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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원종필 관장 "국립장애인도서관 협소...독립청사 이전 필요"

등록 2022.04.20 06:01:00수정 2022.04.20 08: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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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1층에 위치...열람석 22석 불과

"장애 유형별로 특화된 서비스 할 수가 없어" 답답

공간 협소-접근성도 떨어져…발달장애인 이용 없어

지난해 국정감사서 독립청사 이전 계획 수립 약속

"아직 구체적인 안 안나와...정책적 순위서 밀리는 느낌"

[서울=뉴시스] 신재우 기자 = 19일 서울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원종필 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4.20. shin2ro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재우 기자 = 19일 서울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원종필 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4.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장애 유형별로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만난 원종필 국립장애인도서관장은 녹록치 않은 현실에 안타까운 심정이 가득했다. 지난해 6월 도서관장으로 취임한 후 독립청사 이전, 예산 확보 등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메아리만 울리고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1층에 있다. '국립'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협소한 모습이다. 열람석 규모는 22석에 불과하다.

원 관장도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장애인도서관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흔히 장애에 대한 접근을 복지적인 측면에서만 하는데 복지 수준에서 충족이 된다면 다음은 문화 활동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 문화 활동을 충족하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장소가 작은 것도 있지만 지금의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장애 유형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할 수가 없어요. 발달장애인은 장애 특성상 소음 같은 것도 발생하고 행동을 통한 여러 문화활동이 필요합니다. 청각장애인은 수어로 대화할 공간이 필요하죠. 시각장애인의 특성은 소리에 민감해서 주변 소리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분리된 공간에서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도서관은 특성화된 서비스 제공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공간 자체도 너무 협소해요. 많은 장애인들이 한 공간에 있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재 발달장애인의 도서관 이용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위치도 이용자에게는 접근성이 아쉽네요

"맞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온다면 서초역을 통해서 와야 하는데 국립장애인도서관으로 나오는 6번 출구 쪽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그리고 출구로 나와서도 비장애인에게도 10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데 장애인 이용자에게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죠. 도서관 이용이 편리해야 정보 검색도 하고 서비스도 이용할 텐데 그 전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게 될 겁니다. 도서관도 1980년대 건물이다 보니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굉장히 불편하게 돼 있어요."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다. 2022.04.2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다. 2022.04.20. [email protected]


-최근 도서관을 독립 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김예지 의원을 비롯해 여러 의원이 독립청사 이전에 공감해주셨고 문화체육관광부도 국감에서 독립청사를 지을 수 있는 공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도서관이 문체부 소속이 된 게 이제 막 2년이니 걸음마 단계라고 해야 할까요? 정부 부처에서 도서관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정책적으로 밀리는 것 같은 부분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장애인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정당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건 그들에게 우선 과제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 부분이요."

-도서관 이전이 이뤄진다면 어떤 도서관으로 만드실 계획이신가요?

"장애 유형별로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체험형 도서관 같은 형태도 필요할 것이고 장애인을 위한 문화시설과 공연 공간도 마련해야죠. 전국의 도서관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제공하는 사회적 공간인데 장애인도 그런 공간이 필요합니다. 문화공간이 있어야 장애인도 공연할 수 있고 전시도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활동이 가능하죠."

-주 이용객이 60대라고 들었습니다. 2030 세대는 왜 도서관을 찾아오지 않나요?

"2030 세대가 디지털을 통해 많이 접근해 방문이 적은 측면도 있어요. 물론 고민해야 할 부분이죠.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도서관이 존재하고 있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지금 이용하는 분들은 도서관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꾸준히 이용하고 계신 분들이니까요. 2030세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그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충분히 올 수 있을 겁니다."

-도서관 차원에서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던데요

"그 부분은 관장으로서 '아킬레스건'이기도 합니다. 모든 국민은 아니더라도 이용 주체인 장애인조차 알지 못해서 못 오는 건 아픈 현실입니다. 그동안 홍보가 부족했고 서비스가 다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부터 사업과 캠페인 진행에 있어서 홍보도 더 신경 쓸 예정입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독서확대기가 비치돼 있다. 2022.04.2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독서확대기가 비치돼 있다. 2022.04.20. [email protected]


-예산, 때문이겠죠?

"네. 예산은 항상 부족하죠. 홍보 예산도 모자라고 대체자료 제작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은 연간 출판물 중 38%가 대체자료로 제작되는데 우리나라는 15%에 그칩니다. 올해 목표는 18%인데 이 3% 늘리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합니다. 조직적인 측면에서도 현재 도서관 직원이 20명인데 부족합니다.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니 한 사람이 여러 일을 맡는 상황입니다."

-도서관 자랑을 한다면요?

"대체자료를 많이 만들고 있는 게 장점입니다. 현재 순수 소장 자료가 5만9000권 정도가 되는데 늦게 시작했음에도 상당히 많은 대체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대체자료 공유시스템으로 점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등 45개 도서관이 참여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책나래 서비스(장애인 이용객을 위해 책을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아카이브 구축이나 장애인도서관의 국제화를 위해 독서문화 프로그램과 대체자료를 계속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독서 환경 구축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발달장애인은 책을 못 읽는다', '지적 능력에 문제가 있어 독서를 못 할 것이다'라는 편견이 없어져야합니다. 당사자들에게 맞는 독서 환경을 만들면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본인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만들면 독서 활동이 가능해요. 도서관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이죠."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오현정 지원협력과 주무관이 전동페이지터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22.04.2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오현정 지원협력과 주무관이 전동페이지터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22.04.20. [email protected]



원종필 관장은?

㈔장애인인권센터 실장, 한국장애인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장애인에 대한 인권, 복지, 안전, 문화 및 체육활동 분야 등에서 활동해 왔다. 시각장애인으로 장애인의 복지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다양한 장애인 문화와 체육활동을 통한 장애인문화향유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기는 2024년까지 3년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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