이혼했다. 부모님과 함께 경상남도 밀양에서 지내다 최근 아들과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내가 키운다 출연을 결심했을 때 "사생활 공개 부담은 없었다"며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민이 의사가 제일 중요했다"며 "물어봤더니 '하고 싶다' '재미있겠다'고 해 출연했다. 요즘은 하민이 팬도 많다"고 했다.

"예전처럼 일이 많이 없고 분량도 적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 눈에 실핏줄이 터지고 피곤해도 시간 날 때는 아들과 여행을 간다. 워킹맘은 다들 느낄 텐 데 일 끝나고 아이를 챙겨도 항상 부족한 마음이 든다. 혼자서 멍 때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들이 결핍을 덜 느끼도록 노력하고 있다. 열아홉 살 때부터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졌고,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번 사기를 당하고 이제 아이도 혼자 키우다 보니 생계만큼 절실한 게 없다. 번아웃이 와도 아이 때문에 일을 하게 된다. 아들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새로운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극중처럼 현실에서도 분홍빛 로맨스가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혼은 절대 안 할 것 같다. 연애는 좋지만 누굴 만나든 서로 배려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누구를 맞추고 싶은 생각이 없다. 어린 시절 '가족을 위해 살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결혼 해 아이를 낳을 줄은 몰랐다. 이제 엄마한테서 나름 독립하고 '즐기면서 살아보자'고 마음 먹었다. 지금이 제일 좋다. 하민이와 나를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살고 싶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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