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못 알아본' 알포드 "OH! 레전드 선수인데"
알포드, 12일 삼성전서 '전 토론토 동료' 오승환에 끝내기 홈런
경기 후 영상 보고서야 4년 전 같은 팀에 있던 오승환이란 사실 깨달아…13일 만나 사과의 뜻 전해
KT 위즈 앤서니 알포드(왼쪽)와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사진=K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홈런포를 때려낸 상대가 4년 전 빅리그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뒤늦게라도 알아차리긴 했지만 이미 알포드는 한 차례 '작은 사고'를 친 뒤였다.
경기 직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오승환에 대한 질문을 받자 "메이저리그 출신인 줄 몰랐다"고 답했던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 그는 1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 삼성 선수단이 도착하자마자 원정 라커룸을 찾았다. 오승환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4년 만에 오승환과 마주한 알포드는 "어제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자 오승환은 "원래 사람들끼리 못 알아보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같이 있던 시간이 짧았고, 4년이 흘렀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며 대인배 면모를 보였다.
알포드와 오승환은 201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잠시 함께 라커룸을 사용했다.
당시 알포드는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한 유망주로, 2018년 빅리그에서 13경기를 뛰었지만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머물렀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사진=삼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상 둘이 마주친 시간은 2018년 5월 열흘 남짓으로 매우 짧다.
알포드가 "어제는 타석에 너무 집중하고 있었다. 오승환을 마지막으로 본 게 4년 전이기 때문에 바로 못 알아본 것 같다. 특히 미국에서는 유니폼에 'OH'라고 쓰여있는데, 한국에서는 한글로 '오승환'이라고 써있어서 더 알아보지 못했다"며 머쓱해한 이유도 납득이 된다.
그래도 리그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선수를 몰라봤다는 점에 대해 알포드는 계속 미안해했다.
알포드는 "레전드 선수이고,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다 발자취를 남겼다. 존중받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신 사과의 뜻을 밝혔다.
4년 만의 재회는 꽤나 강렬했다. 알포드는 12일 3-3으로 맞선 9회말 오승환에게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날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KBO리그 입성 후 알포드가 처음 때려낸 끝내기포였다.
KT 위즈 앤서니 알포드. (사진=K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 직후 "투수의 이력을 몰랐던 게 타석에서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던 알포드는 이제 화려한 경력을 '잘 아는' 오승환을 상대해야 한다.
알포드는 "예전부터 동료들을 상대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더 잘하려고 하다보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상대가 누군지 잊으려고 한다"면서도 "다음에 만나면 살짝 그런 의식은 하게 될 것 같다"고 웃었다.
몰라봤던 미안함은 있지만 당연히 승부를 양보할 생각은 없다.
알포드는 "나는 프로로서 내 계획을 가지고 매 타석에 임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경기는) 작은 전쟁과 같기 때문에 항상 선수의 이름이나 등번호, 이런 것과 상관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알아보게 될 오승환과의 재회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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