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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여직원, 3년간 지속 성추행…회사는 숨기기 급급(종합)

등록 2022.06.24 13:59:52수정 2022.06.24 14: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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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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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직원이 3년간 같은 부서 상사 4명으로부터 지속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이 같은 사건을 알고도 숨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해 직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24일 경북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는 같은 부서 상사 4명을 성추행과 특수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지난 7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같은 건물에 사는 남자 선임 직원이 술을 먹고 집으로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유사강간)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A씨는 "선임 직원이 그날 새벽 ‘차를 빼달라’며 주차장으로 불렀는데 이후 집 안까지 따라오더니 성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A씨 증언에 따르면 이 같은 성추행을 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A씨는 같은 부서 상사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오랜 기간 들었으며 부서 회식이 있는 날에는 억지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받거나 추행도 당했다.

그렇다고 해서 회식을 피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부서를 총괄하는 상사가 회식에 빠지겠다고 하면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2월 포스코 감사부서인 정도경영실에 같은 부서 상사 1명을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이후 부서를 옮기긴 했지만 석 달 만에 원래 보직으로 돌아왔다. 가해자에게 주어진 처벌은 감봉 3개월이 전부였다.

A씨는 신고를 한 뒤 부서 내 왕따와 험담 등 2차 가해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가 속한 부서 직원 수는 50여명이었는데 부서 내 여직원은 피해자 혼자뿐이었다. 그는 특수 업무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로 해당 부서에서 3년 넘게 근무했다.

A씨는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아버지가 포스코에 들어간 것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셨다"며 "그렇기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가벼운 장난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피해자 A씨는 지난 23일 가해자로 지목한 이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일부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카톡 대화에서 A씨는 "선배, 근데 어제 저녁에는 무서워서 말 못했는데요. 왜 아침에 제 몸에 손댔어요?"라고 물었다. 이에 상대방은 "진짜 뭐라 용서를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내 실수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써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포스코는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을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업무에서 배제했다. 동시에 직책자 한 명은 보직 해임했다. 포스코는 수사 결과에 따라 이들을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의 안일한 대처가 연일 비난을 받고 있다. A씨의 성희롱 사건은 김학동 부회장, 이백희 포항제철소장 등도 인지하고 있었다. A씨 주변 동료가 피해 사실을 제철소장, 김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통해 알렸다.

그럼에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사건 축소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가 해당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김 부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포스코 김학동 대표 "진심으로 사죄…근본 쇄신방안 마련"

포스코는 최근 벌어진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지난 23일 오후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최근 회사 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성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피해직원 및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회사는 엄중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울러 "회사를 아끼고 지켜봐 주시는 지역사회와 모든 이해관계자 분들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김 부회장은 피해 직원이 조속히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회사는 경찰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문책하고 관리자들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물어 피해 직원의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리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김 부회장은 "회사는 2003년 윤리경영 선포 이후, 성희롱·성폭력, 직장내 괴롭힘 예방교육 등 사내 윤리경영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며 "성윤리 위반 등 4대 비윤리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아웃(One-Strike Out) 제도를 시행하는 등 엄격한 잣대로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통해 아직도 회사 내에 성윤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부연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도 약속했다. 김 부회장은 "이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윤리에 대한 추가적인 집합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며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사내 성윤리와 관련된 임직원들의 인식수준을 면밀히 진단해 근본적인 쇄신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사는 전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건강한 조직문화를 조성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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