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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산울림·방시혁, 대중음악과 만나온 동요

등록 2022.05.05 08: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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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린이날 100주년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어린이들이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공원 내 서울놀이마당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2022 송파키움센터 연합회와 함께 하는 어린이날 놀이한마당에서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2022.05.04.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어린이들이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공원 내 서울놀이마당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2022 송파키움센터 연합회와 함께 하는 어린이날 놀이한마당에서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2022.05.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5일은 어린이날 100주년이다.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 1922년 5월 '어린이의 날'을 제정했다. 방 선생은 미숙한 존재로만 인식됐던 아이들에게 '어린이'라는 새 이름과 세대명을 지어줬다.

특히 1923년 방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로 어린이를 위해 발간한 월간 '어린이'에는 '반달', '고향의 봄' 등 동요가 함께 했다.  동요는 창작동요제를 통해 1980년대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 1990년대 대중음악 황금기·2000년대 K팝의 세계적 인기와 맞물려 대중음악을 듣는 어린이가 많아지면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대중음악과 동요가 배척만 하는 건 아니다. 꾸준히 공존을 모색해왔다.

1960~1970년대에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가요·팝·CM송 등 상업 음악이 어린이의 정서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어린이가 대중음악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기 시작한 계기로 1970년 '검은 고양이 네로'를 꼽는다. 이탈리아 곡 '검은 고양이를 갖고 싶었어'(Volevo Un Gatto Nero)가 원곡이다. 당시 다섯 살이던 박혜령이 불러 소개했는데 큰 인기를 누렸다. 가수 김종국이 속한 댄스 듀오 '터보'가 1995년 리메이크해 발표하기도 했다.

어린이가 전면에 나서 또 인기를 끈 번안곡으로는 역시 당시 다섯 살이던 정여진과 배우 최불암이 부른 '아빠의 말씀'이 있다. 원곡은 앤서니 퀸과 칠리가 함께 부른 '라이프 잇셀프 윌 엣 유 노(Life Itself Will Let You Know)'다.

대중음악 가수들이 창작 동요도 제법 불렀다. 서수남·하청일이 1976년 발표한 '과수원길'이 대표적이다. 이 곡은 '고향의 봄'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요 1, 2위를 다투는 노래다.

[서울=뉴시스] 김민기 대표. 2021.03.08. (사진 = 극단 학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민기 대표. 2021.03.08. (사진 = 극단 학전 제공) [email protected]

가수 이혜민이 속한 '배따라기'가 1984년에 발표한 2집에 실린 '아빠와 크레파스'도 빼놓을 수 없다. 동화적인 노랫말로 창작동요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으나, 아련한 곡조와 멜로디는 1980년대 대중음악의 정서도 동시에 품고 있다.

1985년 혜은이가 발표한 '파란 나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어린이 최문정과 함께 불렀는데 혜은이의 맑고 깨긋한 목소리가 이 곡의 순진무구한 매력을 배가시켰다.

포크계 거목이자 현재 대학로 극단 학전을 이끌며 아동·청소년극 지킴이로 통하는 김민기도 대중음악과 동요의 만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김민기 4집(1993)에 실린 '백구'는 반려견을 잃은 아이의 마음을 담은 곡. 이면엔 민주주의 숙명에 대해 노래했지만 동요에 가까운 노래다. '백구' 등 김민기의 동요와 노랫말 등을 해석한 '김민기 어린이를 담다'(도서출판 왈왈)가 최근 나왔다.

사이키델릭 형제 록밴드 '산울림'의 '산 할아버지'도 대중음악계 동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이다. 3형제 중 둘째 김창훈이 작곡한 이 곡은 아이들을 위한 대중음악이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 한 산울림이 만든 곡이다. 이 팀은 동요앨범 4장을 냈다. 특히 산울림의 동요 음반 타이틀곡 '개구쟁이'는 1997년 '세계 아동의 해'에 발표됐다.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은 최근 이정연 작가와 함께 그림책 '개구쟁이'(북뱅크)를 펴냈다.

또 1980년대~1990년대에는 대중음악 가수들이 TV 애니메이션 OST를 불러 크게 대중적으로 히트하기도 했다. '달려라 하니'에 삽입된 이선희의 '달려하 하니'(1988), '날아라 슈퍼보드'에 삽입된 김수철의 '치키치키 차카차카'(1992)가 대표적이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소속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18.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소속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18. [email protected]

1990년대엔, 정부가 청소년 정서의 순화 등을 목적으로 동요 음반을 주도해서 제작한 때이기도 했다. 가왕 조용필 등 인기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1994년 '더 클래식'이 발표한 '마법의 성'은 동화적인 감성으로, '어른을 위한 동요'로 통하며 남녀노소에게 골고루 인기를 얻었다. 1997년 MBC 창작동요제에서 입상한 동요 '아빠 힘내세요'는 당시 IMF 외환위기와 맞물려 광고 음악 등으로 사용되면서 대중음악 이상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대중음악 리듬과 멜로디에 동요 가사를 섞는 시도도 나왔다. 싱어송라이터 김현철이 국내 처음으로 내세운 키즈팝 앨범 '러브 이즈'가 그것이었다. 어린이를 비롯 가족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를 뜻하는 말이 키즈팝이다.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제작자인 하이브 방시혁 의장도 대중음악계에서 동요 사랑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지난 2011년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에 참여해 '최승호·방시혁의 말놀이 동요집'을 내놓았다.

[서울=뉴시스] 방시혁 의장. 2022.03.30. (사진 =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시혁 의장. 2022.03.30. (사진 = 하이브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출판사 제안을 몇차례 정중하게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아이들도 좋은 음악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 창작자의 사회적 책임으로 의뢰비와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해 작업한 일화는 출판계에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의 성을 딴 '엉클뱅'이라는 동요 유통사를 설립하고 창작동요 부활에 적극 힘쓰기도 했다.

최근엔 동요가 K팝 아이돌 그룹과 다양한 방식으로 조우하는 중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그룹 '아이콘'(iKON)이 2018년 발표한 '사랑을 했다'는 그해 음원차트를 휩쓸었는데, 동요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이 팀이 '초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따라 부르기 쉬운 동요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엔시티 드림(NCT DREAM)'은 유튜브 조회수 100억뷰를 넘긴 '핑크퐁 아기 상어 체조' 영상으로 유명한 회사 더핑크퐁컴퍼나와 작년부터 손잡고 어린이 팬들을 만나고 있다.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이날 자신들 버전의 '아기 티라노' 영상을 유튜브 NCT 드림 채널 및 핑크퐁 채널 등에서 공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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