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신태용 "동남아 축구발전에 최선…한국 지도자 좋은평가 이유"

등록 2022.06.20 09: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인도네시아 축구 사령탑 신태용, 16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 진출 이끌어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만명 넘어…CF모델로도 인기

월드컵·올림픽 등 메이저대회 경험 "지금은 스스로에 대한 재평가와 도전"

"카타르월드컵 앞둔 벤투호 믿고 많이 응원해 달라"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9일 오후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U-19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 경기,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이 웃고 있다. 2022.03.29.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9일 오후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U-19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 경기,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이 웃고 있다. 2022.03.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신태용(52)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를 이끌고 16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에 도전한다. 42년 만에 쿠웨이트를 꺾으며 동남아 돌풍을 예고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끝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3차 예선에서 요르단에 이어 A조 2위(2승1패 승점 6)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동남아 4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이 공동 개최해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던 2007년 대회 이후 16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18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선수들이 준비한대로 잘 따라왔다. 위축되지 않고, 잘 싸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기쁘다"고 했다.

분수령은 첫 상대 쿠웨이트였다. 인도네시아는 쿠웨이트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A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 쿠웨이트를 상대로 적지에서 소중한 승리를 거둬 본선으로 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초 인도네시아는 조 최강 요르단, 쿠웨이트에 밀려 본선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들었다.

인도네시아는 2차전에서 요르단에 0-1로 졌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최약체 네팔을 7-0으로 꺾으며 웃을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가 쿠웨이트를 꺾은 건 1980년 메르데카배(2-1) 이후 무려 42년 만이다.

신 감독은 "쿠웨이트를 42년 만에 꺾은 줄 몰랐다"고 웃으며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쿠웨이트의 홈이었고, 기온이 42도까지 올라갔지만 어차피 상대도 덥고 힘들어서 못 뛰는 것 똑같다. 집중하면 후반전으로 갈수록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봤다. 선수들에게 '중동 특유의 리듬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강하게 부딪치며 싸우라'고 노하우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우리는 중동 팀을 만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상대의 홈에서 위축되지 않고, 잘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고 보탰다.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사령탑에 부임한 신 감독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첫 우승에 실패했으나 '신태용 신드롬'을 일으켰다. 스즈키컵 '최고의 감독' 투표에서 압도적인 53%(1695표)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021 동남아시안(SEA)게임에선 동메달을 획득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감독이 된지 2년 반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건 이제 1년 정도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훈련이나 경기를 할 수 없었다"며 "스즈키컵에 가기 전부터 훈련이 가능했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바꾸려고 했고, 바뀌었다. 승부욕이나 정신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더 강하게 훈련하며 잠재력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AP/뉴시스] 신태용(왼쪽 네 번째)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에서 태국에 지면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팀 코치진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결승 2차전에서 태국과 2-2로 비겨 1,2차전 합계 2-6으로 지면서 역대 6번째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2.01.02.

[싱가포르=AP/뉴시스] 신태용(왼쪽 네 번째)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에서 태국에 지면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팀 코치진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결승 2차전에서 태국과 2-2로 비겨 1,2차전 합계 2-6으로 지면서 역대 6번째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2.01.02.

좋은 성적이 따르면서 신 감독을 향한 인도네시아 팬들의 지지가 대단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00만 명이 넘었고, 광고모델로도 나섰다.

신 감독은 "말이 통하지 않다보니 SNS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제안 받아 시작했는데 팬들이 정말 많이 지지해준다. 이제 팔로워 110만 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올해 초 커피 광고를 찍었고, 국내 한 식품기업과 대화를 진행 중인 건도 있다고 한다.

내년 아시안컵에선 박항서 베트남 감독,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과 한국인 지도자간 경쟁을 펼쳐야 한다.

