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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컴 X 암살범' 누명 쓴 흑인, 뉴욕시에 530억원 손배 청구

등록 2022.07.15 11:14:02수정 2022.07.15 15: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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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당국서 증거 은폐…20년 수감 후 지난해 누명 벗어

[AP/뉴시스]맬컴 X를 암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20년간 수감 생활을 한 무하마드 아지즈. 왼쪽은 1965년 2월 26일 뉴욕에서 체포된 후의 사진이며 오른쪽은 지난해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2022.07.15

[AP/뉴시스]맬컴 X를 암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20년간 수감 생활을 한 무하마드 아지즈. 왼쪽은 1965년 2월 26일 뉴욕에서 체포된 후의 사진이며 오른쪽은 지난해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2022.07.15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미국의 흑인운동 지도자 맬컴 X를 암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20년간 수감 생활을 한 80대 남성이  뉴욕시를 상대로 4000만달러(약 530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14일(현지시간) 지난해 뉴욕 맨해튼지검의 재조사로 무죄가 확정된 무하마드 아지즈(84)가 이날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아지즈는 지난 4월 뉴욕주와는 500만달러(66억원)에 합의했지만, 뉴욕시와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아지즈의 변호사는 소장에서 "뉴욕 경찰(NYPD)과 맨해튼지검이 무죄를 입증한 증거를 숨기고 증인이 거짓 증언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인생의 전성기였어야 할 20년을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감옥에 갇혀 살았다"며 "아지즈와 그의 가족이 입은 피해는 엄청났고 돌이킬 수 없다"고 호소했다.

60년대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한 맬컴 X는 1965년 2월 뉴욕 할렘가의 오두번 볼룸에서 연설하던 도중 무자히드 압둘 할림을 비롯해 3명의 암살범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숨졌다.

원래 알려진 맬컴 엑스 암살범은 한때 그가 몸담았던 아프리카계 흑인 분리주의 단체인 이슬람 국가운동 소속 흑인 3명이었다.

당시 압둘 할림은 현장에서 체포됐고, 도망갔다 체포된 아지즈와 칼릴 이슬람 등 다른 2명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세 사람 모두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압둘 할림은 1977년 진술서에서 자신이 암살을 주도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아지즈와 이슬람이 아닌 다른 몇명의 공범들과 공모했고 맬컴 X가 위선적이라고 판단해 죽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압둘 할림의 이 같은 진술 등으로 수사 결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일각에선 미 사법당국이 범인을 오인했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당시 재조사는 맬컴 X 암살 의혹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누가 맬컴 엑스를 죽였나?'(2020)를 보고 사이러스 맨해튼 지검장이 착수하면서 진행됐다. 맬컴 엑스의 유족들도 그의 죽음에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뉴욕경찰(NYPD)이 개입돼 있다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결국 맨해튼 지방 검찰청과 두 남성 변호사가 공동으로 수행한 22개월간의 재조사 결과 NY PD과 FBI가 두 사람의 무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고, 지난해 11월 이슬람과 아지즈에 대한 유죄 판결이 모두 무죄로 뒤집혔다.

아지즈는 20년 수감 후 1985년 석방됐고, 이슬람은 유죄 판결을 받고 1987년 석방됐지만 2009년 숨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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