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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현리, 하마구치 류스케가 선택한 배우

등록 2022.05.10 0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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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연과 상상' 츠구미 역 배우 현리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세 작품 함께해

일본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 배우

일본어·한국어·영어 모두 유창 큰 강점

"데뷔 때부터 세계 무대서 활동 꿈 꿔"

[인터뷰]현리, 하마구치 류스케가 선택한 배우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최근 국내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영화감독을 꼽으라면 역시 하마구치 류스케일 것이다. 2019년 '아사코'로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드라이브 마이 카'가 지난해 말 국내 개봉한 뒤에는 영화 좀 본다 하는 관객이라면 지지할 수밖에 없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그의 초기작인 '열정'(2008)이나 '해피아워'(2015) 같은 영화도 관객을 만났다. 지난 4일엔 하마구치 감독의 신작 '우연과 상상'이 개봉했다.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단편 3개로 엮인 '우연과 상상'의 첫 번째 영화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에는 하마구치 감독 영화를 꾸준히 봐온 관객에게 익숙한 얼굴이 있다. '츠구미'를 연기한 배우다. 이 배우는 하마구치 감독이 각본을 쓰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의 아내'(2020)에 짧게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앞서 하마구치 감독의 단편 '천국은 아직 멀어'(2016)에도 나왔다. '우연과 상상'은 하마구치 감독과 이 배우가 함께한 세 번째 작업이다. 그가 누구이길래 하마구치 감독과 자주 작업하는 걸까.
[서울=뉴시스] 영화 '우연과 상상'에 출연한 배우 현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우연과 상상'에 출연한 배우 현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배우에겐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이름은 현리. 일본 이름은 전혀 아니고, 언뜻 중국 배우 이름 같지만 사실 한국 이름이다. 그는 재일교포 배우다. 실제 이름은 이현리인데, 활동은 현리로 하고 있다. 현리는 그간 주로 일본에서 배우 생활을 해오다가 최근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 무대 중 하나가 한국이다. 또 미국에서 본격적인 활동도 앞두고 있다. 애플TV+ 드라마 시리즈 '파친코'를 본 시청자라면 현리의 얼굴을 기억할 것이다. 최근 배우 현리(36)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우연과 상상'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게 기쁘다"며 "특정 지역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어떤 구분도 없이 좋은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다.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현리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연기를 시작한 건 한국이다. 1986년생인 현리는 2006년 가수 이정의 '열'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일본 대학교에 입학한 뒤 연세대로 교환학생을 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연기학원을 다녔다. 일본 이름은 가져본 적 없다. 어릴 때부터 일본 이름 없이 '이현리'라는 이름을 썼다. "시부야에 있는 학교에 다녔는데, 어릴 때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많이 받았어요. 그렇게 연예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일이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졌죠. 부모님께선 대학을 졸업한 뒤에 연기를 하라고 하셨어요. 제가 국어(일본어)에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 국어 능력으로 가장 빨리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은 과인 법대에 가서 스트레이트로 졸업하고 연기를 시작했어요."

실제로 배우 현리의 무기는 언어 능력이다. 당연히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일본어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어 역시 원어민에 가깝다. 중학생 때 영국에서 살았던 덕분에 영어도 한다. '우연과 상상'은 대사가 많고, 많은 양의 대사를 롱테이크로 이어가는 영화다. 하마구치 감독은 현리를 캐스팅한 이유를 "대사가 길어서 어려운 역할인데, 현리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리 또한 "어렵지 않았다"며 "하마구치 감독이 대사를 잘 외울 수 있게끔 사전 작업을 잘해줬다"고 했다. 그는 "영화는 눈으로 보는 미디어인데, 이 영화는 그걸 내가 대사로 보여준다. 내 대사를 통해 관객이 장면을 실감나게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영화 '스파이의 아내' 속 배우 현리의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스파이의 아내' 속 배우 현리의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껏 일본이 주무대였지만, 분명 한국인이었다. 아무리 일본어를 잘해도 이방인으로 겪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리는 특별한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고 했다. "모든 재일교포가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저의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어릴 때부터 한국인이라는 걸 숨긴 적이 없었으니까, 심플했던 것 같아요. 당당하게 살았어요. 부모님도 제가 당당하게 살기를 바라면 일본 이름을 안 주셨고요. 특별히 한국인이어서 놀림을 받은 적은 없어요. 연기를 하게 돼서도 자연스럽게 일본인 역할을 맡았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는 일본 드라마 속 한국인 역할도 했어요."

현리는 이제 활동 무대를 미국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 있는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몇 몇 작품에 출연을 확정한 상태다. 현리와 함께 일하는 에이전시는 할리우드 스타 배우 어맨다 사이프리드가 속해 있을 정도로 큰 회사다. 그는 "어떤 작품들인지에 관해서는 현재 단계에서 말할 수 없지만 작업 중에 있는 작품이 있다"며 "미국 작품 뿐만 아니라 한국 작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삶을 꿈꿨다고 했다. 최근 그 꿈이 조금씩 현실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데뷔할 때부터 그런 얘기를 했어요. 전 일본에서 살았고 영국에서도 살았고 한국에도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나라 구분 없이 좋은 작품 좋은 감독님과 일하고 싶습니다.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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