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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가진 '안나라수마나라'…무식해서 용감했죠"

등록 2022.05.1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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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클라쓰' 김성윤 PD 연출…세계 넷플릭스 4위 예상못해

음악은 판타지 구현 장치일뿐…"'도 아니면 백도'라고 생각"

"지창욱 출연 놀라…처음엔 걱정했지만 도전 자체 즐겨"

김성윤 PD

김성윤 P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김성윤(46) PD는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를 연출하면서 물음표를 던졌다. 처음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을 맡았는데, 사전촬영 후 더빙 등 후반작업을 거쳐 190여 개국에 공개하는 만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었다. 약 20년 간 이 일을 해 국내 드라마는 "어느 정도 반응이 예상됐다"면서도 "이번에는 퀘스천마크가 있었다. '세계인들이 어떻게 볼지 떨리면서 기대됐다"고 털어놨다. 공개한 지 이틀 만에 세계 넷플릭스 4위에 올랐지만, "실감이 안 난다"고 하는 이유다.

이 드라마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최성은)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황인엽)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지창엽)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김 PD는 김민정 작가와 '후아유-학교 2015' '구르미 그린 달빛'(2016)에 이어 세 번째 의기투합했다.

처음부터 음악 드라마로 구상한 건 아니었다. 단지 음악은 "판타지를 구현하는 장치로 쓴 것"이라며 "만약 음악 드라마를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면, 더 많은 군무와 음악을 썼을 것"이라고 짚었다. 물론 두려움은 있었다. "음악 신이 빈칸으로 돼 있고 극본에 환상적인 지문이 있으면 스태프들이 '괜찮냐'고 했다"며 "'모 아니면 도'라고 얘기했는데, 난 속으로는 '도 아니면 백도'라고 생각했다. 음악에 문외한이다. 몰라서 도전할 수 있었고 무식했기에 용감했다"고 돌아봤다.

전작인 박서준 주연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가 흥행 해 후속작 기대감이 컸다. 두 작품 모두 웹툰이 원작이고 한류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안나라수마나라는 해외에서도 공개, 세계 시청자를 고려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우리 집 아내 마음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글로벌 시청자 마음을 알겠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해 유니버설하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에서 12세 관람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면서 공감하고, 잘만 만들면 글로벌에서도 반응이 오지 않을까 싶었다. 이전까지 넷플릭스 작품은 장르물이 반응을 얻어서 '이런 순수하고 동화적인 이야기를 좋아할까? 하는 고민은 있었다."
"물음표 가진 '안나라수마나라'…무식해서 용감했죠"


원작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지만 예상한 부분이다. 원작에서 상상한 부분이 구현되지 않으면 실망하겠지만, "안 본 사람이 더 많다"며 "연기자들에게 '원작에 갇히지 말고 네가 만들 수 있는 캐릭터를 생각하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웹툰은 2D이고 영상은 3D 아니냐. 극본을 영상화를 할 때 가공이 필요하다. 상상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단의 행간 속 감정까지 전달해야 하는데, 드라마는 종합예술이라서 각 팀이 내가 생각하는 만큼 해석하지는 못한다"며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진다. 입체화되거나 단순화되기도 한다. 드라마는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더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창욱(35)이 연기한 리을은 일본 애니메이션 '하웅의 움직이는 성'의 '하울'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지창욱은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PD님이 연출자로서 의도한 방향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 PD는 "지창욱씨가 '하울을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원작을 극본화하면서 입체적으로 구체화하는데 '하울 느낌이면 어떨까?' 싶었다. 스토리라인 속 롤모델로 얘기했을 뿐이다. 지창욱이 표현한 리을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지창욱씨에게는 이 드라마가 여러모로 도전이었다. 사실 지창욱씨가 한다고 했을 때 나뿐만 아니라 작가님도 놀랐다. 캐릭터적 부분도 어렵고 마술과 음악, 안무 등을 다 소화해야 했다. '이걸 다 준비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도전 자체를 즐기고 열심히 하더라. 보면서 약간 놀랐고 에너지도 받았다."

김 PD는 7~8년 전부터 원작 드라마화를 꿈꿨다. 과거 한 예능물에서 아이에게 '뭐 되고 싶어?'라고 묻자, 가수 이효리가 '뭘 뭐가 돼. 아무나 돼'라고 하는 장면에 공감했다. 리을의 대사 '당신은 마술을 믿습니까'에 작품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았다. 원작자인 하 작가 역시 완성본을 보고 "상상 이상"이라며 만족했다고.

"살면서 때로는 마법같은 순간이 일어나지 않느냐.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이 500명이 넘는데, 완성됐을 때 마술 같다고 생각했다. '이게 되겠어?'라고 생각해도 작은 정성이 모여 작품을 만들어내면 나에게는 마술이다. (마술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일 수 있다. 딱히 어떤 답을 주기 보다 힐링하고 결핍된 부분이 채워지면 의지되지 않을까. 내게는 작은 기적 같은 느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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