신 감독은 "한국사람, 한국 지도자 특유의 하나에 꽂히면 몰입해서 최선을 다하는 부분이 동남아시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계약기간이나 채우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자신의 일에 충실히 최선을 다하면서 그 나라 축구에 기여하는 게 귀감이 된다"며 "내년 아시안컵에서 좋은 승부를 펼치겠다"고 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신 감독은 마지막으로 벤투호를 향한 팬들의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신 감독은 "최근 카타르월드컵 관련 뉴스를 보면 한국 축구에 대해 어두운 전망들이 나오는데 그런 것에 팬들이나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직전 월드컵 감독으로서 느끼기에 지금 시기는 모두가 벤투 감독과 선수단을 믿고 응원해야 할 때"라고 했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과의 일문일답

-인도네시아 축구가 16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했는데.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선수들이 준비한대로 정말 잘 따라왔다. 당연히 기분이 좋다.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고, 잘 싸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쿠웨이트, 요르단처럼 중동 국가들과 경쟁해 전망이 밝지 않았는데.

"쿠웨이트를 42년 만에 꺾은 줄 몰랐다.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쿠웨이트의 홈이었고, 기온이 42도까지 올라갔지만 어차피 상대도 덥고 힘들어서 못 뛰는 것 똑같다. 현역 선수 때, 중동에서 많이 경험했다. 집중하면 후반전으로 갈수록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봤다. 선수들에게 '중동 특유의 리듬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강하게 부딪히면서 싸우라'고 노하우를 설명했다. 과거에는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우리는 중동 팀을 만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상대의 홈에서 위축되지 않고, 잘 싸웠다." 

-2019년 12월 감독으로 부임한 뒤 스즈키컵 준우승, 동남아시안(SEA)게임 동메달 등의 성과를 냈는데. 지휘봉을 잡고 인도네시아 축구가 달라졌나.

[서울=뉴시스]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감독 인스타그램 (사진 = 신태용 감독 SNS 캡처)

[서울=뉴시스]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감독 인스타그램 (사진 = 신태용 감독 SNS 캡처)

"인도네시아 감독이 된지 2년 반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건 이제 1년 정도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훈련이나 경기를 할 수 없었다. 리그도 2년가량 멈췄다. 스즈키컵에 가기 전부터 훈련이 가능했다. 다른 것보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바꾸려고 했고, 바뀌었다.

여기 선수들이 더운 지역이어서 그런지 성향이 전반적으로 느긋하고, 급한 게 없다. 온순하다. (선수로서) 승부욕이나 정신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더 강하게 훈련하며 잠재력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감독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잘 따라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과 함께 한국 지도자로 내년 아시안컵에 나설 텐데.

"한국사람, 한국 지도자 특유의 하나에 꽂히면 몰입해서 최선을 다하는 부분이 동남아시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계약기간이나 채우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자신의 일에 충실히 최선을 다하면서 그 나라 축구에 기여하는 게 귀감이 된다. 선수들도 이런 부분 때문에 잘 따른다. 감독님들 모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아시안컵에서 좋은 승부를 펼치겠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0만 명이 넘고, 광고모델로도 나섰는데.

"원래 SNS를 안 했다. 말이 통하지 않다보니 나의 생각,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걸 팬들에게 전달한다는 게 어려웠다. SNS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제안 받아서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언론 인터뷰 못지않게 SNS를 통해 팬들에게 다가가는 게 빠르다. 작은 부분이지만 소통하면 많이 좋아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시작했는데 팬들이 정말 많이 지지해준다. 이제 팔로워 110만 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광고는 올해 초에 커피 하나 찍은 게 있고, 현대자동차, 하나은행 자카르타 지점과 협업한 게 있다. 국내 한 식품기업과 얘기를 진행 중인 건이 있다."

-인도네시아 감독이 지도자 커리어에서 어떤 의미인가.

"한국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2016 리우올림픽 등 메이저대회 감독을 모두 경험했다. 처음 인도네시아 감독을 맡는다고 할 때, 주위에서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들도 있다. 다른 곳의 더 좋은 조건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도전하고 싶었다. 새로운 곳에서 내가 어떤 역량과 소질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재평가하고 싶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내 축구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축구의 소식을 항상 접한다. 최근 카타르월드컵 관련 뉴스를 보면 한국에 대해 어두운 전망들이 나오는데 그런 것에 팬들이나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직전 대회 월드컵 감독으로서 느끼기에 지금 시기는 모두가 벤투 감독과 선수단을 믿고 응원을 많이 줘야 한다. 본선에서 실패하면 감독이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편안하게 경기에만 집중할 있도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두 응원했으면 한다. 나도 많이 응원하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