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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연상호 "내가 한 작품 호불호 없었던적 있나요?"

등록 2022.05.13 09: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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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연상호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연상호(44)는 작가·감독을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시작해 영화·드라마·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넘나들며 활약 중이다. 극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을 때도 있지만, 원작자 혹은 작가·감독 업무에만 집중할 때도 많다. 지난달 29일 공개한 티빙 드라마 '괴이'는 작가로서 본분에 충실했다. 전작인 티빙 '돼지의 왕'에 원작자로서만 참여한 점과 대조됐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뒤 CJ ENM 계열 OTT 티빙과 두 번째 호흡했다. 두 작품 모두 기대 이하의 평을 들어 아쉽지는 않을까.

"작품을 할 때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데 솔직히 이유는 모르겠다. 돼지의 왕은 원작자로서 정말 재미있게 봐서 더 잘될 줄 알았다. 괴이도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한 작품이 호불호가 없었던 적은 없다. 매 작품마다 체크해 다음 작업을 할 때 참고한다. 어떤 포인트에서 잘 되고 안 되는지 계속 알아내 지표로 삼으려고 노력하지만, 시대와 매체, 포인트 등이 달라져 예측하기 쉽지 않다."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 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괴이한 사건을 쫓는 이야기다.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2020)에 이어 류용재 작가와 함께 썼다. 연출은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2015) 장건재 감독이 맡았다. 미스터리한 귀불이 깨어나 재앙에 휩쓸린 사람들의 혼돈과 공포, 기이한 저주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를 더했다. 하지만 '방법'에서 선보인 귀불이 재등장하는 등 자가복제가 많아 혹평도 잇따랐다.

연상호는 "나도 연출을 해 현장에서 연출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편집본도 마지막 완성 단계에서 봤다. 극본을 썼지만, 완성본을 보면 낯설더라. 내가 쓴 작품이라는 생각하지 못하고 봤다"고 설명했다. "괴이는 장건재 감독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개성있다"며 "내가 연출한 걸 보는 건 재미있지 않은데, 다른 감독님이 한 걸 보면 신선하다. '이렇게 해석하는구나'라고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덧붙였다.

괴이에서 '환각' 요소를 가장 중요 시 했다. "기존 좀비·오컬트물과의 차이점"이라며 "기훈이 수진과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수진이 아니라 '기훈이 보고 있는 수진'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무서운 모습을 진짜처럼 본 거다. 수진이 본 택배기사도 진짜인지 환각인지 왔다갔다 한다"고 설명했다. "환각 부분에 사람이 풍선처럼 부푸는 등 CG 요소들이 많았다"면서도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감독님이 예산 내에서 풀어내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미안해했다.
류용재(왼쪽), 연상호

류용재(왼쪽), 연상호


구교환과는 반도에 이어 두 번째 인연을 맺었다. 구교환은 고고학자 '정기훈', 신현빈은 천재 문양 해독가 '이수진'으로 분했다. 특히 구교환은 "연상호 감독은 굳이 멋을 부리지 않는다. 담백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연상호는 "캐스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도 "제작사에서 기훈 역으로 구교환을 추천해 '극본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연락했다. 다른 분들은 나중에 알았는데, 캐스팅이 정말 잘 됐다"고 만족했다. "구교환은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구교환스럽게 한다. '구며들게' 하는 훌륭한 배우다. 함께해줘서 작품이 빛났다"며 "신현빈은 캐릭터와 결이 맞았다. '두 사람이 부부로 어울릴까?' 싶었는데, 처음에 같이 나오는 모습을 보니 잘 어울렸다"고 했다.

진양군 트러블 메이커 '곽용주' 역의 곽동연은 '연니버스를 탄 것 같은데 출발은 안 한 것 같다. 뒷자리에 꼭 탑승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항소는 "곽동연은 긴장감을 주는 역을 잘 해줬다. 연기를 보고 놀랐다"며 "내가 손댄 작품에 나온 배우들은 다 (연니버스에) 탑승한 거다. 내 작품에 나온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다. 내게는 정말 중요한 동료들"이라고 화답했다. 류 작가 역시 "곽동연은 탑승한 게 맞다"며 "연 감독과 같이 작업하다 보면 캐스팅이 구체적이지 않을 때 자주 언급되는 이들이 있다. '앞으로 저 배우랑 더 작업하고 싶은가 보다' 하는데, 그런 면에서 곽동연은 탑승이 맞다. 정말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괴이는 약 30분 분량 총 6부작으로 구성했다. 기존 티빙 드라마는 매주 회차별로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한 날에 모든 회차를 공개했다. 분량이 짧은 만큼 '캐릭터 서사가 부족하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이야기가 타이트하게 진행 돼 낯설게 느껴진 것 같다"며 "(분량이 짧은 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간 드라마 작업을 할 때 퍼즐을 맞추는 형태로 이야기를 썼다면 괴이는 빠른 호흡을 가졌다. 한 편의 영화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시리즈가 가능할까?' 싶었다. 일종의 도전이었다"고 짚었다.
'괴이' 연상호 "내가 한 작품 호불호 없었던적 있나요?"


애초 괴이는 기훈과 수진 멜로에 초점을 맞췄다. 그간 장르물만 선보였는데, 정통 멜로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궁금했다. "기획은 다양하게 하고 있다. 멜로, 먼치킨, 재벌, 시트콤 등도 생각하고 있다"면서도"문제는 투자자가 내게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멜로는 정말 하고 싶다. 오컬트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뇌가 오염된 느낌"이라며 "최근 이와이 슌지 감독의 '4월 이야기'를 보면서 오염된 뇌를 씻었다"고 귀띔했다.

연상호는 하반기 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5일 세상을 떠난 배우 강수연의 유작이다. 최규석 작가와 웹툰 '계시록' 연재도 시작하는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작업 중이다. "대중예술을 할 때 제일 짜릿한 건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줄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티빙과 작업하면서 느낀 건 '가능성'이다. 티빙은 여전히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려고 한다. 지난해 '술꾼도시여자들'이 잘됐다고 같은 걸 하는 게 아니라, 기존 유저들과 대척점에 있는 돼지의 왕도 과감하게 한다. 넷플릭스가 자리 잡은 지 수년이 됐지만, 대세로 올라온 건 더 얼마 안 됐다. 나도 여전히 다양한 매체에 적응 중이다. OCN과 tvN 성격이 다른 것처럼 OTT도 마찬가지다. 과도기라서 각 OTT에 '어떤 식의 이야기가 맞는가?'는 더 경험하고 시간이 지나야 익숙해질 것 같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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