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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농민들, 러 미사일 최신 표적…밀 등 경작 못하게 정밀 타격" WP

등록 2022.07.20 17:04:16수정 2022.07.20 18: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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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밀 등 농작물 경작 못하도록 농장 관련 시설 정밀 타격

인위적 기근 유발 우크라 국민 사기 떨어뜨려 항복 강요 의도

[도네츠크(우크라이나)=AP/뉴시스]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자인 농부 세르히가 지난 6월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프티체 마을에서 러시아 포탄이 자신의 밭에 남긴 분화구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아무도 러시아의 포격을 받고 있는 그 지역에 오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곡물을 팔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밀과 옥수수 수출국 중 하나이지만 러시아의 침공과 항구 봉쇄로 인해 밀의 유입이 상당 부분 중단되었다. 2022.07.20.

[도네츠크(우크라이나)=AP/뉴시스]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자인 농부 세르히가 지난 6월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프티체 마을에서 러시아 포탄이 자신의 밭에 남긴 분화구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아무도 러시아의 포격을 받고 있는 그 지역에 오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곡물을 팔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밀과 옥수수 수출국 중 하나이지만 러시아의 침공과 항구 봉쇄로 인해 밀의 유입이 상당 부분 중단되었다. 2022.07.20.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지역의 농장 등 곡물 수확과 관련된 중요한 농업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것으로 전술을 전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인위적인 기근 유발로 우크라이나에 남은 국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항복을 강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의 농민 빅토르는 얼마 전 농장에 러시아군의 포격을 당했다. 빅토르의 농장은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데도 러시아의 포격을 피할 순 없었다. 수확을 시작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포격을 당한 농장은 불과 몇 분 만에 불길이 번지면서 올해 남은 곡물 수확량을 위협했다.

화재는 빅토르와 다른 농부들이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프 지역이 직면한 가장 최근의 재앙이라고 WP가 전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전투로 인해 파종 시기가 지연됨에 따라, 그들은 이제 활동 중인 최전선 근처에서 수확하거나 작물을 포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수개월 간의 전쟁과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인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밀을 포기하는 결정은 재정적 파탄을 의미할 수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대혼란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대부분이 올해 글로벌 시장에 도달하는 것을 막았고, 이는 세계 최대 생산국 중 한 곳의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전 세계의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전 세계 밀 수출의 10%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남쪽의 평탄한 지대는 최고의 농경지였지만 지금은 러시아군을 축출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자연 위장을 거의 할 수 없고 단단한 엄폐물이 없는 밭에서 운신해야 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포격을 가하는 동안 마을에 숨거나 나무 등을 활용해 매복할 수밖에 없다. 낮에는 러시아 무인정찰기의 추적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병력 이동도 제한된다.
[자포리자(우크라이나)=AP/뉴시스]지난 6월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러시아군 통제지역인 자포리자 지역에서 외신기자들이 일하고 있는 동안 러시아 군인들이 밀밭 옆을 지키고 있다. 자포리자 지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벌인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통제하에 있었다. 이 사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기획한 여행 중에 찍은 것이다. 2022.07.20.

[자포리자(우크라이나)=AP/뉴시스]지난 6월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러시아군 통제지역인 자포리자 지역에서 외신기자들이 일하고 있는 동안 러시아 군인들이 밀밭 옆을 지키고 있다. 자포리자 지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벌인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통제하에 있었다. 이 사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기획한 여행 중에 찍은 것이다. 2022.07.20.

러시아군의 포격은 우크라이나군이 그들의 진지를 강화하고 반격이 예상되는 것에 대비해 점점 더 혼란스럽고 무작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지역 농민들과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매일 새로 발생하는 화재를 보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밭과 농기구가 계속 파괴되고 있다.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이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육군 제63기계화여단의 고위 지휘관은 "우리는 곡식을 아껴야 한다"며 "포격 사이에 우리 부대원들이 불을 끄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술을 변경해 의도적으로 농장을 타격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이 지역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사기를 꺾고 인위적인 기근을 만들어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강요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포격은 또한 곡물 수확과 관련된 중요한 농업 기반 시설을 파괴했다. 다리가 손상되고 큰 구멍이 난 도로로 인해 곡물을 운반할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곡물을 운송하는 데 사용되는 철도 역시 운행을 멈췄다.
[(우크라이나)=AP/뉴시스]지난 5월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외곽 체르카스카로조바에 있는 밭에 불발탄 포탄이 놓여있다.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해바라기 기름의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이지만, 전쟁과 러시아의 항구 봉쇄로 인해 밀의 흐름이 상당 부분 중단되어 세계 식량 공급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2022.07.20.

[(우크라이나)=AP/뉴시스]지난 5월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외곽 체르카스카로조바에 있는 밭에 불발탄 포탄이 놓여있다.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해바라기 기름의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이지만, 전쟁과 러시아의 항구 봉쇄로 인해 밀의 흐름이 상당 부분 중단되어 세계 식량 공급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2022.07.20.

인근 자실랴 마을에서도 최근 교전으로 인해 이 지역 농부들이 사용하는 대형 제분소와 곡물을 이송하는 양곡기가 초토화됐다. 한때 최대 3만t의 곡물을 저장할 수 있었던 사일로(큰 탑 모양의 곡식 저장고)들은 연기나는 잿더미로 변했다.
 
러시아군 주둔지에서 약 3㎞도 채 떨어지지 않은 한 농업 창고에서도 폭발로 인해 대형 트랙터 3대가 부서지고 곡물 마차 6대가 파손됐다. 파편은 축구장 만한 크기의 곡물 저장고의 지붕을 도려냈다.

포격과 화재를 면한 그 지역의 몇몇 농부들은 여전히 다른 위험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 양측이 교전에서 사용한 집속탄에는 무릎 높이의 밀 사이에서 식별하기 어려운 소형 폭탄이 퍼져 있다. 이미 몇몇 농부들이 불발탄에 맞아 사망했다.

밭에서 콤바인을 몰던 농부 세르히 포민은 일을 잠시 멈춘 뒤 WP에 "물론 스트레스가 된다"면서도 "우리는 일을 해야만 한다. 지금은 수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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